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동의 없이' 희생자 158명·생존자 292명 금융정보 조회
"광범위한 금융정보 수집, 과잉금지원칙에 위배" 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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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9이태원참사 유가족협의회와 시민대책회의 등은 이날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피해자들 의사에 반한 거래정보 등 제공 행위와 이를 허용하는 법률인 금융실명거래 및 비밀보장에 관한 법률(금융실명법)은 기본권을 침해한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1월 이태원 참사를 수사하던 경찰청 특별수사본부는 참사 당일 이태원역장의 지하철 무정차 통과 조치 적절성 확인 차 금융정보 영장을 발부받아 참사 희생자 158명과 생존자 292명 등 450명의 교통카드 사용 내역을 확보했다.
이 과정에서 교통카드 내역 뿐 아니라 입출금 내역 일부까지 조회가 이뤄졌다. 당시 서울경찰청은 금융사 업무 착오로 영장범위 밖 자료 2건을 회신 받았지만 폐기했다고 해명했다. 현행 금융실명법 제4조 제1항 단서 및 제1호는 '법원의 제출명령 또는 법관이 발부한 영장에 따른 거래정보 등의 제공'은 가능하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유족들은 해당 법 조항에 대해 "어떤 이유에서 자신들 거래정보 등이 경찰에 제공됐고 활용됐는지 알 수 있는 방법이 없고, 의견을 개진하거나 이에 불복하기 위한 구제수단 역시 제공받지 못했다"며 "이는 헌법 제12조 적법절차 원칙을 위반해 개인정보자기결정권 등 기본권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유족들은 금융실명법이 거래정보 등 제공 대상이 되는 정보주체를 최소한으로 제한하거나 구분하고 있지 않는 점도 지적했다. 이들은 "해당 법은 보충성 원칙, 사전고지 절차 등 필요 최소한의 수집을 보장하거나 정보 주체 의사를 확인하는 최소한의 절차적 요건도 마련하고 있지 않다"며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된다"고 언급했다.
또 경찰이 금융정보를 광범위하게 수집한 행위에 대해서도 "피해자들 동의를 받아 필요 정보를 최소한 범위에서 획득할 수 있었지만 입출금내역을 포함해 불필요한 정보를 광범위하게 수집해 과잉금지원칙을 위배했다"고 비판했다.
유족 측은 '무차별적인 금융정보조회'가 헌법에 따른 인권보호의무도 침해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헌법 제10조에 따른 기본적 인권 보호 의무에는 수사절차에서 범죄 피해자 인권을 적극 보호해야 하는 수사기관 의무도 포함된다. 하지만 피해자 의사에 반해 거래정보 등이 광범위하게 제공된 것을 방지하기 위한 어떤 조치나 절차적 장치가 없었다"며 경찰의 금융정보 조회 행위와 금융실명법은 위헌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