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로 쓰인 최초 책 125장 10권 5책 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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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김해한글박물관에 따르면 용비어천가 원본은 국립한글박물관 소장 유물로 김해한글박물관은 125장의 가사가 수록된 10권 5책 원본 전체를 대여해 전국 박물관 최초로 원본 전체를 공개한다. 김해한글박물관은 공립박물관 최초 언어전문박물관으로 올 2월 국립한글박물관과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교류 전시 등 협력사업을 이어가고 있다.
전시 기간은 한글날인 다음달 9일부터 11월 13일까지로 원본 전시는 10월 9~19일 11일간이며 나머지 기간은 영인본을 전시한다. 또 실감미디어를 활용해 세종대왕의 애민정신이 집약된 훈민정음 창제 원리를 설명하고 용비어천가 속 순우리말 단어들을 전시한다.
'뿌리 깊은 나무는 바람에 흔들리지 않아…'로 시작하는 2장 가사가 널리 알려져 있는 용비어천가는 조선 4대 왕 세종에 앞선 6명 선조들의 행적을 노래한 서사시로 세종 27년(1445)에 편찬되어 세종 29년(1447)에 발간됐다.
용비어천가는 세종 25년(1443) 훈민정음 창제 이후 훈민정음을 시험하기 위해 한글로 쓴 최초의 책이자 세종 28년(1446) 한글 반포 이전에 지은 유일한 한글 작품으로 책 속에 담긴 125장의 가사는 가장 최초의 한글 사용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 국어사 연구에도 중요한 자료가 된다.
완질은 10권 5책이며 세종 때 발행된 초간본 외에도 여러 차례 중간본이 출간되었는데 모두 목판본이다. 임진왜란·병자호란 이후 광해군 4년(만력본), 효종 10년(순치본), 문예 중흥기의 영조 41년(건륭본)에도 간행됐다.
조선 왕업의 정당성과 6마리의 용으로 표현되는 세종의 아버지와 할아버지와 또 그 할아버지를 찬양하는 노래라고 생각하기 쉬운 용비어천가는 그러나 '뿌리 깊은 나무가 흔들리지 않고 샘이 깊은 물이 마르지 않아 좋은 꽃과 열매를 맺고 내를 이뤄 바다까지 간다'는 2장 가사를 보면 '나라의 근본은 곧 백성이니 그 뜻을 잊지 말라'는 백성을 위해 지어진 노래임을 짐작할 수 있다.
이러한 의도는 '…백성의 고통을 모르면 하늘이 버리시나니 이 뜻을 잊지 마소서(116장)', '백성이 하늘이거늘 … 나라의 근본이 곧 약해지니 이 뜻을 잊지 마소서(120장)', '…하늘을 공경하고 백성을 위해 힘써야 나라가 더욱 굳건해진다(125장)' 등 곳곳에서 직접적으로 나타난다. 따라서 용비어천가는 백성의 어려움을 외면하고 그들의 뜻을 저버리면 천명으로 나라를 세웠지만 결국 나라가 어려워질 것이니 이 뜻을 잊지 말라는 세종의 애민정신이 담겨 있다.
홍태용 김해시장은 "한글 창제 이후 세종 시대 문화 역량을 집대성한 용비어천가 원본 전체를 시민들에게 공개할 수 있어 대단히 기쁘다"라며 "한글로 쓰인 최초 책과 노래를 만날 수 있는 기회인 만큼 많은 관심을 바란다"고 밝혔다.
김해시는 지역 출신 근현대 국어학계의 거목 한뫼 이윤재(1888∼1943)·눈뫼 허웅(1918∼2004) 선생의 업적을 기리기 위해 지난해 11월 김해한글박물관을 개관했으며 이곳은 최초 한글 공문서인 선조국문유서(보물 제951호) 등 한글과 관련된 보물 1점과 7000여점의 유물을 소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