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이민·조세탈루에 사법당국 '골머리'
월스트리트저널(WSJ)의 최근 보도에 따르면 필리핀 온라인 카지노 산업의 활황으로 정부 재정이 개선되고 있지만 부동산 시장의 과열 등 부작용이 잇따르고 있다. 마닐라의 고급 오피스 카지노 홀에선 젊게 차려입은 딜러들이 환하게 웃으며 카드를 돌리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웹캠이 설치된 테이블에서 딜러들은 카메라를 보고 미소지으며 바카라·블랙잭·룰렛 등의 게임을 진행한다. 겜블러들은 모두 웹캠을 통해 게임에 참가한다.
필리핀은 세계적인 온라인 카지노 시장 중 하나로 스페인 남단의 지브롤터의 2배 규모를 자랑한다. 로드리고 두테르테 대통령 취임 이후 온라인 카지노가 합법화되면서 전세계 겜블러들의 각광을 받고 있는 것. 특히 중국인들이 몰리면서 활황을 이어가고 있다. 2015년 중국 당국이 도박 및 부패 단속을 강화하면서 위험은 피하고 자유롭게 게임할 수 있는 필리핀 온라인 카지노로 눈을 돌린 것.
온라인 카지노 성장은 필리핀 경제에 수백만 달러의 수익을 가져다주고 있다. 온라인 카지노 라이선스 사용료가 세제 확보에 기여하고 있는 것. 필리핀 온라인 카지노 시장의 지난해 매출은 전년 대비 8.5% 증가한 41억 달러(약 4조6000억원)를 기록했다. 온라인 카지노 업체들이 지난해 필리핀 정부에 지불한 라이선스 사용료만 74억 페소(약 1600억원). 2016년 6억 페소(약 140억원), 2017년 39억 페소(약 840억원)와 비교하면 온라인 카지노로 든든한 세수 확보처를 마련한 셈이다.
필리핀 정부는 걷어들인 돈을 학교 건설과 자연재해 복구 등에 활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두테르테 대통령이 취임 직후 온라인 카지노를 규제하려고 했지만 이후 “온라인 카지노 업체와 싸우는 것보다 그들에게 세금을 걷는 게 낫다”고 말을 바꾼 것도 이 같은 상황에 따른 것이다. 필리핀 정부는 시장이 확장됨에 따라 2017년에는 온라인 카지노 인가 업무를 사설업체에서 국가기관으로 이전했다.
하지만 온라인 카지노 성황에 따른 어두운 그림자도 짙어지고 있다. 온라인 카지노를 위한 콜센터·아웃소싱에 필요한 사무실 임대로 마닐라 부동산 시장이 들끓고 있는 것. 지난해 마닐라 신규 사무실 임대의 21%는 온라인 카지노 업체와 관련된 것이었다. 26%가량은 아웃소싱 업체, 19% 가량은 콜센터 업체로 전체 신규 사무실 임대의 66%를 차지했다. 55층 빌딩인 마닐라 피비콤(PBCom) 타워에는 임차인 절반 이상이 온라인 카지노를 운영하고 있다.
쏟아져 들어오는 중국인 겜블러에 대한 고객 맞춤형 서비스를 위해 중국인 딜러를 고용하면서 지난해 기준 10만명에 달하는 중국인들이 필리핀 온라인 카지노에서 일하고 있다. 지난해 4월 필리핀 주재 중국대사는 성명을 통해 “온라인 카지노 업체에 일하는 중국인들은 귀국할 경우 바로 체포될 수 있다”고 경고하면서 필리핀 사법당국을 통해 이들의 정보 제공을 요청했지만 온라인 카지노 업체들은 불응하고 있다.
필리핀 정부는 온라인 카지노에서 일하는 중국인 불법 근로자들이 누락한 세금만 5700만 달러(약 640억원)에 달한다고 밝혔다. 이는 온라인 카지노 업체들이 지난해 필리핀 정부에 지불한 라이선스 사용료 74억 페소(약 1600억원)의 40%에 달한다. 결과적으로 온라인 카지노 활황이 필리핀 정부의 세제 확보에는 기여했지만 실속은 별로 없는 ‘빛 좋은 개살구’에 그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