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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체크] 노태문의 무선사업부, 애플에 텃밭 한국까지 빼앗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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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은 기자

승인 : 2021. 06. 28. 07:06

삼성 스마트폰 3대 무선사업부장
LG 판매점서 아이폰 판매 추진에 긴급회의
하반기 야심작 폴더블 성패에 명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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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태문 삼성전자 무선사업부장(사장)의 걱정이 하나 더 늘었다. 애플이 LG전자와 손잡고 국내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어서다. 스마트폰용 부품 부족에 따른 원가 상승, ‘갤럭시S21 팬에디션’ 출시 불투명, 갤럭시노트의 빈 자리를 폴더블시리즈가 과연 메울 수 있을지 등 이미 무선사업부의 현안이 산적해있는데 LG전자와 애플까지 변수로 등장한 셈이다. ‘2년차’ 노 사장 앞에 만만치 않은 암초가 가득한 상황이다.

◇애플-LG의 한국 시장 공략
27일 전자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무선사업부와 한국총괄, 주요 이동통신사는 최근 긴급회의를 열고 LG베스트샵에서 아이폰 판매할 때 국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논의했다. 국내 스마트폰 시장은 갤럭시 점유율이 70%를 육박하는 삼성전자의 텃밭이다.

LG베스트샵은 LG전자의 자회사 하이프라자가 운영하는 LG전자 전문 가전, 모바일 기기 판매점이다. 전국 400여개 매장을 운영 중인데, 지난해 매출만 2조8905억원에 이른다. 하이프라자와 애플은 LG베스트샵의 모바일 판매공간에서 아이폰과 애플워치를 판매하는 방안을 수개월째 검토하고 있다. LG전자가 다음 달 말 스마트폰 사업을 철수하면 이 공간에서 판매할 기기가 없어서다.

애플도 이번 협상에 적극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LG전자 가전은 한국 시장에서 프리미엄 그 이상의 이미지를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한국 공식매장이 두 곳(가로수길, 여의도)뿐인 애플로선 LG베스트샵에 입점해 소비자와 접점을 넓힐 수 있다. 애플이 한국 소비자들로부터 질타 받아온 애프터서비스(AS) 문제도 LG전자와 협력으로 해결할 수 있다.
◇5G 스마트폰 시장 4위…전체 출하량 1위 자존심 구겨져
국내뿐 아니라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 저하도 삼성전자 스마트폰 사업의 걱정거리다.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SA)는 삼성전자가 1분기 5G 스마트폰을 1700만대(12.5%) 출하해 애플, 중국 업체에 이어 4위를 차지했다고 밝혔다. 1위는 애플(29.8%), 2~3위는 오포(15.8%)와 비보(14.3%)가 차지했다.

전체 스마트폰 출하량 1위인 삼성전자가 5G 스마트폰 점유율에서 밀리는 이유는 중국 시장을 잃었기 때문이다. 세계이동통신사업자연합회는 중국의 5G 스마트폰 판매 비중이 지난해 전체의 53%를 넘겼다고 밝혔다. 삼성전자의 중국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은 0%대다. 중국 스마트폰 브랜드의 급성장, 갤럭시노트7 폭발사태 당시 중국산 배터리를 원인으로 꼽은 점 등이 소비자들이 등을 돌린 이유다.

삼성전자가 중국 다음으로 낙점한 인도 스마트폰 시장 상황도 녹록치 않다. 중국 샤오미와 경쟁이 치열한데다 2분기 인도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이 심각해지면서 생산·판매에 차질을 빚고 있어서다. 삼성전자는 인도에서 스마트폰 온라인 판매를 확대하는 등 적극 대응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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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럭시S21 시리즈/제공=삼성전자
◇‘노태문 체제’ 갤럭시 생태계 확대는 호평, 하드웨어 급나누기는 불평…하반기 폴더블 성패에 명운 걸려
노 사장은 ‘스마트폰 시대’ 삼성전자의 3대 무선사업부장이다. ‘갤럭시의 아버지’ 신종균 부회장을 시작으로 고동진 사장을 거쳐 노 사장이 이끌고 있다.

2년차 노 사장에 대한 평가는 공과(功過)가 분명하다. 일단 갤럭시 스마트폰, 태블릿, 갤럭시북, PC 등으로 연결되는 ‘갤럭시 생태계’의 확장은 박수를 받고 있다. 스마트폰과 태블릿PC 등 여러 기기에서 동시에 하나의 소프트웨어로 작업할 수 있고, 파일을 주고 받는 방법이 간단해졌다. 삼성전자 노트북을 새로 구매했을 때 기존 제품의 설정을 그대로 옮겨올 수도 있다. 마이크로소프트, 인텔 등과 협업 범위를 넓힌 덕분이다. 삼성전자는 스마트폰 운영체제 3년, 보안 업데이트 4년을 제공하는데 이는 안드로이드 진영에서 가장 긴 기간이다.

다만 스마트폰 라인업별 급 나누기, 소비자에게 혼란을 주는 복잡한 이름, 기본 앱 광고 탑재 등은 불만을 자아내고 있다. 삼성전자가 중저가 단말일수록 여러 센서를 빼 노골적인 원가절감을 꾀한다는 지적도 제기된 지 오래다. 갤럭시A 시리즈는 3, 5, 7 순으로 숫자가 커질 수록 성능이 높아진다. 하지만 갤럭시A5보다 나은 갤럭시A3처럼 기종별 성능차가 큰 점 등을 지적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삼성전자 내부에서도 스마트폰 사업의 미래를 재점검하고 있다. 고수익을 보장하던 프리미엄 스마트폰 판매 감소를 심각하게 여기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올해는 하반기 프리미엄폰 판매를 책임지던 노트 시리즈 대신 폴더블 시리즈만 내놓는다. 삼성전자가 폴더블 스마트폰 500만대 고지를 넘으려면, 소비자들에게 스마트폰을 접어야 하는 이유를 납득시키는 것이 우선이라는 반응도 나온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연초부터 시작된 무선사업부에 대한 경영진단이 최근까지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박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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