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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19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출석 전 기자들과 만나 '정치경험이 없다는 비판이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이 같이 답했다. 새로운 분야에 도전한다는 의미가 담긴 발언으로 사실상 정치입문 선언을 했다는 분석도 나왔다.
한 장관의 발언은 루쉰(魯迅)의 단편소설 '고향'의 한 대목을 인용한 것으로 보인다.
"그들에게는 우리가 아직 경험해 보지 못한 새로운 생활이 있어야만 했다. 희망이라는 것에 생각이 미쳤을 때 나는 갑자기 두려워졌다. 윤토가 향로와 촛대를 달라고 했을 때, 난 그가 우상을 숭배하여 언제까지고 잊어버리지 못하는구나 하고 마음 속으로 비웃었다. 그러나 지금 말하는 희망이란 것도 나 자신의 손으로 만든 우상이 아닐까? 다만 그의 소원은 가장 가까운데 있고 나의 소원은 아득하고 먼 데 있을 뿐이다. 내가 몽롱해 있을 때 눈 앞에는 한 조각 초록색 모래땅이 펼쳐져 있었고, 그 위의 진한 쪽빛 하늘에는 황금빛 둥근 달이 걸려 있었다. 그것은 마치 땅위의 길과 같은 것이다. 실상 땅 위에 본디부터 길이 있는 것은 아니다. 다니는 사람이 많아지면 곧 길이 되는 것이다."
한 장관의 발언 중 "진짜 위기는 경험이 부족해서라기보다 과도하게 계산하고 몸 사릴 때 오는 경우가 더 많았다"도 주목된다. 국민의힘 내에서 정치 경험이 없는 한 장관이 비상대책위원장을 맡는 것보단 선거대책위원장으로 시작하는 것이 어떠냐는 목소리가 적지 않은데, 이들을 겨냥한 발언으로 읽히기 때문이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한동훈 장관이 스스로 마음을 굳힌 게 아닌가 싶다"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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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장관은 또 이날 강의에서 "제가 어떤 사건이라든지 어떤 제 인생을 결정하는 데 있어서 나름대로 염두에 두고 있던 건 '큰 결정은 과감하고 심플하게 작은 결정은 부드러우면서 좌고우면(左顧右眄) 하며 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한편 한 장관은 이날 '윤석열의 아바타', '김건희 특검법' 등 민감한 주제에도 거침없이 답했다. 한 장관은 '민주당에서 윤석열 아바타라는 얘기도 나온다'는 질문에 "모든 공직자와 정치인은 국민을 위해 일하고 협력하는 관계라고 생각한다"며 "지금까지 공직생활을 하면서 공공선을 추구한다는 한가지 기준을 생각하며 살아왔고 그 과정에서 누구를 맹종한 적 없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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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가 한 유튜브 채널로부터 명품 파우치를 받아 논란이 된 문제에 대해서도 피하지 않고 답했다. 한 장관은 "이걸 내게 물어보면 왜 곤란할거라고 생각하는지 잘 모르겠다"면서 "기본적으로 그 내용들을 보면 '몰카 공작'이라는 건 맞지 않느냐? 몰카 당사자인 서울의소리도 고발했더라. 그럼 우리의 시스템에 맞춰서 법과 원칙에 따라 수사가 진행될 거라고 생각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