팍스로비드 병용금기약물 많아 고령자 처방 제한
제프티 등 국산 대체 약물 개발 '의약주권' 가시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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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의료·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김우주 고려의대 감염내과 교수는 최근 서울특별시내과의사회 정기총회 및 학술대회에서 "올 가을과 겨울에 변이바이러스·면역감소·계절요인 등으로 코로나19 재유행이 예상되고 있다"며 "새로운 변이인 오미크론 XBB 변이 바이러스의 주도적 유행이 문제되는데 이 변이는 면역 회피 능력이 뛰어나다"고 말했다.
이어 김 교수는 "백신 예방이 가장 좋지만 그럼에도 확진자가 발생하면 항바이러스제를 투여해야 한다"며 "코로나19 엔데믹 시기에 고위험군 경증·중등증 환자에서 중증으로의 악화와 사망률을 낮추기 위해 5일 이내 조기 항바이러스제 치료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코로나 변이 대응에 한계가 있는 백신접종으로는 코로나 예방이 어려운 만큼 항바이러스 치료제 확보가 관건인 상황에서 팍스로비드와 대체제인 미국 머크(MSD)의 라게브리오가 대표적 코로나 치료제로 꼽힌다. 하지만 팍스로비드는 병용금지약물이 많다는 점이, 라게브리오는 낮은 효능 때문에 유럽에서 이미 사용승인 금지 권고 대상에 올랐다는 점이 문제다.
이런 상황에서 질병관리청은 지난 19일 팍스로비드의 예방효과 연구결과를 발표하고 "요양병원·시설 환자 등 60세 이상 환자의 중증화 및 사망 예방을 위해 확진 초기 치료제를 적극적으로 처방해 달라"고 당부했다.
팍스로비드는 60세 이상, 기저질환으로 중증의 코로나 진행 위험성이 있는 사람에게 투여할 수 있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팍스로비드 복용군은 미복용군 대비 중증화 예방(43%)과 사망 예방(33%)에 효과가 더 있음이 확인됐다. 특히 코로나19 중증 위험도가 높은 60세 이상 확진자 중 팍스로비드 복용군이 미복용군 대비 증증화 46%, 사망 33%의 예방효과가 있었다.
하지만 이는 간·신장질환자는 물론 병용금기약물(28종)이 많은 팍스로비드 특성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결과라는 지적도 있다. 요양병원·시설 입소 노인 대다수가 혈압약 등을 복용하는 고령자인 점을 감안할 때 팍스로비드의 적극적인 처방이 불가했고, 이는 요양병원·시설에서의 코로나 사망자 급증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실제 중대본 자료에 따르면 2020년 요양병원 코로나 사망자는 9.9%에서 지난해 28.6%로 치솟았다. 이 기간 코로나 치명률이 2%대에서 0%대로 낮아진 점을 고려하면 요양시설 내 집단감염이 주 요인으로, 이에 따른 적절한 치료대책을 수립하지 못한 결과라는 지적이다.
정부의 팍스로비드 효과 발표는 이미 한차례 유효기간을 연장한 팍스로비드의 운명과도 관련 있다는 분석도 있다. 팍스로비드는 지난 2021년 12월 안정성시험 자료에 근거해 유효기간 12개월로 최초 승인 받았고, 2022년 8월 기제출자료로 유효기간 18개월을 인정 받았다.
문제는 승인 이후 구입한 물량에 대해서도 6개월 연장이 타당하는 전문가 의견이 나왔다는 점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공개한 중앙약사심의위원회 회의록에 따르면 팍스로비드의 유효기간 연장의 타당성 자문과 관련해 위원 전원은 의료 현장 유통 물량의 유효기간을 늘리는데 동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연장 필요 물량은 지난해 10월말 기준 38만명분으로, 팍스로비드 처방이 지지부진한 상황을 감안할 때 상당량의 유효기간 연장이 불가피한 실정이다. 팍스로비드는 현재 전국 의료기관과 약국 등 4000여 곳에 보관중으로, 질병관리청은 팍스로비드의 적정 관리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서류 전수조사 및 약국 현장점검을 진행했다.
예산 낭비 지적 등을 우려한 관계당국은 팍스로비드의 안전성에 문제가 없다면 현장에서 사용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약의 유효기간을 인위적으로 연장하는 것에 대해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한 현직 의사는 "의약품의 유효기간 연장은 결코 바람직스럽지 않다"면서 "팍스로비드의 유효기간 연장 조치는 워낙 고가의 약이라 정부로서도 불가피한 측면이 있겠지만 국민적 동의나 공감이 전제돼야 한다. 특히 대안이 있다면 유효기간 연장은 절대 해선 안 될 조치"라고 말했다.
정부의 엔데믹 전환으로 국내 제약·바이오 회사들의 코로나 치료제 개발 의지가 많이 꺾인 상태이지만 현대바이오사이언스(현대바이오)는 '제프티', 일동제약은 일본 시노오기제약과 공동개발한 '조코바' 등을 통해 치료제 개발을 이어가고 있다.
현대바이오는 제프티의 긴급사용승인을 위해 임상2상과 임상3상을 결합한 300명 대상의 이중맹검·무작위배정 임상시험을 마치고 임상시험 결과와 효과를 최근 미국에서 열린 국제학술대회에서 발표하기도 했다. 우흥정 한림의대 교수는 발표에서 "각종 바이러스 감염증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밝혀진 니클로사마이드의 난제인 낮은 흡수율과 짧은 반감기를 극복해 사람의 바이러스 감염증 치료를 가능하게 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