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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미얀마 양곤의 대학생 A씨는 아시아투데이에 이렇게 전했다. 미얀마 나우와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전날 미얀마 최대 도시인 양곤을 비롯해 전국에서는 군부를 규탄하는 대규모 행진이 다시 시작됐다. 이 과정에서 군경에 의해 최소 8명이 목숨을 잃었다.
미얀마 나우는 전날 수천 명의 반(反) 쿠데타 시위대가 거리로 돌아와 ‘세계 미얀마 봄 혁명의 날’을 선언하며 총파업 및 군부에 맞설 것을 촉구했다고 전했다. 이날 미얀마 전역은 물론 영국 맨체스터·대만 타이페이·이탈리아 밀라노 등 전 세계 주요 도시에서도 연대 시위와 행진이 진행됐다. 시위 주최 측은 “미얀마 시민들의 연대 목소리로 세계를 뒤흔들자”는 성명을 발표했다.
이른 아침부터 모인 시위대는 양곤을 비롯해 전국 각지에서 저항의 상징인 세 손가락 경례 등을 하며 “우리의 길은 민주주의 쟁취”, “군부독재를 쓰러뜨리자”라는 구호를 외쳤다. 양곤에서는 군경의 단속을 피하기 위해 불특정 다수가 특정한 시간과 장소에서 만나 시위 후 다시 흩어지는 ‘플래시몹’ 형태의 시위가 며칠째 이어지기도 했다. 제2도시 만달레이에서는 승복을 입은 승려들이 거리 시위를 이끌었고 동부 샨주 등 곳곳에서 쿠데타 반대 거리 행진이 벌어졌다.
그러나 이날도 미얀마 군경은 시위대를 잔혹하게 탄압했다. 시위대는 “군경이 총탄·실탄으로 민간인들을 무차별 진압했고 시위대를 향해 수류탄까지 던졌다”고 증언했다. AFP통신은 샨주에서 시위대 1명이 머리에 군경 총을 맞아 즉사했다고 보도했다. 미얀마 나우는 중부 사가잉주의 웻렛 지역에서 시위를 준비하던 시민 두 명이 총에 맞아 한 명이 사망하고 끌려간 다른 한 명은 생사가 불분명하다고 전했다. 로이터통신도 현지 언론을 인용해 주말 시위로 8명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전국 곳곳에서 체포된 시위대 숫자는 제대로 집계하기조차 어려운 상황이다.
반 쿠데타 시위에 활발히 참여하고 있는 양곤 시민 B씨는 본지에 반(反) 쿠데타 시위가 점차 게릴라 시위로 변해가고 있다며 “사전에 비밀스럽게 협의한 장소나 시간에 맞추거나, 특정 구호가 들리면 시내 곳곳에서 시민들이 달려와 합류하는 식으로 열린다”고 설명했다. 그는 ‘세계 봄 혁명의 날’ 시위를 앞둔 지난 1일 저녁 청년 활동가 4명 등이 체포됐다며 “게릴라식으로라도 시위를 벌이지 않으면 안 될 만큼 군경 탄압이 옥죄어 오고 있다”고 우려했다.
B씨는 “민 아웅 흘라잉 미얀마 군 총사령관이 아세안과 폭력 즉각 중단·모든 당사자간의 대화 등을 약속했다지만 여기(양곤)에선 아무도 믿지 않는다. 지금 벌어지고 있는 일들이 그 말뿐인 합의의 결과물”이라고 꼬집었다. 그와 친구들은 “애초에 ‘아세안 합의’를 믿지 않았기 때문에 시위에선 아세안 합의를 이행하라는 구호보다 아세안을 비판하는 구호들이 더 많이 나온다”고 덧붙였다.
미얀마 인권단체인 정치범지원협회(AAPP)의 2일 집계에 의하면 지난 2월 1일 쿠데타 이후 군경 폭력에 사망한 민간인은 765명에 이른다. 또 4609명이 체포됐고 이 가운데 3555명이 구금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