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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재단 ‘신문 열독률’ 논란 쟁점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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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욱재 기자

승인 : 2023. 06. 28.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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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뱅크
한국언론진흥재단(언론재단)의 신문 '열독률' 조사가 투명성과 신뢰성 논란으로 연일 도마위에 오르고 있다.

언론사의 광고 단가 책정 등에 활용되는 신문 열독률 조사에서 각종 통계학적 오류 논란이 불거진 데다 열독률 조사를 위한 업체 선정심사위원도 특정 인맥을 중심으로 구성됐다는 의혹이 나오고 있어서다. 이와 관련 열독률 조사 논란의 몇가지 쟁점을 짚어 봤다.

2021년 7월 문화체육관광부는 기존 활용되던 ABC부수공사 결과를 정부 광고 등에 활용하지 않고, 전국 5만명 국민을 대상으로 한 '구독자 조사', 언론중재위원회의 직권 조정 건수, 자율심의기구 참여 및 심의 결과 등 언론의 '사회적 책임' 관련 자료 등을 활용한 대체지표를 새로 도입하겠다고 발표해 정부 광고 제도가 본격 개편됐다.

그러나 표본 5000명 수준이었던 여론조사가 10배로 늘어나고, '사회적 책임'이라는 새로운 지표가 추가되면서 주관적 판단이 개입될 여지가 크다는 논란이 이어지며 신뢰도에도 적지 않은 상처를 입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이같은 제도 변경 뒤 애초 열독률 1위였던 A언론사와 하위권이던 B언론사의 순위가 바뀌면서 광고 단가 순위도 바뀌게 되면서 논란이 더욱 커졌다.
취재 결과, 당시 언론재단 내부에서도 이 문제에 대한 문제제기가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언론재단 미디어연구센터를 중심으로 새 지표 구성을 위한 태스크포스(TF)가 꾸려졌는데, 통계학 전문가 등이 '5만명 표본조사가 통계학적으로 불필요하다'는 취지로 반대했다고 한다. 그러나 당시 미디어연구센터장인 C씨가 '표본이 늘어났으니 당연히 더 정확해질 것'이라는 취지로 문체부에 의견을 전달했고, 문체부도 이를 검증 없이 받아들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당시 조사 비용으로 7억원이 넘는 예산이 집행됐다. 통계학 전문가의 내부 의견이 묵살된 것이 사실이라면 거액의 혈세가 낭비된 셈이어서 책임론도 불가피해 보인다.

당시 언론재단에선 입찰을 통해 조사회사를 선정하는 과정도 도마위에 올랐다. 이 과정에서도 C씨와 가까운 특정 학교 출신 인사들이 선정심사평가위원으로 참여해 공정성이 침해됐을 수 있다는 의혹이다. 이에 조사회사 선정 과정에서 C씨의 입김이 크게 작용한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아시아투데이는 C씨의 입장을 듣기 위해 여러차례 연락을 시도했으나 답변을 하지 않았다.

언론사의 '사회적 책임'이라는 지표가 추가로 반영된 것도 논란이 되면서 쟁점으로 떠올랐다. 구체적으로 사회적 책무 지표는 △언론중재위원회 중재 결과(20점) △신문윤리위원회 서약참여여부(6점) △신문윤리위원회 심의 결과(4점) △광고자율심의기구 심의결과(4점) △편집위원회 설치 운영(3점) △독자권익위원회 설치운영(3점) 등으로 나눠 점수화됐고, 이러한 지표가 반영돼 언론사마다 광고단가에 변화가 일어났다. 사회적 책임의 비중은 전체 배점 비율의 40%에 달했다.

일각에선 당시 문체부와 언론재단이 사회적 책임 지표를 점수화시켜 합산하는 방식으로 열독률 조사 결과를 희석시킨 것이 아니냐는 주장도 제기된다. 언론중재위 중재 건수는 보도에 따른 일종의 리스크로 볼 수 있는데 기자가 100명인 언론사와 10명인 언론사가 언론중재위 중재 결과라는 단순 수치만으로 평가를 위한 비교 대상이 될 수 있느냐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당시 문체부와 언론재단은 이 지표 결과를 3500여 정부광고주에게 공개하고, 광고집행 지침으로 활용하도록 언론재단의 한 연구위원에게 온라인 강의를 할 것을 지시했다. 그러나 이 연구위원은 이 지표가 오류투성이라고 판단해 강의를 거부하고, 언론재단 이시장을 직접 찾아가 항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사태를 두고 국민의힘은 전날에 이어 28일에도 "방송농단에 이어 신문농단까지 저지른 문재인 정권의 언론장악 시도"라며 평가 시스템에 강한 의문을 제기했다.

김예령 국민의힘 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공정하게 가늠하기도 어려운 '사회적 책무' 점수라는 항목을 끼워 넣었으니, 정부가 신문사들을 줄 세우고 길들이겠다는 의도라고 밖에 의심할 수 없지 않나"라며 "2021년 기준 정부는 1조1000억원 가량의 광고비를 집행했다. 이 돈줄을 움켜쥐고 광고 지표까지 조작해가며 입맛에 맞는 신문사들을 집중적으로 지원하고 비판적인 신문사들을 압박하는 반민주적 '신문농단' 시도라고 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한편 언론재단은 이번 의혹에 대한 재단 측 입장을 묻는 질문에 "통계 조작 등 열독률 조작이 있었는지 조사할 예정이며, 사실 관계를 파악해 언론중재위원회 조정 신청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욱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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