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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룸버그통신은 25일(현지시간) “엔비디아가 일본 소프트뱅크로부터 ARM 인수를 조용히 포기할 준비를 하고있다”고 보도했다.
엔비디아는 ARM 인수를 위해 미국, 영국, 유럽, 중국 등의 규제기관에서 승인을 받아야 한다. 하지만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엔비디아의 ARM 인수 금액은 400억 달러(약 47조9000억 원)에 달한다.
지난 연말 미국 연방거래위원회는 “엔비디아가 ARM을 인수해 차세대 기술의 혁신 파이프라인을 방해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며 인수를 막는 소송을 제기했다.
영국 경쟁시장국 역시 지난해 “엔비디아의 ARM 인수는 불공정한 경쟁이 우려되는 사안”이라고 밝혔다. 영국 당국은 지난해 11월 국가 안보를 이유로 거래에 대한 조사를 진행 중이다.
유럽연합(EU) 역시 엔비디아의 ARM 인수가 “ARM의 IP에 대한 접근을 제한시킬 우려가 크다”며 지난해 10월부터 조사에 착수했다.
주요국 공정거래 당국에서 이토록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이유는 ARM의 비즈니스 특수성 때문이다. ARM은 반도체 설계 툴, 설계 특허 등을 보유한 회사다. 반도체 설계를 원하는 기업은 ARM에서 원하는 설계도를 구매해 쓸 수 있다. ARM이 보유한 설계도의 일부만 쓸 수도 있다. 퀄컴, 삼성전자, 애플 등 주요 빅테크 기업들은 물론 전세계 반도체 설계 스타트업이 ARM의 설계 툴을 활용해왔다.
하지만 엔비디아라는 특정 반도체 기업이 ARM을 인수하면 이해관계에 따라 ARM의 기술을 쓰지 못하는 기업이 나올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블룸버그는 “반도체 업계에서는 처음부터 이 거래의 성사 여부에 큰 의구심이 있었다”며 “ARM은 반도체 업계의 중립국 ‘스위스’ 같은 존재인데 한 반도체 회사가 이를 통제한다는 전망은 규제 당국과 경쟁사들의 비판을 받기에 충분했다”고 평가했다.
엔비디아가 ARM 인수를 포기하면 ARM의 대주주 소프트뱅크도 피해를 입을 전망이다. 엔비디아는 12억5000만달러의 인수 중단 수수료를 물어야 한다. 소프트뱅크에 지급한 7억5000만 달러의 예치금도 잃게 된다.
블룸버그는 소프트뱅크가 ARM 매각 실패에 대한 ‘플랜B’로 기업공개(IPO)를 준비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블룸버그는 “소프트뱅크는 ARM을 2016년 240억 파운드(320억 달러)에 인수했지만, 현재는 반도체 산업이 더욱 중요해졌다”며 “더 높은 가치를 시장에서 받을 수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한편 엔비디아의 대변인은 “ARM과의 거래가 경쟁과 혁신을 증대시킬 것”이라고 답변했고, 소프트뱅크의 대변인 또한 “이번 거래 승인에 여전히 희망을 갖고 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