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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성’ 따르는 시대 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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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유진 기자

승인 : 2021. 01. 27. 16:41

자녀 성씨 부모협의로 결정하도록
정부, 부성 우선주의 폐기 검토
성평등 확산·가족형태 다양화 속
사회적 합의 등 인식변화 숙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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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이 내리는 날 서울 명동에서 한 어린이가 부모님과 함께 걷고 있다. 해당 사진은 기사와 직접 관련 없음./연합
부모가 협의하면 자녀의 성(姓)씨를 정할 수 있도록 하는 법 개정이 추진되면서 다양한 가족 형태에 대응해야 한다는 사회적 공감대가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주변의 편견이나 시댁의 반대로 어려움을 겪는 사례가 적지 않아 현장의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사회적 합의뿐 아니라 각종 관련 정책 예산도 광범위하게 검토해야 하는 만큼 장기적인 검토가 불가피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앞서 여성가족부는 자녀 출생 시 아버지의 성씨를 우선 따르는 ‘부성 우선주의’를 폐기하고 부모가 협의해 자녀의 성을 결정토록 하는 방안을 밝혔다. 한국은 자녀 성과 관련해 지난 2005년 호주제 폐지 전까지는 ‘부성 강제주의’였다가 ‘부성 우선주의’로 전환됐다. 최근 여가부의 제도 정비과정에서 ‘부모 협의’ 수순을 밟고 있다. 여가부는 지난 26일 이러한 내용의 ‘제4차 건강가정기본계획’ 공청회를 열고 해당 내용을 3월 중 확정·발표키로 했다.

다만 현장에서 맞닥뜨리는 반대 목소리나 주변의 편견 등 사회적 장벽이 높다는 평가가 주를 이룬다. 출산을 앞두고 있는 20대 후반 예비엄마 A씨는 27일 “엄마 성을 따르면 주변에서 집안에 문제가 있어서라는 생각을 많이 하더라”면서 “아이 이름 짓는데 엄마 성을 부여하겠다니까 시댁에서 결사반대해서 결국 접었다”고 밝혔다. A씨는 “주변 반발에 용기를 낼 수 없는 상황이지만 누가 한다면 적극 응원할 것 같다”며 “이제는 바뀌어야 하는 시대 아니냐”고 말했다.

두 아이를 키우고 있는 30대 여성 B씨는 “둘째 아이는 내 성씨로 이름을 정해주고 싶었는데 남편이 재혼가정 같아 보인다고 걱정했다”면서 “결국 남편 성씨를 따라 이름을 지어줬지만 계속 아쉬움이 남는다”고 말했다.

여성들 사이에서도 연령이 낮을수록 찬성하는 분위기가 커서 신·구세대 간의 인식 차이를 드러냈다. 50대 중반 여성 C씨는 “아빠가 버젓이 있는데 굳이 엄마 성을 따른다는 게 좋아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C씨는 “사회통념상 아빠 성을 따르는 게 맞는 것 같다. 엄마 성을 따르면 구구절절 설명해야 하는 스트레스도 무시 못 할 것 같다”면서 “우리나라가 편견이 워낙 심해서 아이가 학교 다닐 때 놀림 받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밝혔다.

반면 30대 초반 여성 D씨는 “아빠 성을 쓰는 게 당연시됐기에 아직 엄마 성을 쓰는 것에 보수적인 시선이 있겠지만, 미래의 아이들 세대에서는 엄마 성을 따르는 게 전혀 이상하지 않은 시대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 국민 70% ‘부모 협의 결정’ 찬성…“다양한 가족 형태 인식 확산돼야”

현재 한국에서 엄마 성 사용이 불가한 것은 아니다. 다만 자녀의 성(姓)과 본(本)을 출생신고 때가 아닌 혼인신고 때 결정해야 한다. 이후에 자녀 성을 바꾸려면 법원 허가와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 해 개선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여가부가 지난 2019년 8월21~27일 전국 만 19~79세 국민 1500명(95% 신뢰수준 ±2.53%P)을 대상으로 조사한 국민 인식조사 결과, 자녀의 출생신고 시 부모가 협의해 성과 본을 정하는 개선에 대해 응답자의 73.1%가 찬성했다.

어머니의 성을 따르는 사람도 증가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이은주 정의당 의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9년 성 변경 신청 사례는 379건으로, 2015년 243건에 비해 56% 증가했다. 이 의원은 “이러한 변화는 성 평등 관점의 확산, 사회 변화에 따른 가족 형태의 다양화 등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전통적인 가족 개념과 제도를 바꾸려면 사회적 반발을 피하기 어렵지만 흔들림 없는 공론화 과정을 밟아야 한다고 제언했다. 김민아 여가부 가족정책과장은 “가족에 대한 관념도 전통적인 혼인이나 혈연 중심에서 국민들의 인식이 확장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고 진단했다. 여가부는 해당 논의가 민법이나 가족관계법 등 다른 부처 소관 법률 개정문제와 연결된 만큼 관계 부처와 계속 협의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임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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