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반도체 감산 수준 등 점검 전망
SK, 손실 큰 반도체·석유사업 고심
현대차, 정세 따른 권역별 전략 관심
LG, 점유율 수성·수익률 확대 과제
6일 정부와 재계에 따르면 15개월 연속 적자를 보고 있는 우리나라 무역수지는 지난 1월 125억달러 적자에서 지난달 21억달러까지 그 폭을 크게 줄이는 데 성공했다. 정부는 흑자 전환시점에 대해 장담할 수 없다면서도 9월을 지목했다.
배경은 4대 그룹의 선전이다. 사상 최악의 반도체 부진이 하반기 드디어 상승 국면을 맞이하고, 매월 잘하고 있는 자동차와 배터리 수출이 더 크게 점프할 거란 관측에 따랐다. 이달 대기업들의 릴레이 전략회의도 급변하는 영업환경을 제대로 파악하고, 사업 방향과 투자 규모를 조정하는 데 촛점이 맞춰질 전망이다.
예정대로 진행될까. 지난해 5월말 국내 11대 기업이 향후 3~5년간 약 1060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발표한 지 이제 막 1년이 지났다. 삼성과 SK, 현대차와 LG를 비롯해 롯데와 포스코, 한화·GS·현대중공업그룹·신세계와 두산이 내놓은 투자 계획서였다.
삼성전자 반도체 수장 경계현 사장은 이달 하순께 전략회의를 열어 시장상황을 재점검 할 전망이다. 반도체 감산 수준은 삼성의 하반기 전략에 가장 중요한 결정 중 하나다. 삼성이 반도체 생산을 크게 줄이면서 시장의 재고물량은 2분기부터 의미 있는 감소가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챗GPT와 같은 생성형 AI의 도래로 서버시장에 급증하고 있는 고성능 메모리 수요도 집중해서 파고들어야 할 대목이다.
삼성의 TV와 가전사업을 총괄하는 한종희 DX부문 부회장 역시 전략회의를 연다. 난립하고 있는 폴더블폰 시장을 수성하기 위해 삼성은 7월께 한국에서 언팩 행사를 열어 갤럭시 폴드5와 플립5를 출시키로 했다. 올 여름 LG와 경쟁 중인 에어컨 성적표도 관심사다.
오는 15일 '2023 확대경영회의'를 여는 최태원 SK 회장도 고민이 많다. 감산 중인 하이닉스의 대규모 손실을 어떻게 버텨낼 지, 유가가 안전화 되면서 사놓은 석유의 재고평가 손실이 큰 SK이노베이션의 미래에 대해서다. 친환경에너지와 플라스틱 등 기후환경 관련 분야를 선도하겠다는 입장이지만 당장 돈이 되지 않는 그림이다. 반면 큰 돈이 필요한 배터리산업에 대한 투자를 이어가기 위해 고군분투 중이다.
7월 권역별 본부장 회의를 열 전망인 현대차는 글로벌 정세를 읽고 영업환경을 뚫어내는 게 가장 큰 난제다. 최근 외무고시 출신의 김일범 전 대통령의전비서관을 부사장으로 영입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전기차 원가 경쟁을 위해 테슬라를 비롯해 글로벌 완성차업체들과 벌이는 저렴하고 안정적인 공급망 확보 전쟁, 치킨게임에서 도태되고 있는 중국 전기차 업체들을 바라보면서 노릴 틈새시장 공략법까지 산적해 있다. 이제 시작되는 노조 하투를 어떻게 케어해야 할 지도 관심사다.
지난달 한달여에 걸쳐 전략보고회를 가진 LG는 비즈니스 고객을 만들어 내는 데 혈안이다. 올레드 TV에 집중하는 LG전자는 글로벌 경기 침체 직격탄을 맞고 있다. 점유율을 유지하면서도 수익을 높여야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효자로 급부상 중인 전장사업은 얼마나 빠르고 안정적인 캐시카우로 키워낼 수 있을 지가 관건이다. 1등 배터리는 중국 CATL과 BYD 등이 세계 점유율을 크게 늘리고 있어 우려가 나온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4월 LG에너지솔루션은 점유율 14.1%를 지키며 선전했지만 BYD에 밀려 2위에서 3위로 순위가 하락했다.
재계 관계자는 "하반기 전략회의는 경영환경을 점검하고 각 기업의 상황과 스탠스를 이해, 공유하는 데 가장 중요한 자리"라며 "투자 속도를 조정하고 미세 방향을 조정하는 등의 조율도 이어질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