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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욱 멀어지는 러-日’…러시아, 일본과 평화조약 협상 중단 선언

‘더욱 멀어지는 러-日’…러시아, 일본과 평화조약 협상 중단 선언

기사승인 2022. 03. 22.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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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on <YONHAP NO-5916> (AP)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전면 침공한 지난달 24일(현지시간) 일본 도쿄의 시민들이 거리에서 호외 신문을 받아들고 있다./사진=AP 연합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사태 관련 대러 제재에 참여한 일본에 대해 “현재 상황에서 일본과 평화조약 체결 협상을 계속할 수 없다”며 논의 중단을 선언했다. 또 영토분쟁 지역인 남쿠릴열도의 공동 경제활동 합의를 탈퇴하고 일본인들의 무비자 방문도 중단키로 했다. 남쿠릴열도를 둘러싸고 영유권 분쟁을 벌여오던 러시아와 일본이 우크라이나 사태로 더욱 거리가 멀어지는 모양새다.

22일 마이니치신문에 따르면 전날 러시아 외무부는 ‘일본 정부 결정에 대한 대응조치에 관한 성명’을 통해 “일본 정부는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해 명백히 비우호적이고 일방적인 제재 조치를 도입했다”고 비난했다. 이어 일본과의 평화조약 체결 협상에 대해 “러시아의 이익을 해치려는 나라와 양자 관계 기본 문서 서명 논의가 불가능하다”며 협상 중단 의사를 밝혔다.

또 러시아 외무부는 2016년 12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아베 신조 당시 일본 총리가 남쿠릴열도에서 공동 경제활동을 하기로 한 합의에 대해서도 탈퇴한다고 밝혔다. 이어 “남쿠릴열도와 일본 사이의 무비자 방문에 관한 1991년 협정과 옛 남쿠릴열도 거주 일본인들의 고향 방문 절차 간소화에 관한 1999년 협정에 근거한 일본인들의 무비자 여행을 중단시키기로 결정했다”고 덧붙였다.

러시아 외무부는 “양국 관계와 일본 이익을 해치는 조치의 책임은 상호 유익한 협력과 선린 관계 발전 대신 의도적으로 반러 노선을 택한 일본 정부에 있다”고 비난했다.

일본 정부는 즉각 자국에 책임을 돌린 러시아를 비난하고 부당한 조치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항의했다. 이날 오전 참의원 예산 위원회에서 기시다 후미오 총리는 러시아의 평화조약 협상 중단에 대해 “이번 사태는 모두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략하면서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것을 러일 관계에 전가하려는 행태는 극히 부당하며, 결단코 받아들일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향후 조약 협상에 대해 “북방영토(남쿠릴열도) 문제를 해결하고 평화조약을 체결한다는 기본적인 정부의 입장에는 변화가 없다”고 덧붙였다.

마츠노 히로카즈 일본 관방장관도 이날 오전 기자회견에서 야마다 시게오 일본 외무성 외무심의관이 주일러시아대사에 일본 정부의 입장을 전달하고 항의했다고 밝혔다. 마츠노 장관은 “조약협상 중단에 대해 러시아 측으로부터 사전 설명은 없었다”고 말했다.

러시아의 이번 조치로 남쿠릴열도가 고향인 일본인들은 생전에 고향에 돌아갈 수 있을지 미지수가 됐다며 크게 낙담하고 있다. 옛 남쿠릴열도 거주 일본인들의 평균연령은 지난해 3월 기준 86세에 달한다. 어린 시절을 남쿠릴열도의 시코탄섬에서 보낸 한 88세 남성은 “북방영토가 (제재의) 보복으로 쓰일 수 있다는 각오는 하고 있었다”면서 “또다시 전쟁이라는 걷잡을 수 없는 사건에 휘말렸다”고 토로했다.

제2차 세계대전에서 적국으로 맞서 싸운 러시아와 일본은 남쿠릴열도를 둘러싼 영토 분쟁으로 아직 평화조약을 체결하지 못하고 있다. 일본은 1855년 제정 러시아와 체결한 통상 및 국경에 관한 양자조약을 근거로 러시아가 실효 지배 중인 홋카이도 북쪽의 이투루프, 쿠나시르, 시코탄, 하보마이 군도 등 남쿠릴열도 4개 섬의 영유권을 주장하고 있다.

반면 러시아는 남쿠릴열도가 1951년 샌프란시스코 강화조약 등에 따라 법적으로 러시아에 귀속됐다며 반환 불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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