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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루쉰 소설 인용해 “세상 모든 길은 처음에는 다 길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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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은 기자

승인 : 2023. 12. 19. 22:01

19일 국회서 사실상 정치참여 선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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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19일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 출석에 앞서 취재진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이병화 기자
"세상 모든 길은 처음에는 다 길이 아니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같이가면 길이 되는 거죠. 그리고 진짜 위기는 경험이 부족해서라기 보다 과도하게 계산하고 몸 사릴 때 오는 경우가 더 많았다고 생각합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19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출석 전 기자들과 만나 '정치경험이 없다는 비판이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이 같이 답했다. 새로운 분야에 도전한다는 의미가 담긴 발언으로 사실상 정치입문 선언을 했다는 분석도 나왔다.

한 장관의 발언은 루쉰(魯迅)의 단편소설 '고향'의 한 대목을 인용한 것으로 보인다.

"그들에게는 우리가 아직 경험해 보지 못한 새로운 생활이 있어야만 했다. 희망이라는 것에 생각이 미쳤을 때 나는 갑자기 두려워졌다. 윤토가 향로와 촛대를 달라고 했을 때, 난 그가 우상을 숭배하여 언제까지고 잊어버리지 못하는구나 하고 마음 속으로 비웃었다. 그러나 지금 말하는 희망이란 것도 나 자신의 손으로 만든 우상이 아닐까? 다만 그의 소원은 가장 가까운데 있고 나의 소원은 아득하고 먼 데 있을 뿐이다. 내가 몽롱해 있을 때 눈 앞에는 한 조각 초록색 모래땅이 펼쳐져 있었고, 그 위의 진한 쪽빛 하늘에는 황금빛 둥근 달이 걸려 있었다. 그것은 마치 땅위의 길과 같은 것이다. 실상 땅 위에 본디부터 길이 있는 것은 아니다. 다니는 사람이 많아지면 곧 길이 되는 것이다."
한 장관의 발언 중 "진짜 위기는 경험이 부족해서라기보다 과도하게 계산하고 몸 사릴 때 오는 경우가 더 많았다"도 주목된다. 국민의힘 내에서 정치 경험이 없는 한 장관이 비상대책위원장을 맡는 것보단 선거대책위원장으로 시작하는 것이 어떠냐는 목소리가 적지 않은데, 이들을 겨냥한 발언으로 읽히기 때문이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한동훈 장관이 스스로 마음을 굳힌 게 아닌가 싶다"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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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19일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 출석에 앞서 취재진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이병화 기자
한 장관은 앞서 허먼 멜빌의 '모비딕'의 한 구절을 소개하기도 했다. 지난해 8월 19일 법무연수원 용인분원에 방문해 신임 검사 강화 강의에서 "모비딕이라는 책, 허먼 멜빌의 책을 좋아한다"며 "'고래를 두려워하지 않는 자 내 배에 태우지 않겠다'는 구절을 굉장히 좋아한다. 용기에 관해 쓴 말"이라고 했다. 한 장관은 이후 응원 편지를 보내준 초등학생에게 모비딕 책을 선물하기도 했다.

한 장관은 또 이날 강의에서 "제가 어떤 사건이라든지 어떤 제 인생을 결정하는 데 있어서 나름대로 염두에 두고 있던 건 '큰 결정은 과감하고 심플하게 작은 결정은 부드러우면서 좌고우면(左顧右眄) 하며 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한편 한 장관은 이날 '윤석열의 아바타', '김건희 특검법' 등 민감한 주제에도 거침없이 답했다. 한 장관은 '민주당에서 윤석열 아바타라는 얘기도 나온다'는 질문에 "모든 공직자와 정치인은 국민을 위해 일하고 협력하는 관계라고 생각한다"며 "지금까지 공직생활을 하면서 공공선을 추구한다는 한가지 기준을 생각하며 살아왔고 그 과정에서 누구를 맹종한 적 없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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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19일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 출석에 앞서 취재진들의 질문에 답변을 마친 뒤 엘리베이터를 타고 이동하고 있다./이병화 기자
민주당이 오는 28일 본회의 통과를 목표로 하고 있는 김건희 특검법에 대해서는 "법 앞에 예외는 없어야 한다. 국민들이 보시고 느끼시기에도 그래야 한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다만 그 법안들은 정의당이 특검을 추천하고 결정하게 돼 있지 않느냐? 수사 상황을 생중계하는 독소 조항까지 있다. 무엇보다 다음 총선에서 민주당이 원하는 선전선동을 하기 좋게 시점을 특정해 만들어진 악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런 악법은 국민들의 정당한 선택권을 침해하는 문제가 있으니 그런 점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가 한 유튜브 채널로부터 명품 파우치를 받아 논란이 된 문제에 대해서도 피하지 않고 답했다. 한 장관은 "이걸 내게 물어보면 왜 곤란할거라고 생각하는지 잘 모르겠다"면서 "기본적으로 그 내용들을 보면 '몰카 공작'이라는 건 맞지 않느냐? 몰카 당사자인 서울의소리도 고발했더라. 그럼 우리의 시스템에 맞춰서 법과 원칙에 따라 수사가 진행될 거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박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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