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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조 K팝 걸그룹의 역사가 담긴 뮤지컬 '시스터즈'(SheStars) 연출을 맡은 박칼린은 13일 서울 종로구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에서 열린 프레스콜에서 "한국 음악계에 이렇게 멋진 선배들이 있었기에 오늘날 우리가 아는 수많은 걸그룹, 보이그룹들이 활동할 수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시스터즈'는 일제 강점기와 전쟁, 여성 가수에 대한 멸시 등 척박한 환경을 무릅쓰고 가요사에 족적을 남긴 걸그룹 선조의 연대기를 다룬 주크박스 뮤지컬이다. 한국 최초 걸그룹으로 불리는 '저고리 시스터즈'와 60년대 스타 '이시스터즈'부터 윤복희와 인순이라는 걸출한 가수를 배출한 '윤복희와 코리아 키튼즈', '희자매' 등의 이야기를 선보인다.
일제 강점기의 경성 조선극장, 미8군 무대, 에드 설리번 쇼 등 공연이 펼쳐졌던 역사적 무대는 아날로그 방식으로 재현해 자료화면을 보는 것처럼 연출한다. 또한 10인조 밴드는 관악 연주와 함께 '처녀 합창' '울릉도 트위스트' 등 시대를 풍미한 히트곡을 라이브로 연주한다.
10년 넘게 '시스터즈'를 계획했다는 박칼린은 "당시 가수들 의상과 무대는 사진 자료와 영상을 통해 고증했다"며 "음악도 라이브 밴드 연주를 통해 원본에 최대한 가깝게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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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은 시대별로 걸그룹의 대표곡을 들려주는 동시에 그들이 활동할 당시 배경도 함께 설명해준다. 1960년대 미국에 진출해 성공을 거둔 김시스터즈의 무대를 재현하는 장면에서는 이들이 주급으로 한화 1억7000만원 상당을 벌었다는 대사를 곁들인다.
'시스터즈'는 무대마다 배우들의 배역이 바뀌는 것이 특징이다. 배우 한 사람이 걸그룹 중심 멤버를 연기하는 동시에 단역으로도 출연한다. 코리아키튼즈의 윤복희로 출연한 배우가 다른 무대에서 의상을 갈아입고 희자매의 멤버로 출연하는 방식이다.
이날 프레스콜에서 바니걸스의 고재숙과 코리아키튼즈 멤버 등으로 출연한 홍서영은 "이런 식의 공연은 처음이어서 걱정도 많고 무서웠지만 에피소드도 많이 남았다"며 "무대에서 내 역할이 누구인지 헷갈리면 안 되니 몇 번씩 연습했다"고 얘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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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복희를 연기한 이예은은 "무대에서 춤을 추고 있는데 영화처럼 윤복희 선생님이 앉아계신 자리에 조명이 비춰졌다. 환하게 웃으며 즐기시는 모습에 형언할 수 없는 기분을 느꼈고 평생 잊기 힘든 경험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돌아봤다.
뮤지컬 '시스터즈'는 오는 11월 12일까지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무대에 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