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기부금 더해도 내년 재원 부족
저축은행 등 2금융권에서도 외면받는 금융 취약계층이 불법사금융 유혹에 빠지지 않게 하기 위해 금융당국이 지난 3월 '소액생계비대출(긴급생계비)'을 내놨다. 급전이 필요한 금융소비자들은 적극적으로 소액생계비대출을 이용했고, 전체 예산의 40%가 3개월만에 소진됐다.
이 때문에 올해 마련한 예산 1000억원이 조기 소진될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당국은 내년에도 이 사업을 지속할 계획이지만, 예산 마련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26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한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서민금융진흥원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3월 27일 시작된 소액생계비대출은 지난달 말까지 약 390억원이 취급됐다. 전체 예산이 1000억원인 점을 감안하면 사업 시작 3개월만에 40%가량이 취약계층에게 지원된 것이다.
소액생계비대출은 연체 유무와 상관없이 연소득 3500만원 이하, 신용평점 하위 20% 이하 저신용자를 대상으로 서민금융진흥원이 최대 100만원까지 당일 지급하는 정부 정책형 대출이다. 재원 1000억원은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마련 자금 500억원, 은행권 기부금 500억원으로 구성됐다.
이에 금융당국은 추가 재원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우선 국민행복기금에 유보돼 있는 금융사들의 초과회수금을 기부받아 소액생계비대출 재원으로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현재 121개 금융회사의 전체 초과회수금은 약 263억원 규모다. 이중 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은행 등 5대 은행이 60%(162억원)를 차지한다.
은행별로 보면 KB국민은행(97억원)과 신한은행(20억원), 하나은행(19억원), NH농협은행(8억5000만원)은 이사회의 승인을 받아 기부를 완료했다. 우리은행(16억원)은 다음달 중 이사회를 거쳐 기부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앞서 IBK기업은행도 12억6500만원을 기부했다.
문제는 국민행복기금 초과회수금을 기부받아 재원으로 활용한다고 해도 턱없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올해 사업 진행 속도를 보면 초과회수금 재원으로는 두 달도 지속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은행들은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500억원을 기부할 계획이지만, 이를 더해도 재원이 부족한 실정이다.
이에 일각에선 정부가 예산을 편성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앞서 금융위도 지난 5월 소액생계비 대출 재원으로 활용할 예산 1500억원을 신청했지만, 예산 편성에 반영될 지는 미지수다.
이정환 한양대 경제금융학부 교수는 "물가상승률 여파 등으로 정부가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는 상황이어서 예산 전반을 축소하는 분위기"라며 "은행권에서 기부금을 받는 식으로 운영해야 하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올해는 비재정으로 운영된 긴급생계비 사업에 대해 금융위가 예산을 요구해 온 상태"라며 "8월 중 심의를 거쳐 재정사업으로 운영할지 여부가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