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에 민감한 테마주에 집중
같은기간 삼성전자·SK 등은 감소
전문가 "변동성 장세 주의해야"
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기준으로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14조2119억원을 기록했다. 신용융자잔고는 지난 5월 국내 증시의 반등과 함께 10조원을 넘기면서 연중 최고를 기록한 뒤, 지난달 24일 14조원도 넘어섰다. 지난 6월 말에 비해서는 2조원가량 급증하면서 증권사 신용공여 한도도 턱끝까지 차올랐다.
신용거래융자는 투자자들의 주식 매수를 위해 증권사에서 빌린 자금으로, 그만큼 개인들이 주식 투자에 빚까지 동원해 뛰어들고 있다는 의미다. 지수가 강세를 보이면 개인들은 지금보다 주가가 오를 것이라고 보고 빚을 내서 투자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들이 투자에 뛰어든 종목은 대부분 제약·바이오 업종이었다. 코로나19 이후 가장 많은 수혜를 입은 업체들이다. 특히 코로나19 진단키트를 개발하는 씨젠의 경우에는 지난 6월 말 대비 지난달 말 신용융자 잔고가 852억원(52%) 늘었다. 같은 기간 동안 씨젠의 주가가 116% 뛰면서 성과를 내자 투자자들이 더 몰렸다. 코로나19 바이러스 치료물질을 발견했다는 일양약품 또한 ‘빚투’가 쏟아지면서 융자가 늘었다.
이 외에도 셀트리온, 셀트리온 헬스케어 등 대부분 바이오 업종에 빚을 내 투자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중 SK하이닉스는 코로나19와는 큰 관련성은 없지만 지난달 들어 신용융자가 급증했다. 반도체 업황이 개선된다는 전망에 더해 SK계열사들이 최근 SK바이오팜 상장 이후 다소 주목을 받았기 때문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반면 전통적인 대형 우량주들에 대한 신용융자는 줄었다. 같은 기간 동안 삼성전자의 융자는 762억원 줄었고, SK 융자도 386억원 감소했다.
결국 코로나19 등 이슈에 민감한 종목들에 ‘빚투’ 베팅이 늘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른바 ‘한탕’을 노리고 빚까지 내 투자를 단행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이에 전문가들은 투자에 신중해야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최유준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국내 증시가 불확실성 속에 4개월 넘게 반등을 이어왔기 때문에 점검이 필요하다”며 “특히 IT, 건강관리 등 강세가 집중됐던 섹터에 신용거래도 크게 늘었는데, 이런 종목은 컨센서스가 없는 곳도 많아 예상 실적을 가늠하기 어렵고 정보 통로가 제한돼 변동성이 커질 수 있어 유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앞으로의 증시 전망이 밝지 않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어 ‘빚투’에 대한 우려도 커진다. 신용융자가 주식매매의 용도로만 사용되기 때문에 증시 하락으로 투자자가 대출을 갚지 못하면 보유 주식을 강제로 파는 반대매매가 활발해질 수도 있다.
정인지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현재 증시가 중기 고점대에 머루르고 있지만 최근 주식선물 매수 심리가 악화되고 있고, 거래대금도 고점에 이르지 못하고 있다”며 “고점대에 접근할수록 상승폭이 줄어들 수 있어 경계감이 다소 큰 상황”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