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당서울대병원은 김기웅<사진>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와 성수정 강동성심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연구팀이 G7 국가(캐나다, 독일, 이탈리아, 영국, 미국, 프랑스, 일본)와 한국의 치매정책을 비교 분석한 연구결과 두 편을 발표했다고 30일 밝혔다. 이는 각각 JAMA Network Open, Journal of Korean Medical Science 최신 호에 실렸다.
전 세계적으로 빠르게 진행되는 인구 고령화로, 치매 유병률이 높아지면서 많은 국가들이 치매로 인한 사회적 비용 증가, 치매 환자와 가족들의 삶의 질 저하 등의 문제에 직면해 있다. OECD는 치매 정책과 관련해 10대 핵심목표를, WHO는 국제치매 공동 대응계획을 통해 7가지 실행 영역을 제시하고 '국가치매계획(National Dementia Plan)' 수립을 장려하고 있다.
연구팀은 국가 치매관리계획을 선도적으로 수립해 추진 중인 G7 국가들과 한국의 국가치매관리계획들을 체계적으로 비교했다.
연구 결과, 치매 예방·조기진단·인식개선·장기요양·통합서비스 관련 정책들은 국가에 관계없이 잘 갖춰진 반면 가족지원·환경·의료서비스·임종돌봄 관련 정책들은 미비한 국가들이 많았다. 치매 환자와 가족의 실질적 부담을 경감시키기 위해서는 가족지원·환경·의료서비스·임종돌봄 관련 정책들에 대한 관심과 투자가 강화돼야 한다고 연구팀은 제언했다.
또 구체적인 실행계획이 제시되지 않은 정책 목표들이 많은 점은 문제로 지적됐다. 일례로 임종돌봄 관련 정책의 경우 프랑스를 제외한 다른 국가들에서는 완화치료 제공, 사전 의료지시서 및 위임장 작성 장려, 가족 지원서비스 등 말기 치매 환자의 인간다운 임종을 위한 구체적 실행계획을 제시하지 않아 관련 정책이 실효성이 없는 선언적 수준에 그칠 가능성이 높았다는게 연구팀의 분석이다. 또 영국, 일본, 한국을 제외한 나머지 국가들은 정책성과를 평가할 구체적 지표를 설정하지 않아 성과에 기반한 실효성 있는 정책 추진에 한계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가치매계획을 안정적이고 지속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기반이 결여된 경우도 적지 않았다는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미국, 한국, 캐나다를 제외한 나머지 국가들은 국가치매계획의 수립과 추진을 위한 법적 근거를 갖추지 않아 정책 구현의 지속 가능성이 불투명했다. 이런 국가들에서는 기존 국가치매관리계획의 추진 기간이 종료됐음에도 후속 계획이 적시에 수립되지 못하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었다고 연구팀은 지적했다.
또 미국, 영국, 프랑스, 한국 등 국가치매관리계획을 국가 수반을 중심으로 범부처 사업으로 추진한 국가들에 비해 단일 부처나 지방자치단체 중심으로 추진한 국가들에서는 정책 추진력이나 정책 효과가 상대적으로 부족했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김기웅 분당서울대병원 교수는 "국가치매계획이 실효를 거두기 위해서는 체계적 정책 성과 평가를 바탕으로 한 명확한 계획의 수립과 조정, 국가 단위의 범부처적 추진, 이를 뒷받침할 법적 기반이 중요함을 보여주는 연구 결과"라고 말했다. 이어 성수정 강동성심병원 교수는 "이번 연구가 국가 간 협력과 모범 사례 확산을 통해 국가치매관리의 실효성을 높일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좋은 참고자료가 될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