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세대 반도체 산업 일군 연구자
|
26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반도체산업협회(SIA)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링크드인에 "역사상 가장 위대한 개척자이자 혁신가인 고든 무어의 죽음을 애도한다"며 "무어의 법칙으로 구현된 그의 상징적인 비전은 반도체 기술을 새로운 차원으로 끌어올리고 세상을 영원히 더 나은 방향으로 변화시킨 수많은 혁신에 영감을 줬다"고 남겼다. SIA는 또 "그의 죽음은 한 시대의 끝을 의미하지만, 그의 유산은 영원히 남을 것"이라고 존경심을 표했다.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의 링크드인 계정에는 무어 창업주를 추모하는 글이 속속 게재되고 있다. 경계현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장 사장은 링크드인에 "고든 무어는 우리 업계의 절대적인 선구자였다"며 "이러한 놀라운 영향력에 깊은 애도를 표한다"고 남겼다.
네덜란드 반도체 장비사 ASML은 "반도체 산업은 아이콘을 잃었다. 고든 무어 박사는 겸손한 과학자이자 뛰어난 엔지니어, 카리스마 넘치는 리더로 기술 세계를 개척했다"며 "우리는 거인의 어깨 위에 서 있다"고 남겼다.
대만 TSMC는 "인텔의 공동 설립자이자 초기 반도체 산업의 개척자 중 1명인 고든 무어의 상실을 애도한다"며 "1965년 그가 이야기 한 '무어의 법칙'은 우리 산업의 기본 엔지니어링 법칙이 됐다"고 했다.
모리스창 TSMC 창업주도 "고든의 사망 소식에 매우 슬프다. 그는 60년 이상 동안 위대하고 존경받는 친구였다"며 "고든이 떠나면서 거의 모든 1세대 반도체 동료들이 사라졌다"고 전했다.
|
산제이 마호트라 마이크론테크놀로지 CEO는 "기술 산업에 종사하는 우리는 거인의 어깨 위에 서 있다는 표현을 즐겨써 왔다"며 "고든 무어보다 반도체 산업에서 키가 큰 사람은 없었다"고 그를 기억했다.
무어는 반도체 업계 종사자라면 누구나 교과서에서 배운 전설적인 연구자이자 경영자다. 1929년 1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태어나 남쪽 해안 마을 페스카데로에서 자란 그는 1946년 산호세 주립대 화학과에 입학했다. 이후 캘리포니아 공과대에서 1954년 화학과 물리학 박사 학위를 받고 반도체 업계에 뛰어들었다.
특히 그가 주장했던 '무어의 법칙'은 세상을 바꾼 혁신적 아이디어로 통한다. 무어는 1965년 과학저널 '일렉트로닉스(Electronics)'투고 논문에서 기술 향상으로 인해 반도체 회로의 집적도가 매년 2배로 증가한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이런 추세가 향후 10년 간 유지될 것으로 봤다. 이후 1975년 그는 2년 마다 집적도가 2배씩 증가한다고 예측을 수정했다. 무어의 예측은 현실화됐고, 반도체 업계의 상식이 됐다. 무어의 친구였던 캘리포니아공대 카버 미드 교수는 반도체 기술의 발전이 무어의 예측대로 흘러가자 이를 '무어의 법칙'이라고 불렀다.
|
무어는 1960년대 초창기 실리콘밸리 멤버 중 1명이다. 1968년 로버트 노이스와 인텔을 공동 창업했고, 이후 앤디 그로브를 영입했다. 인텔은 한때 100%에 가까운 중앙처리장치(CPU) 시장점유율을 기록했는데(물론 지금도 90%대), 무어와 노이스, 그로브가 주축이 된 3명의 '트로이카' 역할이 컸다. 무어는 1979년 인텔 이사회 의장과 CEO를 맡았다. 1997년까지 회장직을 수행했다.
은퇴 후에는 자선활동가로 변신했다. 2000년 아내와 '고든 앤 베티 무어 재단'을 설립하고 과학발전과 환경 보호 운동을 지원해왔다. 지금까지 기부 금액만 51억 달러(약 6조 6300억원) 이상이다. 포브스는 무어의 순 자산을 72억 달러(약 9조 3600억원)로 추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