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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고유가 시대에는 작은 차가 인기였다. 가볍고 고장이 없어 유지비용이 낮은 차들이 대세를 이뤘다. 차를 선택하는 기준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유지비용이기 때문이다. 물론 유지비용은 주로 유가에 의해 결정된다. 즉 석유 가격이 높아지고 낮아지는 변화가 자동차의 수요를 바꾸는 근본요인이다.
변수는 또 있다. 소득 수준의 변화다. 개인들의 수입이 늘어나면 비싼 차를 구매할 수 있다. 특히 경제가 붐을 이룰 때 고가의 차가 잘 팔린다. 이와 관련해 몇 가지 옵션이 있다. 취향에 따라 RV, 소형트럭, 스포츠, 친환경 또는 럭셔리 이미지를 갖춘 차들이 대안이다. 이런 것을 사치재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본질적으로 사람들은 자신들의 자금 여력과 구매 욕구에 따라 다양하게 차를 선택한다. 그렇게 개인들은 사고 싶은 차를 구매하고 시장은 예측 가능한 방향으로 나아간다.
하지만 시장을 교란하는 변수가 있다. 정부는 개인의 선호체계에 영향을 주려 한다. 정치적 이유를 내세우며 규제와 세금을 통해서 이런 차를 쓰라고 유도하기도 한다.
그린에너지 또는 그린산업이라는 이슈가 대표적이다. 정부는 경유차가 환경친화적이라며 생산과 구매를 유도한 적이 있다. 휘발유에 비해 세금이 낮아 이미 과도한 인센티브를 갖고 있었음에도 정부는 경유차를 그린이라며 지원했다. 하지만 경유차의 문제점이 곧 드러났다.
경유차는 대도시 미세먼지의 최대 배출원이다. 경유차의 미세먼지 배출량은 동급 휘발유차에 비해 9.7배나 높다. 더구나 경유차의 배출가스는 위해성이 높아 건강을 위협할 정도다. 2016년 기준으로 전체 자동차 대기오염물질 배출량 가운데 초미세먼지의 99%, 질소산화물의 92%를 경유차가 내뿜고 있는 것이다. 이런 사실을 고려해보면 경유차는 퇴출당해야 마땅한 차라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유 가격은 2018년 기준으로 휘발유의 88% 수준에 불과할 정도로 매우 낮다. 이유는 세금을 휘발유에 비해 낮게 부과하기 때문이다. 이는 사람들이 경유차를 구매하게 만드는 결정적 요인이 된다. 정부의 잘못된 유인정책이 환경을 오염시키고 있는 것이다. 정부가 할 일은 이처럼 환경보호와 엇박자를 내는 정책부터 수정하는 것이다.
정부의 어처구니없는 정책실패가 친환경차 분야에서 또다시 발생할 우려가 크다. 전기차를 포함해 친환경 이미지를 내세우는 분야에 각종 혜택과 세금지원 심지어 구매지원까지 하고 있다. 사람들은 스스로 위생과 환경에 좋은 것을 찾아 소비한다. 그럼에도 정부가 그린을 앞세우며 간섭을 하는 것은 시장을 왜곡시킬 뿐만 아니라 오히려 반환경적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 무엇이 더 나은 선택일지 미래를 알 수 없음에도 정부가 마치 미래의 결과를 알 수 있다는 듯이 행동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정부가 더 잘 알고 더 나은 선택을 할 수 있다는 생각은 오만이다. 소비자의 선택을 존중하는 것이 경제민주화의 본질이다. 정부가 소비자의 선택을 대신하려는 시도가 많아질수록 세금을 낭비하고 기업 경쟁력을 훼손시키며 나아가 환경까지 악화시킬 수 있음을 유념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