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기업 '두산솔루스' 2900억 투자
최근 계열사 알미늄 생산라인 증설
신 회장은 유통업의 한계를 벗어나기 위해 화학업을 확대하려고 했지만 코로나19 여파와 함께 저유가가 지속되면서 화학업은 수익성 악화 위기에 놓였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전기차가 각광받으면서 배터리에 대한 수요도 높아졌다. 신 회장이 기존의 화학업의 경쟁력을 살리면서 새로운 수익원을 창출할 수 있는 사업으로 전기차 배터리 소재를 주목한 배경이다. 전기차 배터리 소재의 성공 여부가 체질 개선의 모멘텀이 될 전망이다.
5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들어 롯데정밀화학, 롯데알미늄, 롯데케미칼 등은 전기차 배터리 관련 업체 등에 지분 투자를 진행하거나 공장 생산라인 증설에 나서고 있다.
롯데정밀화학은 사모펀드 스카이레이크프라이빗에쿼티가 두산솔루스를 인수하기 위해 설립하는 펀드(스카이스크래퍼 롱텀 스트래티직)에 2900억원을 출자하기로 했다. 스카이레이크는 이달 초 두산솔루스의 지분 53%를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는데, 펀드금액 7000억원 중 2900억원을 롯데정밀화학이 투자하는 방식으로, 롯데정밀화학이 약 20% 지분을 인수하게 되는 셈이다.
롯데정밀화학이 직접 두산솔루스를 인수하는 것은 아니지만 중장기적으로 눈독을 들일 가능성이 크다. 두산솔루스는 올해 상반기에만 매출 1461억원, 영업이익 203억원을 각각 기록했는데, 이는 지난해 연간 매출 670억원, 영업이익 102억원보다 두 배가량 늘어난 수치다. 전세계적으로 전기차 배터리 시장이 확대되면 실적 개선은 더욱 가팔라질 수 있다는 전망이다.
롯데 계열사 중에서 전기차 배터리 소재 사업을 직접 담당하고 있는 곳은 롯데알미늄이다. 롯데알미늄은 최근 전기차 시장 화대에 따라 2차전지용 양극박 중심의 사업 포트폴리오를 확대하고 있다. 실제로 롯데알미늄은 지난달 안산1공장에 2차 전지용 양극박 생산라인의 증설을 시작했다. 총 사업비는 280억원이 투자되며 이번 증설을 통해 롯데알미늄의 2차전지용 양극박 생산능력은 1만2000톤으로 증가하게 된다.
지난 4월에는 헝가리에 1100억원을 투자해 연간 생산규모 1만8000톤에 이르는 양극박 생산공장을 건설하고 있다. 내년 말에는 연간 3만톤의 양극박 생산능력을 갖추게 될 전망이다.
롯데케미칼은 배터리 소재인 양극재·음극재 사업을 하는 일본 히타치케미컬 인수를 추진한 경험이 있다. 비록 최종 인수에는 실패했지만 히타치케미컬을 인수한 일본 쇼와덴코 지분을 4.69% 매입하는 방식으로 일부 투자를 단행했다는 해석이다.
롯데가 새로운 성장동력 확보에 절실한 건 기존 사업이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실적이 부진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롯데쇼핑의 올해 매출액은 16조4857억원, 영업이익은 2280억원으로 전년 대비 6.4%, 46.7% 감소할 것으로 예상됐다. 롯데케미칼의 경우 매출액 12조1549억원, 영업이익 2389억원으로 19.6%, 78.4%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신 회장이 내년 말까지 ‘위드 코로나’ 시대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본 만큼 새로운 먹거리 창출은 필수적이라고 판단한 셈이다.
업계에서는 향후 전기차 배터리 시장의 성장세가 이어지면서 소재 산업도 함께 확대될 것으로 내다봤다. 다른 그룹보다는 진출 시기가 늦더라도 실적 개선을 기대해볼 수 있다는 전망이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롯데정밀화학은 투자수익 창출을 위해 두산솔루스에 출자한 것”이라며 “현재는 롯데알미늄에서 양극박 생산을 하는 수준”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