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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예측하기 어려운 선거” 총선 치르는 태국, 군정 연장이냐 민정 복귀냐

“가장 예측하기 어려운 선거” 총선 치르는 태국, 군정 연장이냐 민정 복귀냐

기사승인 2023. 05. 14.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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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AILAND-POLITICS-VOTE
태국 총선이 14일 치러진 가운데 남부 나라티왓 지역 유권자들이 투표를 하기 위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다. /사진=AFP·연합
14일 태국의 차기 정부를 구성하기 위한 총선이 시작됐다. 쿠데타를 일으킨 군부 출신인 쁘라윳 짠오차 현 총리로 대표되는 보수세력과 '탁신 가문'의 패통탄 친나왓·진보성향의 전진당을 이끌고 있는 피타 림짜른낫이 맞붙는 이번 총선은 역대 최대 투표율을 달성할 것이란 기대처럼 가장 치열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총선은 지난 2014년, 당시 육군 참모총장이었던 쁘라윳 현 총리가 주도한 군부 쿠데타 이후 실시되는 두 번째 선거이자 2020년 대규모 반정부 시위 이후 처음으로 치러지는 선거다. 군부 쿠데타 이후 2019년에도 한 차례 선거가 치러졌지만 2017년 쁘라윳 정권이 만든 개헌안으로 쁘라윳 총리의 여당이 적은 의석으로도 재집권에 성공했다.

이번 선거는 "수십 년 동안 가장 예측하기 어려운 선거"로 꼽힌다. 하원의원 500명을 선출하는 이번 선거에는 70개에 가까운 정당에서 약 6000명의 후보들이 출마했다. 총선을 거쳐 7월 새 의회가 개원하면 500명의 새 하원의원들과 250명의 상원의원들이 함께 차기 총리를 선출한다. 상·하원 전체 합동회의에서 전체 정원의 과반 의석인 376석 이상을 확보해야 총리가 될 수 있다.

THAILAND-ELECTION/ <YONHAP NO-2257> (REUTERS)
14일 투표하고 있는 쁘라윳 짠오차 現 총리./제공=로이터·연합
◇"태국적 가치 수호" 내세운 쁘라윳 現 총리
친군부·보수세력의 여권은 쁘라윳 총리와 그의 '쿠데타 동기'인 쁘라윗 웡쑤완 부총리가 대표적인 총리 후보다. 잔여 임기 문제와 당권 투쟁이 겹치며 쁘라윳 총리는 이번 총선에서 집권당인 팔랑쁘라차랏당(PPRP)를 탈당하고 신생 정당 루엄타이쌍찻당(UTN)에서 출마했고, 쁘라윗 부총리가 집권당 PPRP의 총리 후보로 나섰다.

보수세력의 가장 큰 지지를 받고 있는 쁘라윳 총리는 유능한 정치가·태국적 가치의 수호자 이미지를 내세우고 있다. 그는 이번 총선에서 패배할 경우 정계에서 은퇴하겠다는 배수진까지 쳤지만 국립개발행정연구원(NIDA)이 이달 초 발표한 총리 후보 지지율 조사에서 그는 야권·진보세력의 피타·패통탄에게 밀려 14.84%의 지지율로 3위에 머물렀다. 2019년 개정된 헌법에 따라 군부가 지명한 상원이 남아 있는 만큼 하원에서 친군부·보수세력을 최대한 규합해야 재집권이 가능하다.

THAILAND ELECTIONS <YONHAP NO-2648> (EPA)
14일 투표하고 있는 패통탄 친나왓 프아타이당 총리 후보./제공=EPA·연합
◇'군부의 천적' 탁신 가문 막내딸 패통탄
이번 총선에선 군부와 탁신 가문이 또다시 맞붙는다. 탁신 친나왓 전 총리를 필두로 한 탁신 가문은 지난 20여년간 군부 정당의 천적으로 꼽혔다. 하지만 탁신 전 총리는 2006년 군부 쿠데타로 축출됐고, 2011년 총선으로 다시 집권한 그의 여동생 잉락 친나왓도 2014년 군부 쿠데타로 물러나 오누이가 나란히 망명길에 올랐다.

탁신 가문의 프아타이당은 마지막 선거였던 지난 2019년 가장 많은 의석을 차지했지만 정권을 잡지 못하며 제1여당에 머물고 있다. 그런만큼 이번 총선에서 압도적인 의석수를 얻는 승리가 간절하다. 탁신 전 총리의 막내딸이자 프아타이당을 이끄는 패통탄은 "프아타이당이 하원에서 압도적인 의석수를 얻는 것이 군부를 차단하는 가장 깨끗하고 빠른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 12일 방콕에서 열린 집회에서 "국민들은 변화를 원하고 우리는 (압도적인) 310석을 원한다"며 "5월 14일은 태국이 군부 통치에서 민주 통치로 바뀌는 역사적인 날이 될 것"이라며 투표를 독려했다.

THAILAND-POLITICS-VOTE-PITA <YONHAP NO-2393> (AFP)
14일 지지자들과 사진을 찍고 있는 피타 림짜른닷 전진당 총리 후보./제공=AFP·연합
◇막판 1위·변화의 기수 전진당과 피타
이번 총선이 자칫 쁘라윳 총리와 탁신가(家) 패통탄의 양자대결 구도로 보이지만 간과해선 안되는 인물이 있다. 젊은이들과 개혁파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 전진당의 피타 당대표다. 그는 이달 초 막판 여론조사에서 35.44%의 지지율을 기록하며 그간 1위를 기록했던 패통탄(지지율 29.2%)을 앞질렀다.

피타 전진당 대표는 태국에선 '불가침'의 영역인 군주제와 관련해 왕실모독죄를 개정하겠다는 공약을 내거는 등 개혁적인 목소리를 아끼지 않고 있다.

지난 2020년 태국의 젊은이들은 민주화·군정종식·개헌을 요구하며 곳곳에서 대규모 반정부 시위를 벌였다. 당시 시위를 주도했던 젊은 유권자들은 프아타이당과 전진당에 압도적인 지지를 보내고 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이번 총선 유권자 약 5200만 명 가운데 Y세대(26세~41세) 유권자는 약 28.9%·Z세대(18세~25세) 유권자는 12.8%에 달한다. 젊은이들의 표심도 이번 선거의 중요한 요소다.

당시 반정부 시위에 참가하는 등 시민단체 활동을 활발히 이어 온 낫차론(31)은 14일 아시아투데이에 "프아타이당의 개혁성향이 옅어지면서 젊은 유권자들이 전진당에 더 큰 지지를 보내고 있다. 젊은 세대에겐 사실 '재벌' 탁신 가문의 프아타이당도 어찌보면 족벌주의·포퓰리즘 등 철폐해야 할 구악이다. 그래도 군부란 '최악'이 있어서 가려진 것"이라 전했다.

민생 문제와 군부 집권 연장 저지·민주정치 복원 등이 화두가 되고 있는 이번 선거는 그 어느 때보다도 복잡할 것으로 보인다. 다수의 전문가들은 프아타이당과 전진당 모두 단독으로 정부를 구성할 만큼의 압도적인 승리를 거두기 어려울 것이라 예측하고 이들이 연정을 통해 집권을 시도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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