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진보 후보 당선시에만 재빠르게 소식 전해
길게는 일주일 간 침묵할 때도 있어
통일부 "북한 반응 있을 시 바로 알릴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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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당선된 만큼 북한의 반응도 최소 2~3일은 걸릴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북한이 그동안 보수 정당의 후보가 당선되면 대부분 시일을 미뤄 소식을 전해왔다. 이번에도 자신들의 입장에서 썩 마음에 들지 않는 보수 후보가 당선됐기 때문에 재빠른 반응을 내놓을 가능성은 높지 않다.
조선중앙통신과 노동신문 등 여러 북한 매체들은 남측의 대선 결과를 전하지 않고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국가우주개발국 시찰 소식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소식 등만을 보도했다. 남측 소식은 코로나19 확진자 급증 관련 보도가 전부다. 관영매체들은 물론 대외선전매체인 우리민족끼리, 메아리 등도 대선 소식은 전하지 않았다.
북한은 ‘선제타격론’, ‘사드배치’ 등 대북 강경발언을 쏟아낸 윤석열 당선인에게 원색적인 표현의 거친 비난을 이어왔다. 대선 하루 전날인 8일에도 선전매체 려명은 “자기가 집권하면 일본과의 관계를 시급히 개선하겠다고 공공연히 떠벌이며 친일을 고취하고 있다”며 “국민의힘 패거리야말로 을사오적 이완용도 찜쪄먹을 특등 매국노 집단”이라고 비난했다. 다른 매체 메아리는 윤 당선인의 기차 내 구둣발 올리기 논란을 언급했다. 매체는 “어릴 때부터 금수저로 성장해온 데다 무소불위 검사 출신이라 국민이 사람으로 보이지 않는 것”이라고 비꼬았다.
북한은 보통 남측 대선 결과에 대해 보수·진보 후보의 당선 여부에 따라 명확히 갈렸다. 앞서 소개한대로 보수 후보가 당선되면 매우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며 비난했으나 진보 후보가 당선되면 상대적으로 우호적인 평가를 내리며 남북관계 개선의지를 드러내기도 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당선됐던 지난 제18대 대선 때는 관련 보도를 전하며 아예 박근혜 전 대통령의 이름을 누락했다. 득표율도 생략한채 “새누리당 후보가 근소한 차이로 당선됐다”고만 전했다. 제17대 대선 당시 북한은 이명박 전 대통령이 당선되자 일주일 간 아무런 반응도 하지 않았다.
반면 문재인 대통령이 당선된 제19대 대선 당시 북한은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 기관지 조선신보가 “정권교체를 이루어낸 민중의 힘”이라며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며 관련 소식을 빠르게 전했다. 제16대 대선에선 노무현 전 대통령이 당선되자 북한 매체들이 대선 이틀 뒤부터 관련 소식을 일제히 전하기도 했다.
◇통일부 “북한, 대선 언급 없어”… 정찰위성 관련 “모든 가능성에 대비”
통일부 당국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이와 관련해 “현재까지는 대선결과에 대한 북한의 언급이 확인되지 않았다”며 “과거 대선 사례를 보면 북한은 경우에 따라 다르지만 바로 다음날 길게는 일주일 정도 후에 남측의 대선 결과를 소개하고, 간단한 논평 등을 하는 형태로 매체를 통해 보도해왔다”고 설명했다. 이어 “매해 조금씩 다르지만 이런 형태가 반복됐다”며 “평균적으로 대선 이후 2~3일 안에 이런 반응을 보여왔다”고 덧붙였다. 이 당국자는 “북한의 반응이 나오면 즉시 알려드릴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김 위원장이 이날 다량의 정찰위성을 5년 안에 배치할 것이라고 밝힌 것에 대해 이 당국자는 “우주개발국은 북한이 2013년에 우주개발관련법을 채택하면서 신설된 곳으로 우주개발국의 작전 실행과 사업에 대한 지도감독을 담당하는 기관”이라며 “보도를 기준으로 해당기관을 방문해 현지지도를 한 것은 2015년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라고 설명했다. 이어 “지금까지 김정은 공개활동에 대해 일일이 논평하지 않았다”며 “앞서 여러 차례 말한 것처럼 이 상황을 예단하지 않고 미국 등 국제사회와 긴밀히 공조하면서 북한동향을 면밀히 살피고 모든 가능성에 대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당국자는 “계속 강조한대로 북한도 우리 정부와 국제사회가 일관되게 촉구한대로 더 이상의 긴장행위를 조성하지 말고 국제사회와 약속한 핵 모라토리엄 준수 등 평화와 협력을 위해 행동할 것을 촉구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