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분양 이력 과잉공급 지역 인식
부동산 규제 풀려도 물량 해소에 난항
8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3~4월 서울에서 분양한 주요 아파트 단지들이 예비당첨자 계약 과정에서 물량을 모두 털어냈다. 지난달 청약을 받은 동대문구 '휘경 자이 디센시아'(휘경3구역 재개발 아파트)는 지난달 29일 완판됐다. 지난달 23일 정당계약을 실시한 이후 불과 6일 만이다.
앞서 3월 청약 접수를 받은 영등포구 '영등포 자이 디그니티'(양평12구역 재개발 아파트)도 예비당첨자 계약과정에서 185가구가 100% 계약을 마쳤다.
이들 단지는 분양 당시 청약 1순위부터 수요자들이 대거 몰리면서 흥행이 예견됐던 아파트다. 영등포 자이 디그니티의 1순위 청약 경쟁률은 198.8대 1로, 올해 서울 청약시장에서 가장 경쟁이 치열했다. 98가구 모집에 청약통장 1만9478건이 들어왔다. 휘경 자이 디센시아는 1순위 청약 329가구 모집에 1만7013건이 접수됐다. 평균 청약 경쟁률이 51.7대 1로 영등포 자이 디그니티 다음으로 높았다.
영등포 자이 디그니티는 1·3 대책 이후 서울에서 선보인 첫 분양 단지로 수요자들의 주목을 받으면서 올해 1~4월 서울에서 가장 많은 청약통장을 쓸어 담았다. 지하철 5호선 양평역이 바로 인근에 있는 초역세권 단지로 도심 접근성이 좋다. 휘경 자이 디센시아도 지하철 1호선·경의중앙선 회기역 역세권 단지로 도심 이동이 편리하다. 시세 대비 분양가가 낮게 책정된 것도 한몫했다. 전용면적 84㎡형 기준으로 영등포 자이 디그니티 분양가는 11억6600만~11억7900만원, 휘경 자이 디센시아는 8억2000만~9억7600만원이었다.
반면 청약을 받은 지 1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미분양인 단지들도 있다. 고분양가 논란이 일었던 단지라는 공통점이 있다.
강북구 미아동 '한화 포레나 미아'(삼양사거리특별계획3구역 재개발 아파트)는 지난해 4월 분양에 나섰지만 아직까지 물량을 모두 털어내지 못했다. 8일 기준 한 자릿수 가구가 남은 것으로 전해졌다.
청약 당시 이 아파트 분양가가 전용 84㎡형 기준 10억원 선이었는데, 이후 인근 집값이 많이 떨어지면서 이제는 신축 아파트보다 더 비싼 수준이 됐다. 한화 포레나 미아 인근에 있는 신축 단지인 '꿈의숲 효성해링턴플레이스' 전용 84㎡형(2019년 9월 준공·총 1028가구)은 이달 7억8000만원에 팔렸다.
지난해 3월 분양한 강북구 수유동 '칸타빌 수유 팰리스'도 여전히 물량이 남아 있다. 이 단지는 지난달 216가구 중 69가구에 대해 무순위 청약을 진행했으나 3개 주택형이 미달됐다. 무순위 청약률은 1.59에 그쳤다. 후분양 아파트로 지난해 7월 이미 입주했다. 전용 59㎡형 분양가를 당초(8억20만~9억2490만원) 대비 3억원가량 내렸지만 수요자들의 선택을 받지 못한 것이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 랩장은 "서울이라도 분양가와 입지, 건설사 브랜드 등에 따라 분양시장이 극과 극을 달린다"며 "한번 미분양이 난 곳은 과잉 공급 지역으로 인식돼 부동산 규제가 풀리더라도 물량 해소가 여의치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