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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위원회 제 역할 못하면… 삼성·SK 반도체 골든타임 놓친다

전기위원회 제 역할 못하면… 삼성·SK 반도체 골든타임 놓친다

기사승인 2023. 12. 06.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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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SK, 수백조 투자 심혈
유례 없는 '초대형 프로젝트'
전력 인허가 지연으로 차질 안돼
속도 있는 위원회 결정 중요
전문가 "현장 전문가 투입 절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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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인 반도체클러스터 조성 공사 현장 전경/제공=용인시
삼성·SK가 수백조원을 쏟아부어 건설 중인 최첨단 반도체 단지가 용인과 평택 등 수도권에 지어지고 있지만 발목이 잡힐 위기에 처했다. 더디게 진행되는 전력 공급 문제다. 동해와 서해에서 전력을 끌어와야 하지만 그 과정은 치열하다. 각종 전기 관련 인허가 문제를 승인해주는 '전기위원회'가 더 속도감 있게 판단하고 긴밀한 결정을 해줘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반도체가 경제안보를 좌우 할 전략물자로 떠오르면서 이제 우리나라 명운이 달린 프로젝트가 됐지만, 아직 범국가적 지원과 협력이 부족하다는 목소리가 커진다.

6일 재계에 따르면 세계 최대규모로 지어지고 있는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는 2026년말 완공해 2027년 상반기 첫 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다. 당초 내년까진 완공하기로 했지만 산단 조성 계획 승인 당시보다 전력과 공업용수 등 각종 인허가 절차가 지연되면서 수년 더 연기 됐다.

단순 계산으로 삼성전자가 300조원, SK하이닉스가 120조원을 쏟아붓는 유례가 없을 정도의 초대형 반도체 프로젝트다. 완공된다면 전세계 반도체의 3분의 1이 용인에서 만들어진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다. 삼성은 TSMC와 맞설 시스템반도체 마더팩토리를 지어 공격적인 영업을 펴야 하고, SK는 메모리 반도체 양산시기를 반도체 싸이클을 계산해 저울질 하는 시점이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지난 10월 현장을 직접 찾아 "역사상 가장 계획적이고도 전략적으로 추진되는 프로젝트다. 클러스터 성공을 위한 경쟁력 확보에 최선을 다해달라"고 임직원들을 격려한 배경이다.

이렇게 국가 명운을 건 프로젝트를 뒤흔드는 변수가 있다. 전력 공급이다. 산업부에 따르면 경기도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만 해도 2050년 연간 10기가와트(GW)에 달하는 전력이 필요할 것으로 추산된다. 수도권에 발전소를 짓기 어려운 환경인 탓에 원전이 다수 분포 된 동해와 친환경 발전단지가 들어서는 서해안 일대에서 전력을 대거 끌어와야 하는 게 과제다.

제주부터 완도를 이어 총 3GW 규모 신안 해상풍력을 엮고 여기에 2.5GW 규모 서남해 해상풍력을 얹은 후 새만금 재생에너지 클러스터에서 3GW를 연결해 부하집중 지역인 평택, 용인에 연결하는 일명 '서해안 전력 고속도로'다. 계통 연결에만 수조원이 든다. 2026년 준공예정인 동해안 송전선로 연결 역시 난제다.

더뎌지는 인허가 문제에 속이 탄 정부는 이달 초 '국가 기간전력망 확충 특별법'을 핵심으로 하는 '전력계통 혁신대책'을 내놓기에 이르렀다. 용인 반도체클러스터 등 국가첨단전략산업단지에 연결되는 무탄소 전원 관련 전력망 건설시 입지 선정과 갈등 조정까지 정부가 직접 할 수 있게 하는 법이다. 현재 국회 계류 중이다.

혁신대책을 내면서 산업통상자원부는 "핵심 국가 전력망 부족으로 전력의 적기 공급이 점점 한계를 노출하고 있다"며 "이대로는 반도체 등 신규 첨단산업 전력 공급에 차질이 우려된다"고 밝혔다. 이른바 '전력 고속도로' 건설에 차질이 생기면서 첨단산업에 전력 공급이 제대로 안 될 수 있다는 위기감을 드러낸 것이다.

실제로 삼성의 또다른 반도체 기지 평택캠퍼스를 짓는 데에는 송전탑 문제로 5년이나 기간이 지체된 바 있다. 추가로 팹이 연이어 건설되는 탓에 송전탑 문제는 매번 리스크로 작용할 수 밖에 없다. 요컨대 첨단산업의 중심지가 될 수 있는 데이터 센터 유치도 전력망이 가장 중요한 요소다. 그간 한국은 가장 안정적인 전력 공급이 가능한 나라로 인식 돼 왔고 일본 등 해외 거점을 만들고자 하는 국가들이 한국을 물망에 올렸던 이유다.

'장기 송변전 설비계획'이 갖는 비중이 과거 어느 때 보다 크다. 바로 인허가권을 갖고 있는 전기위원회가 해야 하는 일이다. 현재 각종 발전사업 및 전력계통 인허가 키를 쥐고 있는 전기위원회는 8명이 정원이다. 이 중 6명이 교수로 학계에 몸담고 있고 다른 1명은 시민단체, 또다른 1명은 전력당국이다. 8명의 위원 중 3명이 내년 4월이면 임기를 다한다.

전기업계 전문가는 "송전선로를 하나 만들려면 평균 5년 이상 걸린다. 밀양 사태처럼 갈등이 번지면 기약 없이 늦어진다"면서 "데이터센터를 유치하려 해도 송전 관련 변수가 넘쳐나니 쉽게 들어오겠느냐"고 꼬집었다. 속도감 있게 가려면 가장 현실적인 가이드를 줄 수 있는 현장 전문가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대목이다. 원론적인 얘기가 아닌 가장 신속하게, 현안을 들여다 볼 수 있어야 한다는 식이다.

조홍종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전력에 대한 전문성은 물론이고 제도에 대한 지식과 기술적인 역량도 갖추고 있는 인물이 전기위원회 일원이 돼야 한다"면서 "위원회에 학계가 다수 들어가 있지만 산업이 어떻게 돌아가는 지를 잘 알고 업계 목소리도 반영할 수 있는 위원이 필요하다"고 했다.

조 교수는 계통 연결이 현재 전기위원회의 가장 중요한 업무라고 봤다. 첨단산업단지에 많은 양의 전력이 필요한 현 상황에서 '견제'와 '감시'에 매진하기 보다는 더 신속하고 실속 있는 협력관계의 전기위원회 역할도 필요하다고 전했다.

전기업계에선 한국전기공사협회 등을 지목한다. 한국전기공사협회는 현재 2만개 이상의 전기공사 관련 기업들이 소속 돼 있고 '전기단체총연합회'라는 전기 관련 16개 협단체에서 큰 역할을 맡고 있으며, 내년부터 시설단체연합회(전기·통신·소방·기계설비) 수장 역할을 맡을 예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다루는 안건만 한달에 40여건. 매달 결정되는 1건의 공사비가 작게는 5000억원에서, 1조원이 넘는 사업"이라며 "중요한 결정을 신속히 진행해야 할 뿐 아니라, 계통 연결 과정에서 빠지지 않고 불거지는 민원을 해결하려면 생생한 현장 상황을 알아야 하기 때문에 전기산업계를 대표하는 조율자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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