실패 두려워하지 않는 문화…'성대다움' 잃지 않을 것
"캠퍼스 실질적 확대 목표, 연구 공간 확보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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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지범 성균관대 총장은 지난 5일 서울 종로구 성균관대 600주년기념관에서 진행한 아시아투데이와의 인터뷰를 통해 조선시대 임금 정조의 정신으로 새해 갑진년 성균관호(號)를 이끌 계획임을 분명히했다.
유 총장은 특히 "올해 건학 626주년을 맞아 현재에 안주하지 않고 보다 나은 미래로 도약하기 위해 끊임없는 발전을 추진하고 있다"고 했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은 문화를 조성하고 '성대다움'도 잃지 않을 것"이라고 힘주어 말한다.
◇조선시대부터 현재까지…우수한 역사 이어져
조선시대 유일한 국립대이자 최고의 인재 양성 기구인 성균관(成均館)은 민족 지성의 요람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세종대왕, 퇴계 이황, 율곡 이이, 다산 정약용, 단재 신채호, 심산 김창숙 등 수많은 인재를 배출하며 민족의 역사와 함께해 왔다.
이는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쓰는 화폐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화폐에 등장하는 인물이 모두 성균관과 인연이 있어서다. 5만원 모델 신사임당은 성균관 학생 율곡 이이의 어머니다. 1만원권 모델 세종은 당시 성균관의 주인으로, 5000원권 모델 이이는 성균관 학생, 1000원권 모델 이황은 성균관 교장을 맡았다.
성균관의 우수한 역사는 현재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글로벌 조사분석기업 클래리베이트가 발표한 2023년 세계 상위 1% 연구자(HCR) 선정 결과, 박남규 HCR석좌교수, 이영희 HCR석좌교수, 안명주, HCR석좌교수, 박근칠 HCR석좌교수, 이진욱 교수, 무함마드칸 교수, 임호영 교수, 이제찬 교수 등 8명이 이름을 올려 국내 사립대학 기준 가장 많은 HCR을 배출하기도 했다.
유 총장은 "HCR은 세계에서 분야별로 논문 인용이 상위 1%에 해당하는 연구자들"이라며 "HCR 10명 이상 배출을 목표로 교수님들을 지원하는 것은 물론 우수한 교수님들을 영입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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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 총장은 올해 성균관대 정책 목표로 △교육·인사 및 평가 제도 안착 및 학생 선택권 확대 △캠퍼스 공간 확대와 인프라 개선 △연구 및 융합연구 지원 확대 △우수 교원 임용, 창의적 대학 문화를 위한 분위기 조성 등을 꼽았다.
유 총장은 조기 승진을 포함하는 인사제도 개편, 승진 기준의 재정립과 안정화를 추진하고 학생 자기주도 학습권 확대 및 다양화를 위해 국제어 수업 비율, 전공이수학점 및 연계전공의 확대하는데 방점을 뒀다.
이와 함께 캠퍼스 발전을 위한 마스터플랜을 완성하고 캠퍼스 내에서 안심하고 연구할 수 있도록 공간 안정성을 개선하겠다는 것이 유 총장의 생각이다.
특히 임팩트 있는 연구 결과를 창출하기 위해 고가의 연구 장비를 지원, 국제화를 위한 해외박사 활성화, 국제학술대회 개최 및 참여 지원 등도 계획 중이다.
아울러 우수한 교원 확보의 일환으로 신임 교수가 조기 정착할 수 있도록 성공이라는 결과지상주의가 아닌 실패에서 교훈을 얻는 창의성에 방점을 찍은 대학 문화를 뒷받침할 예정이다.
◇"역사 한 눈에"…성균관 독립박물관 조성 꿈꿔
유 총장은 성균관의 독립박물관을 조성한다는 꿈에 부풀어 있다
그가 박물관 조성을 언급한 배경은 지하 박물관과 존경각에 있다. 역사적 유산을 체계적으로 관리·전시할 수 있는 큰 박물관이 만들어지면 학교의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다는 취지에서다.
600주년기념관 지하에 있는 박물관은 선조들의 값진 유물을 항온항습에 유의하며 수장·전시하고 있다. 같은 건물 4층에 있는 존경각은 동아시아학술원 소속 자료정보센터로 국내외 학술 자료 및 연구 성과를 수집·정리·가공해 연구자들에게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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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 총장이 인터뷰에서 가장 많이 언급한 단어는 '혁신'이다. 그는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역동성 있고 유연한 체제를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새로운 시도를 주저하지 않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무언가 시도를 하다가 잘못되면 그것을 '주홍글씨'같은 낙인으로 평생 가져가는 문화가 아닌 오히려 새로운 시도로부터 큰 교훈을 얻도록 하는 문화를 조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올해 1월부터 기존 7단계 행정 부문 직급체계를 선임-책임-수석 3단계로 개편하는 등, 수평적으로 소통하고 협업하는 조직문화를 한층 더 강화하고 있다.
유 총장은 "과감하게 자신의 의견을 얘기해 작은 노력으로 상처를 치료할 수 있는 문화를 조성해야 한다"며 "자칫 호미로 막을 수 있는 일을 가래로도 막지 못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