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달 증가폭도 커지는 상황
5대은행 금리 상승에 연체율·NPL비율 상승
"손실흡수능력 제고 등 리스크 관리 강화 필요성 커져"
올 상반기에만 4조원 넘게 늘었는데, 지난해엔 1000억원 증가에 그친 점을 고려하면 가계대출 증가세가 더욱 가팔라지고 있는 셈이다.
미 연방준비제도(Fed)가 추가 금리인상을 단행하는 등 긴축기조를 이어가고,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도 금리인상에 대한 고민이 커지면서 시장금리가 다시 오름세로 전환했다. 이를 반영한 은행권 대출금리도 덩달아 오르면서 연체율 등 건전성 지표도 악화되고 있다.
31일 금융권에 따르면 6월 말 기준 은행권 가계대출 잔액은 총 1062조2534억원이다. 이는 지난해 말과 비교해 4조1705억원 증가한 규모다.
월별 증감 규모를 보면 1월부터 3월까지는 가계대출이 감소했다. 감소폭을 보면 1월 4조6755억원 감소에서 3월 7109억원 감소로, 그 규모가 크게 줄었다. 하지만 4월부터는 증가세로 돌아섰고, 6월에는 규모를 대폭 키워 5조8953억원 증가했다.
이에 대해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 가계대출은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증가규모가 확대됐다"면서 "부동산 규제 완화 정책으로 주택구입 자금 수요가 확대됐고, 전세자금대출도 늘면서 가계대출 증가폭을 키웠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 기간 대출금리도 함께 오르면서 대출자의 원리금 상환 부담이 커진 데다, 이에 따른 은행들의 건전성 리스크도 확대되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 5대 은행 새로 취급된 주담대(분할상환·만기 10년 이상)의 월별 평균금리를 보면, 지난 5월 4.25~4.62%에서 6월 4.31~4.79%로 상승했다. 하나은행만 이 기간 주담대 평균금리가 소폭 하락했을 뿐 4개 은행은 모두 올랐다.
이들 은행의 주담대 금리가 오른 데는 변동형 주담대의 기준금리가 되는 코픽스(자금조달비용지수)와, 은행채 금리가 일제히 상승했기 때문이다. 코픽스는 은행이 조달한 자금의 가중평균금리인데, 은행이 실제 취급한 예·적금과 은행채 등 수신상품 금리가 오르내릴 때 이를 반영해 움직인다.
지난 3월 말 3.8%대에서 움직이던 은행채(AAA등급·5년물)도 지난달 4.2%대까지 상승했다. 주담대 금리는 코픽스와 은행채 금리를 반영하기 때문에 함께 오를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 때문에 은행권 건전성 지표도 나빠지고 있다. 5대 은행의 연체율은 지난해 말과 비교해 06%포인트에서 0.8%포인트 상승했고, 부실채권 비중을 나타내는 고정이하여신비율도 이 기간 적게는 0.2%포인트에서 많게는 0.06%포인트 올랐다.
앞으로 시장금리는 더 오를 수 있는 데다 취약계층 증가 등으로 은행들의 건전성 지표는 더욱 나빠질 수 있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이에 은행들은 선제적으로 추가 충당금을 쌓는 등 손실흡수능력을 높이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연체율 등 건전성 지표는 아직은 안정적인 수준이지만 경기침체로 건전성 문제가 불거질 수 있는 만큼 리스크 관리를 강화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