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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리자는 진나라 혜왕의 배다른 동생으로, 지혜가 풍부해 ‘지혜의 주머니’라고 불렸다. 이런 저리자가 풍수계에도 전설적인 인물이다. 다소 의외라 생각할 수 있는데, 그는 좋은 곳에 묘를 쓰면 복을 받아 잘된다는 장지흥왕설의 창시자로 알려져 있다. 장지흥왕설은 비록 후세 학자들에 의해 많은 비판을 받았지만, 현재까지도 음택풍수가 발전하고 선호되는 근본이 된 논리다. 효라는 관점에서 보면 비판만이 능사가 아니라 할 것이다. 부모가 살아서 효를 다하고 돌아가신 후에도 효를 다해야 한다는 명분을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다.
효를 실천할 것을 요구만 한 것이 아니라 효를 실천하면 반드시 복이 돌아갈 것이라는 반대급부를 제시하고 있다. 굉장히 앞선 사고이고 현대적인 논리와도 부합하고 있어 칭찬받아 마땅하다. 이미 자본주의의 기본적인 사고가 풍수이론 속에 수용됐다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기’(史記)의 기록에 따르면, 저리자 사후에 위남 장대의 동쪽에 묻혔는데, 그는 생전에 자신의 묘지 양측에 천자의 궁전이 들어선다고 예측했다. 한나라 때에 이르러 마침 장락궁이 묘지의 동쪽에, 미앙궁은 그 서쪽에 들어선다. 그의 예측이 정확히 들어맞았던 것이다. 이 예측으로 인해 저리자는 풍수 역사상 전설적인 인물이 되어 후세 풍수가들에 의해 장지흥왕론의 기여자라고 추앙받고 있다. 현재 저리자의 무덤은 남아 있지 않으나, 굉장히 흥미로운 예측을 했고 저리자의 주장이 맞았으므로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유발하는 것은 당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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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에도 많은 풍수가들이 예측을 한다. 가장 비근한 예가 ‘누가 대통령에 당선될 것인가’라는 예측이다. 나름 자신만의 노하우를 바탕으로 예측하는 것이지만 타당한 근거를 바탕으로 하기보단 직관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다. 필자도 지금까지 몇 번의 대통령 선거를 거치면서, 여야 후보의 생가와 선산을 답사하고 예측을 내놓은 바 있다. 여론조사에서 어느 후보가 1등을 달리면 선입견에 매몰되는 경우도 있으나, 합리적인 판단기준에 따라 해석해 보면 전혀 다른 결과가 도출되기도 한다. 이때 당당히 자신의 소신을 밝히기 어렵지만 나만의 생각을 밝혔을 때, 학생들의 질책 아닌 질책을 들어야 만했다. 안 맞으면 어떡하려고 그런 주장을 하냐는 핀잔을 들어야만 했던 것이다. 그럼에도 결과는 필자의 주장이 어김없이 맞았고 큰소리를 쳐야 하는 상황이 됐을 때는, 너무나 당연한 것을 무슨 자랑하냐는 식이었으니 참 덕이 없다고 할 것이다. 미래에 대한 예측은 고도의 직관과 실력을 겸비해야만 가능한 것인데, 현대에 와서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는 상황이다. 풍수가들의 예측은 신의 영역이라기보다 미신의 영역이라 매도하기 바쁜 현실은 안타까움이 크다.
/박정해 한양대학교 동양문화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