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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상규 칼럼] 전세 사기 피해자들을 살릴 수 있는 경찰수사

[조상규 칼럼] 전세 사기 피해자들을 살릴 수 있는 경찰수사

기사승인 2023. 08. 07.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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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상규 변호사 / 경찰청 수사심의위원
조상규 변호사 / 경찰청 수사심의위원

 전세사기의 형태는 코인사기, 다단계, 유사수신행위 등 다수를 상대로 한 사기범죄가 가지고 있는 여러 가지 특징들을 그대로 가지고 있다. 사기범죄를 기획하고 실행하는 범죄자 그룹이 존재하고, 이들이 기획한 내용에 따라 다수의 피해자들이 기망당하여 금원을 편취당하며, 그 피해금액의 합은 천문학적인 액수이며, 다수의 피해자들은 전국으로 흩어져 있거나 서울권이라고 하더라도 수사관할이 여러 곳으로 나누어져 있다는 것이다. 


필자가 코인사기 등 전세사기 유사사건들의 피해자를 대리하여 고소하고 처벌 과정에 참여해 본 결과 사기꾼들에 대한 엄중한 처벌도 당연히 중요하지만 결국 피해자들이 피해회복을 제대로 하기 위해서 무엇이 필요할 것인지 심각하게 고민하게 되었다. 대부분은 사기꾼들이 재산을 이미 다 빼돌리고 자신의 명의로 재산을 가지고 있지 않은 무자력자가 되어 있기 때문에 피해자들은 허탈해질 수밖에 없다. 민사소송에서 가압류 및 가처분이 본안소송의 실질적인 효력을 담보해 낼 수 있는 것처럼 수사절차에서도 범죄자의 재산을 보전시키는 것이 매우 중요할 수밖에 없다. 


현재 '부패재산의 몰수 및 회복에 관한 특례법(부패재산몰수법)'에서는 제2조 정의 조항에서 '부패범죄'의 범위를 별표에 규정하여 횡령, 배임의 경우에는 그 제한이 없는데, 사기죄는 특정사기범죄(해당 범죄를 유사수신, 다단계, 범죄단체, 보이스피싱 사기, 상습 포함으로 한정하여 나열하였음)만 해당된다. 그러다 보니 전세사기가 부패범죄의 범위 내에 빠져 있는 입법공백이 발생한 것도 사실이다. 그러므로 부패범죄 중 사기죄의 범위를 특정사기범죄로 한정할 것이 아니라 수사기관과 법원의 재량판단을 믿고 사기죄 전체로 그 범위를 넓혀야 한다. 최근 김남국 의원 코인투기나 테라 권도형 사건에서도 자본시장법 적용이 어려워지자 단순 사기까지 검토하게 되는 상황에서 사기를 뺄 이유는 전혀 없다고 본다. 


부패범죄의 범위를 확대하여야 한다는 주장은 국회에서 발의된 부패재산몰수법 개정안에서도 찾아 볼 수 있다. 피해자가 1700여 명에 달하는 민생사건인 전세사기조차도 이러한 제도의 도움을 받지 못하는 처지에 있었다는 사실 자체에 대해 국회가 반성해야 할 일이다. 그렇다면 지금이라도 그 대상 범죄도 넓혀야 하고, 경찰수사에서 그 재량 범위를 충분히 주어 기소 전 추징보전 제도를 적극 활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경찰에서는 2020년 경찰 최초 기소 전 추징보전 인용 결정이 있었다. 피해자가 300여 명, 피해금액이 43억원 정도의 출장마사지 피싱 범죄였는데 해당 사건에서 기소 전 추징보전 결정으로 말미암아 전부는 아니라도 피해자들이 손해를 일부 배상받을 수 있게 되었다. 


필자가 최근 영등포경찰서에서 진행한 고소사건도 사기피해금액 30억원 정도였는데, 유명연예인에게 사기를 쳐서 최근 범죄자가 구속되어 수사가 진행되고 있는 사건이다. 해당 사건에서 영장청구 단계에서 경찰은 기소 전 추징보전명령을 신청하여 25억원 이상을 확보하는 성과를 거두었다. 주식, 계좌는 물론 명의신탁 해 놓은 부동산까지 추징보전명령의 범위 안으로 포섭되어 피해자에게 실질적인 피해회복이 가능한 길을 열어주었다. 해당 사건은 변호사법위반죄가 함께 포함되어 있었기에 기소 전 추징보전이 가능했고, 만약 특경사기로만 혐의가 인정되었다면 현행법상 기소 전 추징보전은 불가능했을 것이다. 그런데 이 사건에서 범죄자의 재산을 보전 조치해야 할 필요성이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까? 단순 사기죄에서도 30억 사기 치고 몸으로 때우는 것을 방지하고 피해자의 실질적인 피해회복을 위해서는 반드시 추징보전이 필요하다. 


하지만 실무상 문제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기소 전 추징보전 결정을 통해 재산을 동결하였는데, 피해자에게 실질적인 피해가 발생하지 않아 법원에서 최종 판결에 추징이 선고되지 아니하고 단순히 징역형만 선고된 사건이 있다. 해당 사건에서 피의자가 주택을 분양을 받아 계약금, 중도금까지 납입한 상태인데, 그사이에 부동산 가격이 폭등하였고, 분양업자가 추가공사를 했다는 등 온갖 핑계를 대면서 소유권이전등기를 해주지 않고 있는 사이에 법원에서 기소 전 추징보전 결정이 떨어졌다. 추징보전명령 때문에 피의자도 분양업자도 모두 이행을 할 수 없는 상황에서 분양업자는 잔금지급을 요청하여 피의자가 잔금을 공탁했음에도 불구하고 계약을 해제해 버린 사건이다. 결국 법원은 피의자의 위험범위 내에서 발생한 사건이고 분양업자의 해제권 행사는 정당하다고 판단하여 그사이 부동산의 시세차익을 분양업자가 모두 가져가고 피의자는 부동산을 빼앗기고 계약금과 중도금을 반환받게 되는 경우도 있었다. 이는 애초부터 피해자에 대한 피해회복이 다 이루어져 있는 상태였기 때문에 기소 전 추징보전의 남용사례로 보아야 한다.  


기소 전 추징보전은 국가수사본부에서 진행되는 많은 제도적 검토 중에서도 최우선으로 진행해야 할 제도로 판단된다. 전세사기 피해자들이 피해금원을 되찾게 된다면 경찰 수사에 대한 신뢰와 감사함이 당연히 생길 수밖에 없다. 국가수사본부장 취임 2개월이 지났다.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수사기간이 길어졌다고 다들 비판 일색이다. 하지만 기소 전 추징보전명령 제도는 사기 피해자들의 실질적인 피해회복 영역까지 참여하여 그 성과를 낼 수 있는 좋은 제도다. 이를 적극 활용하고 성공사례들을 수집, 분석한다면 경찰 수사가 칭찬을 받을 수 있는 새로운 기회가 열릴 것이다.


※본란의 칼럼은 본지 견해와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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