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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안군의회 소속 A 의원은 3일 오후 9시경 만취한 상태로 군청에 들어가 약 30여 분간 17개부서 중 10개 부서를 돌며, 야근 중인 공무원들을 상대로 '혈세 낭비'라고 지적하는 등 이해할 수 없는 언행을 한 뒤 돌아갔다.
4일 군청 공직자들에 따르면 당시 A의원은 술 냄새를 풍기며 사무실 문을 열고 들어가 감찰을 하듯 업무 중인 공직자의 PC 화면을 쳐다보고 야근 사유를 묻는 한편, '불을 다 켜면 에너지 소비가 심한데 혈세 낭비 아니냐'라고 지적했다.
이에 신규 공직자 등 일부 직원들은 술에 취한 A의원을 알아보지 못하고 악성 민원인으로 착각해 공포에 떨기도 했다.
태안군의회와 태안군청은 별도의 기관으로 군의원은 공직자의 감찰 권한이 없는 데다 음주 상태에서의 행동으로 오히려 의원으로서의 품위와 신뢰를 떨어트렸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군 공직자들은 물론 군민들도 당황스럽다는 반응을 보이며, 공개 사과를 요구하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한 공직자는 "누군가가 술 냄새를 풍기며 밤늦은 시간에 갑자기 사무실을 방문하면 다들 놀라지 않겠냐"며 "타 기관인 군의회 소속 의원이 공직 감찰을 한다는 건 들어본 적도 없고 있어서도 안될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해당 의원은 군민을 위해 밤늦게까지 열심히 일하는 공직자들을 상대로 술에 취해 이치와 권한에 맞지 않는 언행을 했다"며 "그의 행동은 최근 지속되고 있는 시위 등으로 힘들어하고 있는 공직자들을 두 번 죽이는 처사"라고 비판했다.
한 군민은 "군의원은 선출직 공무원으로서 타의 모범이 되고 군민들에게 귀감이 돼야 한다"며 "술에 취해 그것도 심야에 군청 각 부서를 돌며 야근 중인 공무원들을 상대로 격려는 못할망정 그런 추태를 부려서야 되겠나. A의원은 당장 공직자와 군민들에게 공개사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A의원은 "어제 직원들과 회식한 후 군청에 왔는데 청사에 불이 환하게 켜져 있었다. 그래서 직원 2명과 함께 청사에 올라가 불이 켜져 있는 부서에만 들렀다"며 "여러명 있는 부서도 있었지만 1~2명만 있는 부서도 있어서 무슨 일을 하는지 묻고, 격려하고 돌아온 사실이 있다"고 해명했다.
해당 군의원은 과거 제7대 군의원으로 활동하며 SNS에 정치인 합성 사진을 게재한 것이 드러나 논란을 일으킨 바 있으며 제9대 군의회 개원식에서는 의원 윤리강령 낭독 시 홀로 착석해 있는 등 돌출 행동을 한데 이어, 취임 한 달여 만인 이날 또다시 의원 신분으로서 부적절한 행동을 해 공직자와 군민들의 입방아에 오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