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기연장·상환유예 등 금융지원으로 착시효과
조치 종료시 자영업자 부실 쏟아질 수도
특히 대출 만기연장과 원리금 상환유예 등 코로나19 금융지원이 9월 이후에는 종료되는 만큼 잠재 부실이 한꺼번에 터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17일 한국은행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정의당 장혜영 의원에게 제출한 자영업자 부채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전체 자영업자 대출 잔액은 909조2000억원으로 1년 전보다는 13.2%, 코로나19 사태 직전인 2019년 말과 비교하면 32.7% 급증했다. 코로나19 사태로 직격탄을 맞은 자영업자와 소상공인들이 그 동안 대출로 근근이 버텨왔다는 얘기다.
하지만 최근 시장금리가 빠르게 오르면서 이들이 지게 될 이자부담도 한층 무거워질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행 제출 자료를 보면 대출금리가 1% 오르면 자영업자가 지불해야 할 이자부담만 6조4000억원 증가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지난 14일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린 1.5%로 결정했는데 전문가들은 한은이 연말까지 2.0%까지 인상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지난해 말 1%였던 기준금리가 1년 새 1%가 올라간다는 얘기다.
게다가 자영업자 대출자 중 절반 이상이 여러 금융사에서 돈을 빌린 다중채무자라는 점도 위험 요인이다. 작년 말 기준 다중채무 자영업자 수는 148만명으로 전체 자영업자 차주 중 56.5%를 차지했다. 대출잔액으로 보면 630조5000억원으로 전체 자영업자 대출의 69.3%에 달했다.
코로나19 금융지원으로 부실이 드러나지 않고 있다는 점도 문제다. 실제 국내은행 개인사업자 대출 연체율은 지난 2월 기준 0.20%로 1년 전보다 오히려 0.06%포인트 낮았다.
이에 대해 금융권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정부가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을 지원하기 위해 대출 만기연장과 원리금 상환유예 조치를 4차례 연장했는데, 이 때문에 대출은 늘어나는 상황에서 건전성 지표는 떨어지는 착시가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오는 9월 코로나19 금융조치가 종료되면 이자를 낼 능력이 없는 자영업자들의 잠재 부실이 쏟아질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지난해 말 기준 은행과 2금융, 정책금융기관까지 포함해 이자상환을 유예한 대출액은 5조1000억원에 이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