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재 기둥 1개, CO₂ 8.3kg 흡수
단열·지진 등 강점…재활용 탁월
서울시, 목조건물 탐방 프로그램 진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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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주인 최진혁씨(46)는 독일 주재원으로 있는 동안 목조주택에서 생활했다. 최씨는 "독일은 목조와 콘크리트를 혼합해 단독주택을 많이 짓는데, 아이들이 층간소음 걱정 없이 뛰어다니며 지낸 기억이 너무 좋았다. 또 환경에도 도움이 된다고 해 목자재를 선택하게 됐다"고 밝혔다.
최씨는 "목조건축물을 두드리면 일반 콘크리트와 소리가 다르다. 이 점 때문에 사람들은 목조가 약하다고 생각하는데 절대 약하지 않다. 목조건축물은 대들보를 촘촘히 넣어 건물 하부를 지탱하는데 옛 궁과 한옥을 보면 이 대들보 덕에 100~200년 유지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무엇보다 여름에 더 시원하고 겨울에 따뜻하다"며 "새집증후군도 없는 친환경적 느낌이 좋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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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는 이산화탄소를 저장하는 특성이 있다. 그간 목재를 생산하기 위한 벌목은 숲을 파괴한다는 부정적인 인식이 팽배했지만, 탄소흡수 능력이 떨어진 노령수목을 젊은 나무로 변경할 경우 더욱 건강한 숲을 조성할 수 있다. 50년생 소나무 1그루가 약 1년 6개월간 흡수하는 이산화탄소의 양은 8.3kg으로, 이는 목재 기둥 1개(길이 3m, 폭 10.5cm)에 담아둘 수 있는 이산화탄소 저장량과 같다. 제조·가공 과정에서도 목조건축은 기존 철근콘크리트 건축보다 단위면적(㎡)당 이산화탄소 배출이 약 25%에 불과하다.
이재혁 목조건축협회 건축가위원회 대표는 "대개 식물이 호흡을 하니 나무를 베면 안 된다고 생각하는데, 나무는 광합성을 하다 성장이 끝나면 흡수를 멈추고 이산화탄소를 저장하기 때문에 목초건축물은 탄소 저장탱크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목재는 기능적인 면에서도 우수하다. 단열성이 콘크리트의 7배, 철의 176배, 일반 단열재의 1.5배로 냉난방 에너지 절감 효과를 나타낸다. 무게 대비 인장강도는 콘크리트보다 약 225배, 철보다 4.4배나 된다.
재사용 또는 재활용률은 91% 수준에 달한다. 건축·토목·조경시설물 등 다양한 용도로 사용한 후 가구용 삭편판(PB), 섬유판(MDF)의 원재료나 목재칩, 펄프 등으로 다시 사용할 수 있다.
지진 등 외부 충격에도 강하다. 건물이 받는 충격은 자재 중량에 비례하는데, 목재는 다른 자재보다 가벼워 외부 충격에 강하다. 또 화재에 취약할 것 같지만, 열전달 속도가 늦어 화재 발생 시 대피 시간을 확보할 수 있어 상대적으로 인명피해를 줄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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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는 2021년 대지면적 1455㎡ 지상 1층, 연면적 692.5㎡ 규모의 문화예술공간을 조성했다. 하부엔 정릉천이 흐르고 상부엔 내부순환로가 지나가는 그늘지고 삭막했던 공간은 다양한 종목의 체육공간과 소규모 공연장, 주민 커뮤니티와 휴식 공간 등으로 재탄생했다. 오랫동안 버려진 공간으로 인식돼 온 고가도로 하부에 목자재를 사용한 건축물을 지어 주민편의시설을 확충한 것이다.
시는 친환경 목조건축 활성화와 인식 개선을 위해 다음 달까지 시민 대상 친환경 목조건축물 탐방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지난 14일 프로그램에 참여한 김수경씨(40·서대문구)는 "집을 지으려고 준비하고 있는데 목조주택은 어떻게 지어지나 궁금해서 와봤다"며 "콘크리트보다 나무로 짓는 게 환경에도 나에게도 도움이 된다고 하니 목조건축물로 지어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서울시에서 무료로 아주 좋은 프로그램을 만들어 주셔서 많이 배우고 간다"고 참여 소감을 말했다.
이인근 서울시 기후환경본부장은 "이번 친환경 목조건축물 탐방프로그램이 목조건축물에 대한 인식 전환의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며 "온실가스 감축효과가 탁월하고 정서적인 장점도 있는 목조건축물이 서울에서도 활성화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