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인촌 "파우스트 역이 이렇게 힘든 줄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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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파우스트'에서 치명적인 악마 메피스토 역을 맡은 배우 박해수는 21일 서울 강서구 LG아트센터서울에서 열린 연습실 공개 행사에서 "배우와 창작진이 10살 어린이가 된 것처럼 자유로운 상상력으로 만든 장면이 많다"며 이같이 말했다.
파우스트 박사와 악마 메피스토의 이야기를 통해 인간 욕망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는 괴테의 고전 '파우스트'가 오는 31일부터 다음 달 29일까지 서울 강서구 LG아트센터 서울 LG시그니처홀 무대에 오른다.
드라마 '오징어게임' '수리남' '종이의 집' 등에 출연해 유명해진 박해수는 오랜만에 연극 무대로 돌아와 메피스토로 분한다.
비열하고 잔인하면서도 장난기 넘치는 메피스토를 연기하는 그는 "마냥 악해 보이기보다 악의 평범함에 주목했다"면서 "함께 연습하는 배우들과 놀이터에서 뛰놀 듯 몸과 마음을 열고 연습하다 보니 인물이 만들어졌다"고 설명했다.
박해수는 이번 공연에서 원로 배우 유인촌과 함께 호흡을 맞춘다. 1997년 '파우스트' 공연에서 메피스토 역을 맡았던 유인촌은 이번에 처음으로 파우스트 박사 역에 도전한다.
유인촌은 "예전에 메피소토를 연기할 때 파우스트 역이 이렇게 힘든 줄 몰랐다"며 "인간으로서 가장 높은 수준의 지식에 도달했음에도 뭔가를 더 갈망하는, 그러면서도 품격을 잃지 않는 인물을 표현해내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유인촌은 "박해수의 메피스토는 살아있는 지금의 인물이다"며 "예전에 내가 메피스토를 연기했을 때와 전혀 다른, 이 시대에 맞는 메피스토를 박해수가 만들어가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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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 연출은 이 작품에 관해 "시대와 공간, 문화와 언어를 뛰어넘어 인간 본질을 다룬다"며 "메피스토의 대사 중 많은 부분이 치열하게 경쟁하고 욕망하는 현대인의 속마음을 꿰뚫어 보는 게 많다"고 말했다.
이번 공연에서 그는 컴퓨터 그래픽 등을 활용한 현대적인 무대 미술과 연출로 현대의 관객에게 어색하지 않은 고전을 선보일 계획이다.
지난해 개관한 LG아트센터서울에서 공연하는 첫 연극인 '파우스트'는 독일 문학의 거장 괴테가 60여 년에 걸쳐 완성한 작품이다. 세상의 모든 지식을 섭렵한 파우스트 박사가 악마 메피스토와 위험한 계약을 맺으며 펼쳐지는 실존적 고민을 그린다.
이번 공연에는 젊은 시절의 파우스트로 박은석이 출연하며 영화 '말할 수 없는 비밀'에서 주연을 맡았던 원진아가 그레첸 역으로 처음 연극에 도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