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원일수 많으면 보험사기? “일상생활 불가면 보험금 지급해야”

보험사들, 심사 강화 등으로 입원시 보험사기 조사 철저
심평원 "일상생활 힘든 통증이라면 장기 입원 가능"

입원일수가 많아도 일상 생활 불가 수준의 질병임을 소명하면 보험금을 지급받을 수 있다/사진 = 게티이미지뱅크

#A씨는 2010년부터 2020년까지 총 80회, 1200일 가량 입원치료를 받아 여러 보험사들로부터 1억원의 보험금을 받았다. 당시 가입한 보험의 입원일당은 약 5만원으로 한 곳에서만 받아도 보험금이 6000만원에 달했다. 이에 보험사들은 A씨가 허위 또는 과다 입원했다고 보고 경찰에 A씨를 보험사기로 조사해 달라고 진정서를 냈다. 하지만 조사 결과 A씨는 일상생활이 불가능할 정도의 통증을 겪고 있는 강직성 척추염 환자였고, 수사기관의 불송치 결정으로 보험금을 받을 수 있었다.

12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과도한 입원일당을 이유로 보험사기 혐의로 조사를 받게 되도 입원 이유를 충분히 소명하면 보험금을 지급받을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실손의료보험 관련 백내장 수술을 받은 일부 환자들이 입원할 필요없는데도 입원을 하면서 통원이 아닌 입원 치료로 보험금을 청구해 보험사들의 심사가 강화된 상황이다. 앞서 A씨가 가입한 보험계약 약관에는 일정기간(보통 120~180일) 동안 보험금을 지급하고 그 다음 한동안은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는 면책기간(보통 180일)을 설정해 보험금 지급에 제한을 두고 있을 뿐 특별히 어떤 내용으로 입원을 했을때만 보험금을 지급한다는 제한을 두고 있다. 그러다 보니 환자가 어떤 병의 치료를 위해 입원을 했다고 주장하면 보험사 입장에서 딱히 약관의 규정만으로 이를 부정하고 보험금 지급을 거절하는 것이 쉽지 않았던 셈이다.

이에 보험사 입장에선 불필요한 장기입원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보험사는 보험금 지급 이후에 보험금을 돌려달라고 계약자측에 소송을 걸거나, 피보험자를 보험사기로 처벌해달라고 수사기관에 진정을 제기했던 사안이다.

하지만 A씨의 경우 허리와 무릎의 통증을 주된 이유로 치료를 받았는데, 강직성 척추염이 있어 통증의 정도가 매우 심해 마약성 진통제 주사를 맞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통증이 심할 때는 도저히 일상생활을 할 수 없어 수시로 입원을 할 수밖에 없었던 상황이었다. 또 A씨는 강직성 척추염으로 진단받기 전 여러 병원에서 입원치료를 받는 동안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해 점점 척추와 관절이 굳어지면서 정상적인 생활이 힘들어졌다.

수사가 진행되던 중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A씨가 받은 입원치료 중 절반 이상은 적정하다는 의견을 제시했고, 경찰은 이를 토대로 A씨의 입원 중 다소 치료 기간이 긴 부분이 있긴 하지만 보험금 편취의 의도가 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해 불송치 결정을 내렸다. 한세영 한앤율 법무법인 변호사는 "보험사의 진정으로 인해 보험사기 혐의로 조사를 받게 되었다면, 억울해하며 보험사 탓만을 할 것이 아니라 상황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수사기관에 입원이 필요했던 이유를 충분히 소명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