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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2세 마하티르 ‘세계 최고령 지도자’ 등극…말레이시아, 61년 만에 정권교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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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수 기자

승인 : 2018. 05. 10. 11:36

Malaysia Election <YONHAP NO-1519> (AP)
사진출처=/AP, 연합
9일 치러진 말레이시아 총선 개표 결과 신야권연합 희망연대(PH)가 과반 의석을 확보하면서 1957년 말레이 독립 이래 최초로 정권교체가 이뤄지게 됐다. 또한 만 92세의 나이로 정계에 복귀해 결국 희망연대를 승리로 이끈 마하티르 모하메드 전 총리는 세계 최고령 지도자 기록을 세우게 됐다.

미국 CNN 등의 10일 보도에 따르면 말레이시아 선거관리위원회(EC)는 제 14대 총선 개표 완료 결과 야권연합인 희망연대가 하원 222석 가운데 113석을 확보한 것으로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희망연대와 협력 관계인 보르네오 섬 사바 지역정당 와리산도 8석을 확보해, 야권은 총 121석을 얻었다.

반면 나집 라작 현 말레이시아 총리가 이끄는 통일말레이국민기구(UMNO) 중심의 집권여당연합 국민전선(BN)은 79석을 얻는데 그쳤다. 2013년 133석을 확보했던 BN은 의석이 54석이나 줄어들게 됐다.

뿐만 아니라 나집 총리는 그의 내각을 구성하던 장·차관들이 줄줄이 총선에서 낙선하면서 팔다리마저 잃게 됐다. 1957년 영국으로부터 독립한 말레이시아는 영국식 의원내각제를 채택하고 있어 총리나 내각의 장관이 되려면 먼저 국회의원으로 선출되어야만 한다.
선관위에 따르면 등록된 유권자 1430만 명 가운데 76%가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한 것으로 나타났다. 투표율은 2013년 85%와 비교하면 낮아졌다.

마하티르 전 총리는 TV 연설을 통해 10일 새벽 국왕 측으로부터 야권의 승리를 인정한다는 연락을 받았다면서, 이날 중 총리 취임 선서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선거가 치뤄지기 전 전문가들은 야권이 전체 득표수에서는 앞서지만 선거에서는 여당이 승리할 것으로 전망했다. 여당연합 국민전선(BN)이 최근 게리멘더링 성격의 선거구 개정을 통해 선거 시 자신의 당에게 유리하도록 선거구를 이미 획정해놓았기 때문.

그러나 변화를 바라는 유권자들의 열망은 예상보다 훨씬 강력한 것으로 드러났다. 실제로 집권 여당의 오랜 지지기반이던 농촌 지역에서도 희망연대가 BN보다 더 많은 표를 얻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나집 총리의 1MDB 비자금 스캔들을 비롯한 여권 수뇌부의 부정부패와 ‘상품용역세(GST)’ 제도를 도입으로 인해 치솟는 물가 등에 대한 서민들의 불만이 상당한 영향을 끼친 것으로 분석된다.

나집 총리는 지난 2015년 국영투자기업 1MDB를 통해 수조원의 나랏돈을 빼돌렸으며, 이중 6억 8100만 달러(약 7345억 원)가 총리의 개인 계좌로 흘러들어갔다는 의혹에 휘말렸다. 이는 국제적인 스캔들로 번져 미국과 싱가포르, 스위스 등은 여전히 이 자금의 돈세탁과 관련한 의혹을 조사 중이다.

마하티르 전 총리는 1981년부터 2003년까지 22년간 말레이시아를 철권통치했던 인물로, 과거 BN 소속으로 나집 총리의 후견인 역할을 해왔다.

그러나 1MDB 스캔들이 터지면서 나집 총리 퇴진 운동을 벌이다 BN에서 축출된 마하티르는 야당 말레이시아원주민연합당(PPBM)를 창당하고 이를 주축으로 인민정의당(PKR)·민주행동당(DAP) 등 군소 야당을 모아 야당연합인 ‘희망연대’를 창설하고 총리 후보로 추대를 받았다.

마하티르 전 총리는 선거 승리 후 “우리는 복수를 추구하지 않는다. 우리가 원하는 것은 법치의 회복이며, 법을 어긴 자는 법정에 서야만 한다”고 말해 무혐의로 끝난 나집 총리의 1MDB 스캔들에 대한 재수사가 진행될 가능성을 시사했다.
김지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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