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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폰·TV 반도체 없어 발동동…火·水·地의 저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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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은 기자

승인 : 2021. 03. 02. 06:00

반도체 생산 필수조건 전력+물
대만 50년만에 극심한 '겨울 가뭄'
오스틴 기록적 한파에 삼성전자 공장 가동중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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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쯤되면 대자연의 저주다. 지난달 한국, 대만, 일본, 미국 반도체 기업들이 잇따라 공장가동을 중단한 것이다. 지진, 물 부족, 화재, 한파, 정전 등 자연재해가 반도체 생산의 발목을 잡고 있다. 반도체 공장은 한 번 가동을 멈추면 생산 재개까지 적게는 수주일, 길게는 세 달이상 걸릴 수 있다. 차량용 반도체, TV와 모니터용 디스플레이 구동칩, 전력 반도체 공급난이 심화되면 완제품의 가격 상승이 불가피하다는 예상도 나온다.

1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미국 텍사스주의 삼성전자 오스틴 공장은 지난달 17일부터 가동을 멈췄다. 오스틴 공장은 14㎚(나노미터, 1㎚=10억분의 1m), 28㎚ 라인 등에서 인텔, 테슬라에 공급하는 반도체를 생산한다. 매달 웨이퍼 투입량은 10만장 규모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오스틴 공장 재가동 시점을 조율 중이다. 텍사스주에 몰아친 한파로 전력 공급이 중단되고, 공업용수를 끌어오던 호수가 얼어붙었기 때문이다. 전력과 물은 반도체 생산에 필요한 핵심 자원이다. 삼성전자 외에도 프리스케일, 텍사스인스트루먼트 등 반도체 회사들이 공장가동을 중단했다. 오스틴시가 정전과 전력 부족 사태로 반도체 기업들에 ‘공장 가동 중단’을 요청하면서다.

노근창 현대차증권 센터장은 “텍사스 오스틴 공장 정전으로 삼성전자의 시스템 반도체 실적 우려가 고조되고 있지만 시에서 미리 통보 후 정전을 해 양호한 수준인 것으로 파악된다”며 “텍사스 주 정부에서도 반도체 기업들이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배려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물 부족현상은 세계 최대 반도체위탁생산(파운드리) 기업 TSMC와 UMC도 겪고 있다. 대만 북부에 50년만에 가뭄이 들면서 물 공급이 원활하지 않기 때문이다. TSMC는 지난 23일부터 매일 20t 물탱크를 실은 트럭 수십대를 운영 중이다. 다만 노 센터장은 “범세계적인 파운드리 공급부족 문제로 대부분 주력 파운드리 회사들이 파운드리 서비스 요금을 올리고 있다는 점은 향후 삼성전자나 TSMC의 실적에 긍정적인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화재와 지진도 대표적인 악재다. 세계 3대 인쇄회로 기판업체인 유니마이크론의 대만 북부 타오위안 공장에서 지난달 4일 화재가 발생했고, 13일에는 동일본 지진 여파로 르나세스와 신에츠가 공장을 멈췄다. 유니마이크론 타오위안 공장은 지난해 11월에도 화재가 발생했던 곳이다.

당장 반도체가 필요한 자동차, TV, 모바일기기 제조사들은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미국 포드와 제너럴모터스, 독일 폭스바겐, 일본 도요타 등 글로벌 자동차 기업들은 차량용 반도체를 구하지 못해 감산 결정을 내렸다. 테슬라는 캘리포니아주 프리몬트 공장 가동을 2주간 멈췄다. 삼성전자 오스틴 공장에서 생산하는 자율주행칩 공급을 받지 못해서다. 국내에서는 현대자동차와 한국지엠이 특별근무(특근) 일정을 조율했다.

LG전자, 애플, 소니 등도 스마트폰, 노트북, 태블릿PC, 모니터, TV 생산에 필요한 반도체 수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전자업계 한 관계자는 “게임기, 스마트폰, TV, 무선이어폰 등 사실상 대부분 전자기기에 반도체가 필요한 상황인데 이들 물량이 부족하고, 파운드리 서비스 요금 상승도 예고돼있어 향후 완제품 가격까지 오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박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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