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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키스탄 ‘강대국 사이의 줄타기’, 이번엔 아랍 걸프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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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수 기자

승인 : 2019. 01. 23. 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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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파키스탄 정부 트위터
파키스탄은 자국의 전략적 위치를 활용, 해외의 경제적 지원을 끌어내 온 오랜 이력을 가지고 있다. 전통적으로는 미국, 전임 나와즈 샤리프 정부는 중국에 의지해 경제적 지원을 받아 왔다. 지난해 7월 새로 정권을 잡은 임란 칸 총리 역시 이 같은 행보를 잇고 있다. 다만 그는 줄타기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 이번에는 아랍의 걸프 국가들이 파키스탄의 ‘스폰서’로 낙점된 것.

월스트리트저널(WSJ)의 22일(현지시간) 보도에 따르면 사우디아라비아와 동맹국 아랍에미리트연합(UAE)은 파키스탄에 300억 달러 이상의 차관과 투자를 제공하기로 하고, 오는 2월 모하메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가 직접 파키스탄을 방문해 이 같은 지원 건을 마무리할 예정이다. 이번 지원 계획에는 정유·석유화학 공단 건설을 위한 사우디의 100억 달러 투자가 포함돼 있다. 파키스탄과 이웃하고 있는 사우디의 숙적 이란의 에너지 산업을 견제하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 또한 파키스탄으로의 액화천연가스(LNG) 수출 확대를 모색하고 있는 카타르도 파키스탄 투자 계획을 갖고 있다.

사우디와 UAE가 단교국 카타르를 고립시키려 애쓰고 있음에도 칸 총리는 지난 21일 중동 순방 과정에서 카타르 도하를 방문, 하마드 빈 칼리파 알타니 카타르 국왕과 만났다. 파키스탄 정부는 그저 더 나은 조건으로 LNG를 공급받기를 원할 뿐이라고 선을 그었지만 칸 총리가 사우디와 카타르 사이에서 ‘경매’를 붙였다는 해석도 나온다.

중동 각국의 지원 약속은 경제난을 겪고 있는 파키스탄에게 숨통을 틔워줄 것으로 보인다. 전임 정부로부터 고갈 위기의 외환보유고와 불어난 무역 적자를 물려 받은 칸 정부는 정권 초기부터 국제통화기금(IMF)의 구제금융을 받아야 할 위기에 처해 있다. 구제금융을 받을 경우 IMF에게 경제주권을 어느 정도 내주는 수밖에 없다. 경제학자들은 IMF 프로그램이 일반적으로 수입 억제·세금 인상·공공요금 가격 인상·환율 인하 등을 요구한다고 설명했다.
파키스탄은 과거 오랫동안 미국과의 동맹 관계에 의존해 경제를 지탱해왔다. 그러나 최근 수년 간 미국과의 관계가 악화되면서 칸 총리의 전임자인 나와즈 샤리프 전 총리는 친(親) 중국 노선을 채택, 중국이 추진하는 거대 인프라 사업 ‘일대일로 이니셔티브’에 참여하기도 했다. 그러나 반대파들은 일대일로로 인해 부담해야 하는 비용이 너무 높다며 이 사업에 참가하기로 한 샤리프 전 총리의 결정에는 정치적인 의도가 깔려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새로 집권한 칸 총리는 중국이 파키스탄에 더 많은 인프라보다는 더 많은 공장을 지었으면 좋겠다면서 이전 정부와는 다른 노선을 채택할 것임을 밝혔다. 동시에 걸프 국가들 쪽으로 눈을 돌렸다. 지난해 10월 사우디의 반체제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피살 사건으로 전세계 지도자들이 빈 살만 왕세자가 주최하는 ‘사우디판 다보스 포럼’ 미래투자이니셔티브(FII) 참석을 줄줄이 보이콧한 와중에도 칸 총리는 FII에 참석한 몇 안 되는 정상급 인사 목록에 이름을 올린 바 있다. ‘무슬림 세계의 분단을 잇는 다리가 되겠다’는 칸 총리의 발언은 중동 국가들의 알력 속에서도 줄타기를 하겠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중국과의 관계도 끊어버린 것은 아니다. 전문가들은 중국이 파키스탄에 20억~30억 달러의 차관을 지원할 것으로 보고 있다. 중동 석유의 진출입로인 호르무즈 해협 입구에 위치한 파키스탄 과다르 항구 개발은 중국이 결코 놓칠 수 없는 핵심 사업. 사우디도 과다르 지역에 정유공장을 지을 계획이다. 과다르는 이란과의 국경에서 겨우 100㎞가량 떨어져 있다. 사우디는 과다르 지역 정유공장 건설을 통해 이란이 이 국경 지역에 짓고 있는 차바하르항을 효과적으로 견제하겠다는 계산이다.
김지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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