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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가영은 극 중 여하진 역을 맡아 실제 직업이기도 한 여배우를 연기하며, 과잉기억증후군으로 1년 365일 8760시간을 모조리 기억하는 앵커 이정훈(김동욱)과의 특별한 로맨스를 그렸다. 그는 소중한 기억을 잊은 채 살아가는 여하진의 감정선을 섬세하게 그려냈다.
그동안 작품이 끝나면 ‘시원섭섭하다’는 마음이 컸지만 이번 작품은 섭섭하기만 한 작품이다. 그만큼 작품에 대한 애정이 컸다는 뜻이다.
“이번 작품만큼은 유독 사람들한테 정이 많이 들어 헤어짐에 있어서 힘들었어요. 시원섭섭해야 하는데 섭섭하기만 했어요. 현장이 워낙 서로에 대한 배려가 넘쳤고, 모든 분들이 열정적으로 했죠. 과분할 정도로 많은 분들이 기대하시고 사랑해주셨던 여파인 것 같아요.”
문가영은 소중한 기억을 잊은 채 살아가는 여하진의 감정선을 잘 그려냈고, 이정훈과의 달달한 로맨스를 펼치면서 조금씩 과거의 기억이 떠오르는 상황도 섬세하게 표현해냈다. 주연을 맡아 부담감도 있었지만 잘 해내고 싶은 욕심도 있었다.
“로맨스 코미디 멜로는 처음이다 보니 잘 보여드리고 싶은 욕심이 있었죠. (김)동욱오빠와 함께 하기로 했을 때 마음이 놓였어요.”
문가영은 이번 작품이 로맨스 코미디, 멜로 장르이긴 하지만 ‘복합장르’라고 설명했다. 멜로에만 중점을 둔 게 아니라 스토커가 등장한다는 것이 새로운 경험이었다고 했다.
“대본이 미리 나와 있던 것도 아니고, 회마다 회상이 나와서 기억을 되찾을 거란 힌트를 늘 줬어요. 저도 대략적으로 ‘기억을 되찾겠지’라는 것만 알고 계획이 없는 상태에서 감정을 조절하다보니 힘들기도 했어요. 시간적으로 뒤죽박죽으로 촬영하다 보니 선을 지키는 게 어려웠죠. 13회에 하진이 기억을 되찾는 내용이 있었는데 밥도 잘 안 넘어가고 부담감이 컸어요. 전개가 빠른 게 장점이기도 하지만 몇 안 되는 장면으로 감정을 보여줘야 한다는 게 힘들었어요. 그런 부분을 중점적으로 놓치지 않으려고 했고 하진이는 밝음을 담당, 무게감은 (김)동욱 오빠가 담당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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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칭찬이 부끄럽지만 너무 좋았어요. 처음 하진이를 연기했을 때 문가영이 아니면 생각나지 않는 캐릭터로 평가받는 게 목표이자 각오였어요. 잘 됐는지 모르겠지만요. 다만 많은 분들이 사랑해주시고 문가영의 팬이 아닌 여하진의 팬이 생겼다는 점을 보면 행복해요. 그래서 이 작품에서 빨리 헤어 나오고 싶지 않나 봐요.”
잘 해내고 싶었던 만큼 문가영은 드라마 시작 전 극중 캐릭터인 여하진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오픈해 팬들과 소통했다. 그는 실제 여하진의 모습을 게시물을 올렸고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87만명이 넘는 팬들이 드라마가 끝난 지금도 여하진을 응원하고 사랑하고 있다.
“시놉시스에 ‘SNS 스타’라고 적혀 있더라고요. 감독님과의 첫 미팅자리에서 실제로 ‘SNS를 하면 재미있을 것 같다’는 의견을 냈어요. 만들까 말까 고민했는데 다행히 많은 팬들이 빨리 반응해주셨죠. 드라마는 종영했지만 지우지 않고 계속 운영할 것 같아요. 비하인드 사진도 많거든요. 하진이가 원래 존재하는 것처럼 하나씩 올리려고요. 하진이를 떠나보내려면 시간이 걸릴 것 같아요.”
문가영은 아역 시절부터 10년이 넘는 시간동안 브라운과 안방극장을 넘나들며 쉼 없이 작업을 해왔다. 그는 어린 나이에 하고 싶은 일을 찾은 것 같다며 즐겁다고 했다.
“쉬지 않고 꾸준히 일을 해왔어요. 어린 나이에 조금 더 빨리 좋아하는 일을 찾은 것 같아요. 멋모르고 했는데, 이 일을 하는게 좋아요. 제가 선택했던 일이기에 매순간 재미있게 하려고 하고, 누구나 그렇지만 ‘정성’이라는 단어를 많이 쓰는 것 같아요. 늘 작품을 대할 때는 정성을 담아서 하려고 해요.”
어린 시절부터 연기자의 길을 걸어 힘든 순간도 있었지만, 그러한 과정들은 문가영을 더 탄탄하게 해주고 성장하게 해준 시간이었다.
“몇 번의 고민이 있었는데 지나보니 별 일이 아니더라고요. 기억에 남는 건 없지만, 스무 살을 앞둔 열아홉 살에 ‘아역에서 성인으로 잘 넘어가겠지?’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수학여행도 못가고 연기를 했는데, 그때 제가 생각보다 진지하게 연기를 생각하고 있다는 걸 알았죠.”
평소 취미가 독서라고 말한 문가영. 2017년 tvN ‘문제적 남자’에 출연해 뇌섹녀의 면모를 유감없이 보여줬고, ‘요즘 책방: 책 읽어드립니다’로 시청자들을 만나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독일어, 영어, 한국어 등 3개 국어에 능통한 모습도 보여준 바 있다.
“독일에서 태어나고 10살까지 살았기 때문에 어린 시절에는 독일어가 더 편했고, 한국어가 서툰 편이었죠. 지금도 언어를 잊지 않으려고 친언니와 독일어, 영어, 한국어를 섞어서 말해요. 평소 책은 철학책을 많이 읽는데 소설은 고전소설만 읽는 편이에요. 아무래도 직업 특성상 스토리가 있는 시나리오를 많이 읽다보니 일처럼 느껴져서 그런 것 같아요.”
20대 여자배우를 대표하는 문가영의 바람은 좋은 작품을 남기고, 좋은 배우이자 사람이 되는 것이다.
“제가 올해 스물여섯 살인데 좋은 작품들을 남기고 싶어요. 지금은 과분한 사랑을 받아서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지만 다음 스텝이 고민 돼요. 다음에는 어떤 것을 보여드릴 수 있을지 생각해요. 항상 그래왔지만 올해만큼은 자주 얼굴을 보여드리고 싶은 욕심이 있어요. 재미난 고민을 항상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좋은 배우이자 좋은 사람이 늘 되고 싶어요. 좋은 사람이 되는 건 어렵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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