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멘트·레미콘·주류·철강업계 '긴장'
정부 "엄정 대응…아직 큰 차질 없어"
울산서 조합원 4명 공무집행방해 검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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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물연대는 7일 0시부터 총파업에 돌입, 집단 운송거부에 들어갔다. 이날 오전 10시 부산·인천·경남 등 전국 12개 지역에서 지역본부별로 파업 출정식을 열고, 오후에는 충남·제주 등 지역에서 집회를 열었다. 출정식에는 화물연대 조합원 2만2000명의 약 37% 수준인 8200명이 참여한 것으로 추산됐다.
이날부터 전국 곳곳서 물류 차질이 현실화됐다. 시멘트·레미콘 업계는 타격을 피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국내 2700여대 있는 시멘트 가루 운송용 벌크시멘트트레일러(BCT) 차량의 차주 절반 가량이 화물연대 소속이기 때문이다. 이날 수도권으로 시멘트를 공급하는 의왕 유통기지는 화물연대 차량이 진입로를 막아 시멘트 운송이 전면 중단됐다. 충북 단양과 제천, 강원 영월 등 주요 시멘트 공장에서도 화물연대의 점거로 시멘트 출하가 멈췄다.
제철 업계에도 파업 피해가 우려되고 있다. 포항제철소는 하루 물동량 약 4만9000톤 가운데 화물연대 파업으로 약 2만톤의 출하가 지연될 것으로 봤다. 현대제철 포항공장도 9000톤의 출하가 전면 중단됐다.
이번 파업이 여름철 성수기 ‘주류 대란’을 불러올 가능성도 크다. 하이트진로의 이천공장, 청주공장의 제품 출고가 지연되자 일부 편의점은 해당 소주 제품 발주에 제한을 걸었다. 급기야 주류 도매상들은 직접 공장에 트럭을 끌고 와 제품 운송에 나서기도 했다.
수소차를 타는 차주들은 차량을 제때 충전하기 어렵게 됐다. 현재 국내 대부분 수소충전소는 수소 저장·운송장비를 장착한 화물차량을 통해 산업단지로부터 수소를 공급받고 있기 때문이다.
화물연대는 경윳값 폭등으로 ‘안전 운임제’ 없이는 생계유지가 곤란한 상황이라며 일몰제로 도입된 해당 제도의 유지를 요구하고 있다. 이외에도 △운송료 인상 △지입제 폐지 및 화물 운송산업 구조 개혁 △노동기본권 확대 및 화물노동자 권리 보장 등을 주장하고 있다.
정부는 법이 허용하는 권리 행사는 보호하되 불법행위는 엄단하겠다는 입장이다.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국토부)는 “주요 화주와 운송업체들이 집단 운송 거부에 대비해 상당수 물류는 사전에 운송됐고, 항만 등 주요 물류거점의 상황을 고려하면 아직은 전국적인 물류 피해는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며 “단순 집회가 아닌 정상 운행차량의 운송방해 행위에 대해서는 경찰과 협조해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국토부는 “화물연대 요구사항인 안전운임제 일몰제 폐지 등과 관련해서는 언제나 적극적으로 대화에 나설 준비가 돼 있다”며 “일선 화물차 운전종사자들은 명분 없는 집단행동에 동조하지 말고 생업에 지속적으로 종사해주시기를 당부 드린다”고 말했다.
국토부는 부산항·인천항 등 주요 물류거점에 군위탁 차량 등 관용 컨테이너 수송차량을 투입하는 등 비상수송대책에 나선 가운데 운송방해행위, 물리적 충돌 등 불법행위 차단을 위해 주요 물류거점에 경찰력을 배치했다.
경찰도 화물연대 운송방해 등 불법행위에 즉각 대응키로 했다. 김창룡 경찰청장은 이날 오전 내부 지시를 통해 “불법행위자는 최대한 현장 검거를 원칙으로 하고 예상 가능한 상황별 조치 계획을 사전에 마련해 불법 상황을 조기 해소해야 한다”며 각급 지휘관에게 불법행위가 발생할 경우 비상 근무에 준하는 가용인력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즉각 대응할 것을 주문했다. 경찰은 또 차량을 이용한 불법행위에 대해서는 처벌과 함께 운전면허 정지·취소 등 행정처분을 병행키로 했다.
한편 이날 울산에서는 경찰과 조합원 간의 무력 충돌이 빚어졌다. 오후 2시40분께 남구 석유화학단지 출입구에 대기하던 조합원 200여명은 왕복 4차로를 막으며 화물차량 통행을 방해했고 이를 저지하려는 경찰과 대치했다. 이 과정에서 경찰관 4명이 타박상을 입었고, 조합원 4명은 공무집행방해 혐의 등으로 검거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