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들에게 정직·진정석 보여줘야
중소·중견기업은 강점 차별화 중요
객관성 있는 정보 외부 공유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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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환 한국유통학회 회장은 11일 서울시 광진구 소재 건국대학교에서 진행한 아시아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위기가 발생될 경우 조직 변화까지도 염두할 정도로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소비지 신뢰를 얻을 수 있다"며 리더의 역할을 강조했다. 아울러 조직 역시 소비자 목소리(VOC)를 기계적으로 듣기만 한다면, 신뢰를 얻기 힘들다는 것이 그의 판단이다. 실제 위기에서 적극적으로 진화에 나섰던 기업과 그렇지 않은 기업들의 운명이 극명히 갈리기도 한다.
도미노피자의 경우 2009년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에서 샌드위치와 치즈스틱 관련 문제가 발생됐다. 일부 점원들이 샌드위치에 들어갈 살라미(햄)를 콧구멍 속에 집어넣거나, 재채기를 해 침이 샌드위치에 튀기게 하는 등의 영상이 유튜브에 올라왔다. 소비자들의 신뢰는 한순간에 무너진 것은 물론이다. 하지만 도미노피자는 즉각적인 조치로 위기를 극복했다. 해당 직원들을 즉각 해고한 데 이어 당시 점포의 위생 상태를 조사하는 등 빠른 후속 조치를 취한 덕분이다.
정 회장은 "최고경영자(CEO)급 리더가 사건 수습 과정을 공개했고, 조리법을 전면적으로 바꿨다. 또한 배달앱을 통해 제품이 어디서 오는지 알 수 있도록 했다"며 정직하게 과정을 과감하게 보여줌으로써 떨어진 소비자의 신뢰를 다시 얻게 된 과정을 설명했다.
오늘날 지속성장 가능한 기업, 장수 기업, 1등 기업이 되기 위해선 '소비자 신뢰'가 필요하다. 소비자들은 또한 유력 기관 등이 정기적으로 발표하는 보고서 등을 활용하는 적극적인 행동을 보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특히 정부 또는 정부기관 등의 시상식을 참고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전했다.
그는 "소비자가 특정 회사 내부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는 것은 어렵다"면서도 "그러나 미국 시장조사업체 JD파워가 발표하는 차량 내구품질 조사나 한국ESG기준원이 발표하는 기업의 환경·사회·지배구조(ESG) 등급 등 공신력이 있는 기관으로부터 얻을 수 있는 정보를 참고하면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소비자들은 다각적인 측면에서 정보를 분석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전문가들이 특정 기업 또는 브랜드를 보는 관점이 다를 수 있고, 품질, 가격, A/S 등 가중치도 다를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전문가마다 지식과 경험이 다르다 보니 동일한 대상이라도 평가 결과가 달라질 수 있는 만큼 소비자들은 전문가들이 평가한 결과뿐만 아니라 평가자가 '전문성을 갖춘 평가자'인지도 스스로 평가할 줄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견·중소기업이 소비자들에게 신뢰를 얻기 위해선 제품력뿐만 아니라 이를 알릴 수 있는 노력도 병행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가령 파세코의 경우 국내 창문형 에어컨 시장점유율은 절반 이상(업계 추정치)인데 품질로 승부를 봤다. 실제 여론조사기관 데이터앤리서치가 뉴스·커뮤니티·카페 등 12개 채널 23만개 사이트를 대상으로 창문형 에어컨 브랜드 9개사에 대한 정보량에 대해 올 상반기 빅데이터 분석을 실시한 결과, 파세코(5023건)가 삼성전자(4546건), 캐리어(2143건), LG전자(1505건) 등을 제치고 1위에 올랐다.
아울러 중견·중소기업들은 대기업과 다른 차별화된 강점이 있어야 한다. 그런점에서 마케팅도 중요하다. 소비자가 중견·중소기업 제품에 대한 정보를 구하기 어려운 경우가 생긴다. 이에 회사들은 고객들이 제품에 대한 필요한 정보를 쉽게 찾을 수 있게끔 판을 깔아주는 노력을 해야 한다.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정 회장은 '유통산업 발전' 기여를 첫 손으로 꼽았다. 그는 "학회 차원에선 중장기적으로 유통산업 구성원들과 협조하면서 산업 발전에 기여하겠다. 또한 학술단체인 만큼 균형 감각이 있는 정보, 객관적인 정보를 만들어 외부에 공유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환 한국유통학회 회장은…
정환 회장은 1970년에 출생해 미국 시라큐스 대학교에서 경영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이후 주요 경력으로는 세인트 조셉대학교 조교수, 중앙대학교 부교수를 역임한 뒤 2015년 3월 건국대학교 교수로 임용됐다. 현재는 한국유통학회 회장, 건국대 기획처장을 겸임하고 있다. 2019년엔 상전유통학술상 최우수상(정책부문)을 수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