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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단정은 24일 유엔총회에 참석한 왕이(王毅)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행한 연설을 살펴봐도 절대 과장이 아니라고 할 수 있다. 당 기관지 런민르바오(人民日報)를 비롯한 언론의 25일 보도를 종합하면 그는 이 연설에서 우선 "중국의 내정에 간섭하려는 어떤 책략도 전체 중국인의 강한 반대에 직면할 것이다. 중국의 통일을 방해하려는 어떤 움직임도 역사의 수레바퀴에 깔려 부서질 것이다"라면서 '하나의 중국' 원칙에 반하는 행보를 보이는 미국에게 강력한 경고를 날렸다.
이어 "중화인민공화국 정부가 모든 중국을 유일하게 대표한다"고 강조한 후 "중국이 완전히 통일돼야 대만해협에 진정한 평화가 찾아올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대만을 '흡수통일'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고 할 수 있다. 사실상 대만에 경고를 보내면서 무력 침공의 가능성까지 강조했다고 봐야 한다.
23일 왕 외교부장과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의 회담 역시 거론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1시간 30분 동안 이어진 이 회담에서 둘은 중점 현안인 대만 문제를 놓고 거친 설전을 벌인 것으로 보인다. 중국 외교부가 회담 관련 성명에서 "미국이 대만에 매우 잘못되고 위험한 신호를 보내고 있다"고 비난한 사실만 봐도 좋다.
양국 외무장관 회담 전날 왕 외교부장이 '아시아 소사이어티' 연설에서 "중국과 미국의 관계가 바닥까지 떨어졌다"고 강조한 것도 크게 다르지 않다. "양국 관계가 파탄이 날 수도 있다"면서 대만 문제를 잘 다루라고 경고한 것 역시 마찬가지라고 해야 한다. 그가 이 연설을 한 다음날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을 만나 "일부 대국이 사리사욕을 추구하고 있다"고 미국을 대놓고 비판한 것은 이로 보면 하나 이상할 것도 없다.
현재 미국은 대만을 국가로 인정하는 요지의 내용을 담은 '대만정책법' 입법을 추진하고 있다. 대만은 이에 잔뜩 고무돼 '하나의 중국' 정책에 반하는 노선을 걸어가고 있다. 중국이 묵과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왕 외교부장의 잇따른 작심 발언은 다 까닭이 있다고 해야 한다. 양안 및 미·중 관계가 상당히 심각한 상황이라는 것은 굳이 설명을 필요로 하지 않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