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오랜 기간 사회문제로 대두된 '철도 덕후' 집단이 재조명됐다.
최근 트위터 등 SNS에서는 열차가 지나가는 찰나의 순간을 찍기 위해 모여드는 '철도 덕후' 집단의 방해로 긴급 정지할 수밖에 없던 상황이 찍힌 영상이 공유됐고, 해당 영상은 닛테레 뉴스 등 현지 매체에서 지난 5일 일제히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일본 북부에 위치한 도치기현의 야이타시에서 6월 3일 JR 동일본 침대 특급 열차 카시오페이아가 요란한 경적을 울리면서 긴급 정지했다. 선로 바로 옆에서 위험하게 카메라로 열차를 촬영하려고 한 3명의 무리 때문이었다. 3명은 개인 사유지에 침입해 촬영 중이었고, 이 때문에 열차는 14분가량 운행 중단했다.
| | 0 |
카시오페이아 열차 촬영 하기 위해 모여든 철도 덕후들 /사진=트위터, 유튜브 |
영상에서는 문제를 일으킨 3명이 빠르게 도망치는 장면도 포착됐다. 이들이 모여 있던 장소는 도치기현 야이타시·가마스사카 역과 가타오카 역 사이에 전원이 펼쳐져 있어 철도 촬영지로 유명하다. 영상에 포착된 건 3명이었지만, 사실 이날 해당 장소에는 열차 사진을 찍기 위해 50여 명이 모여 있었다고 알려졌다.
경찰은 "악질적인 철도 사진 촬영자를 보면 신고해달라"고 당부했다.
JR 동일본 측도 "선로 등의 철도 부지나 개인 사유지에 들어가서 촬영하는 것은 절대로 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사건이 알려지자, 트위터에서는 한 철도 덕후가 열차 사진을 촬영하기 위해 선로 진입 벽을 오르려다가 역무원에 제지당하는 영상도 화제가 됐다. 영상을 공유한 트위터 이용자는 "최근 철도 덕후들의 행동은 너무 위험하다"라고 지적했다.
| | 0 |
역무원에 제지 당하는 일본 철도 덕후 /사진=트위터 |
이 밖에도 그동안 일본의 일부 몰상식한 철도 덕후들은 개인 농경지에서 물에 비친 열차 사진을 찍기 위해 농업용수 밸브를 허락 없이 열어 수만 평의 농경지를 물바다로 만들어 버리거나, 아예 위험을 무릅쓰고 선로에 가까이 따라붙어 문제 되기도 했다.
비단 일본에서만 일어나는 일은 아니다. 한국에서도 온라인커뮤니티 등에서는 철도 덕후 집단이 감행하는 행동들 때문에 서울교통공사에서 근무하는 이들이 어려움을 호소하는 사례가 상당수 있었다.
한 네티즌은 "철도 덕후들 진짜 심각하더라. 아이들 견학하는 프로그램을 매번 먼저 예약해서 다른 아이들 기회를 빼앗고, 견학 도와주는 직원에게 이상한 철도 지식 물어봐서는 모르면 창피 주고, 항의 전화한다고 하더라. 지하철 민원 중에도 하루에 몇 번씩 철도 덕후들이 꼬투리 잡고 열차 이름, 시간 말하면서 '점검은 언제 했냐', '흔들리는 것 같은데 처리 안 하냐' 등 매일 정신적 스트레스를 준다고 하더라"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 | 0 |
사진=대학생 익명 온라인 커뮤니티 에브리타임 |
국내 '철도 덕후'의 만행으로 알려진 사례로는 열차 사진을 남기기 위한 운행 방해뿐만 아니라 시설물 무단 침입, 승객 피해 등이 있다. 급기야 운행 중인 전동차의 행선 필름을 무단으로 뜯어가거나, 전동차의 제작 연도와 제조사가 쓰여 있는 표찰을 뜯어간 사례도 있다. 철도 운영 기관에 "○○호차 언제 운행하냐", "○○ 편성 어느 기지에 있냐", "열차 전장품이 교체됐던데 왜 그런 거냐" 등 불필요한 민원을 제기하며 피해를 끼쳤다.
반면, 잘못된 행동으로 사회적문제를 야기하는 게 아니라면, 철도에 대한 집단적 관심을 하나의 문화로 보기도 한다.
일본에서는 철도 덕후를 대상으로 한 관련 굿즈(상품)가 출시되면 불티나게 팔리고, 역에서 파는 도시락인 에키벤이 인기를 끈다.
국내에서는 고속철도 SRT 운영사인 SR이 내놓았던 캔버스백·에코백 철도 굿즈가 완판되기도 했다. 당시 경력 단절 여성들과 협업한 점이나 청년 디자이너들이 SRT 고속철도 안내 사인을 모티브로 만들었다는 점 등이 젊은 철도 덕후들의 감성을 저격했다는 평가를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