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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크메르타임스에 따르면 캄보디아 11번 국도 준공식에 참석한 훈센 총리는 이날 미얀마 군정이 임명한 운나 마웅 린 장관과 회담한다고 밝혔다. 훈센 총리는 “7일 캄보디아를 대표해 미얀마 외교장관을 만난다. 미얀마 당국(군정)과 협력하지 않으면 누구와 협력하겠는가”라며 “우리는 아세안의 원칙과 헌장을 위반하지 않을 것이지만 유엔(UN)의 것을 아세안에 적용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훈센 총리는 “UN의 구조가 아세안의 구조는 아니다. 유엔의 모델을 아세안에 함께 사용할 수는 없다”며 “아세안 헌장에는 아세안이 회원국을 추방할 권리가 없다고 명시돼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그는 지난 2007년 필리핀에서 열렸던 아세안 정상회담 당시 아세안 회원국의 제명에 관한 논의를 언급하며 “심각한 실수를 저지른 회원국을 제명하겠단 문제에서 누가 심각한 실수를 판단하느냐. 심각한 실수의 정의는 무엇이냐. 당시 어떤 정상도 이 질문에 답하지 않았다”며 “아세안의 연대와 번영을 유지하기 위해선 합의가 최우선 과제”라고 밝혔다.
훈센 총리의 이같은 발언은 지난 2일 그가 “어떠한 전제 조건도 없이 미얀마와 논의하고 미얀마를 방문할 준비가 돼있다”고 밝힌 이후 보다 구체적으로 나온 발언이다. 훈센 총리는 6일에도 “미얀마도 아세안의 가족이므로 회의에 참석할 권리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아세안은 지난 10월 말 열린 정상회의에서 흘라잉 총사령관의 참석을 불허했다. 미얀마 군정이 아세안 특사의 아웅산 수치 국가고문 면담·유혈진압 중단 등 미얀마 사태 해결을 위한 아세안과의 5개항 합의를 이행하지 않은데 따른 조치였다. 당시 훈센 총리는 흘라잉 총사령관의 참석이 배제된 것에 강한 불만을 제기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내년도 아세안 의장국을 수임하게 될 캄보디아의 총리가 쿠데타 미얀마 군정을 감싸는 발언을 잇따라 내놓으며 향후 미얀마 사태에 대한 아세안의 대응에 변수가 생길 것으로 보인다. 전날 미얀마 군정은 쿠데타 이전 민선정부를 이끌던 아웅산 수치 국가고문과 윈민 대통령에게 선동과 코로나19 방역수칙 위반 등으로 징역 4년형을 선고했다. 당일 사면의 일환으로 4년형을 2년형으로 감형했지만 군정에 대한 국제사회의 비판의 목소리는 여전히 거세다.
특히 동남아시아 국가 의원들의 모임인 ‘인권을 위한 아세안 의원들(APHR)’도 성명을 내 “이번 선고는 아세안이 불법적인 정권 탈취에 반대하는 입장을 유지해야 하는 또 다른 이유”라며 “모든 군정 대표자들의 참석을 불허하고, 합법적으로 선출된 반군부 민주 진영과 관계를 맺을 것을 촉구한다”며 군정을 비판했다.
대표적인 친중성향의 지도자이자 야당탄압·장남으로의 권력세습 등으로 미국·유럽연합(EU) 및 국제인권단체들과 부딪혀 온 훈센 총리의 이번 발언은 군부에 맞서고 있는 국민통합정부(NUG) 등 민주진영과 아세안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한편 1948년부터 유엔 회원국이었던 미얀마는 현재 군정과 NUG가 각각 미얀마 대표 자리를 주장하고 있다. 이달 초 유엔 자격심사위원회는 아웅산 수치 고문의 민선정부가 임명한 유엔 주재 미얀마 대사이자 NUG를 지지하고 있는 초 모 툰 대사의 지위 유지를 승인하고 군정의 유엔 가입은 보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