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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공내전 당시 국민당 정보조직의 장성 출신인 샹첸(向前)의 아들인 그는 운명적으로 조폭이 될 수밖에 없었다. 아버지가 국민당이 공산당에 패배할 때 홍콩으로 도주한 이후 부하들을 규합, 조폭 조직인 신이안(新義安)을 설립해 지금에 이르고 있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신이안의 오너인 셈이다.
그는 그러나 신분을 세탁, 영화배우와 제작자를 거쳐 홍콩 엔터테인먼트 업계의 전설이 됐다. 조직원이 10만명이라는 신이안도 배후에서 조종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웬만한 재벌 뺨치는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은 하나 이상할 것이 없다. 덕분에 아버지와는 달리 중국 당국과의 관계도 좋다. 본인은 말할 것도 없고 큰아들 향쭤(向佐·36)도 그럴싸한 타이틀을 몇 개나 가지고 있을 정도이다. 신징바오(新京報)를 비롯한 중국 언론의 25일 보도에 의하면 이런 그가 최근 대만 이민을 신청, 큰 화제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홍콩에서 엄청난 기득권을 가진 친중파 인사가 갑자기 모든 것을 포기하고 대만으로 이주하려고 하니 그럴 수밖에 없지 않나 보인다.
문제는 대만이 곤혹스러워지게 됐다는 사실이 아닐까 싶다. 현재 대만은 중국 당국으로부터 엄청난 압박을 받는 홍콩인들을 위해 이민 문호를 활짝 열어놓고 있다. 웬만하면 즉각 허가를 하고도 있다. 원칙대로 하면 샹화창의 이민 신청도 받아들여야 한다. 하지만 그는 홍콩에서 내로라하는 친중 인사로 꼽힌다. 이민 신청을 할 뚜렷한 이유가 없는 것이다. 대만 정보 당국이 그가 다른 목적, 이를테면 정보 수집 등을 위해 이민을 신청했다는 의심을 하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 아닌가 싶다. 그렇다고 신청 자체를 대놓고 거부하기는 쉽지 않다. 대만 당국으로서는 진짜 대략 난감한 상황이라고 해야 한다. 고민도 깊어질 수밖에 없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