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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흥식 금융감독원장<사진>은 19일 취임 100일을 맞아 출입기자단과 가진 오찬간담회에서 “스케줄이 있고 룰이 있는데 감독기관이 리스크 매니지먼트를 안보겠다면 말이 안된다”며 “그걸 결정하는 금융사 이사회의 ‘컨플릭트 거버넌스’(갈등을 없애는 경영체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그걸 지적한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최 원장은 최근까지도 금융지주사가 주인 없는 회사다 보니 회장 1인 체제로 운영되면서 최고경영자(CEO)의 연임이 유리한 구조라며 금융지주사 회장들의 ‘셀프 연임’을 비판해왔다. 그는 앞서 지난 13일 언론사 경제·금융부장 조찬간담회에서 “보통 금융지주사 회장 후보 추천위원회에 현직 회장도 포함됐는데, 연임을 노리는 회장이 자기 자신을 추천하는 건 문제”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 특정인을 겨냥한 것 아니냐는 의혹에 대해선 “내가 그렇게 얄팍해 보이나”라며 일축했다. 금융지주 지배구조와 관련한 지적에 대해 금융권에선 이미 KB금융지주와 하나금융지주를 겨냥했다는 해석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KB금융지주는 이미 윤종규 회장이 연임하면서 2기 경영에 돌입했지만 인선 과정에서 노조로부터 ‘셀프 연임’이라는 비난을 샀다. 하나금융지주는 내년 3월 임기가 만료되는 김정태 회장이 3연임을 노리고 있어 역시 장기집권에 대한 반발이 상당하다.
특히 최근 금감원 검사에선 하나금융 회장이 CEO 후보군에 포함되면서도 회장추천위원회에 참여한 반면 일부 사외이사는 회추위에서 배제된 점 등이 드러나 ‘경영유의’ 조치를 내리기도 했다. KB금융도 CEO 후보군에 포함됐거나 포함이 유력한 이사 등이 후보군을 선정하는 지배구조위원회에서 의결권을 행사해선 안 된다고 경영유의를 통보받았다.
또 최근 하나금융 노동조합이 아이카이스트 부실 대출 등 비리 의혹에 대해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과 함영주 하나은행장을 조사해달라고 금감원에 요청서를 제출한 데 대해서도 “안볼 순 없다”는 입장을 내놨다. 하나금융 노조는 하나은행이 아이카이스트에 20억2000만원을 대출해줬으나 이 중 8억원을 회수하지 못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가상화폐에 대한 금융당국의 스탠스에 대해선 “금융상품으로 보지 않고, 화폐로도 보지 않기 때문에 우리가 개입하진 못하기 때문에 조심하라고 경고하는 것밖에 없다”며 “우리가 구제책을 마련하면 과열양상이 더 촉발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일본의 경우 가상화폐 거래소를 인정해줬는데 거래가 폭주했는데 공인(公認)이 됐다고 판단하는 것”이라며 “우리는 이런 겜블링(도박) 판을 공인하지 않으며 구제책은 없다”고 덧붙였다.
가계부채 문제에 대해선 “증가 속도를 조절하는 게 중요하다”며 “한국은행 금융안정보고서에서 나왔듯이 중저신용자들의 경우 내년에 금리인상 부담이 올 것이다. 이들의 부담을 줄일 수 있는 방안을 생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최 원장은 △인사·조직문화 혁신 △금융감독·검사·제재 프로세스 혁신 △금융소비자 권익 제고 △금융감독원 조직개편 △금융시스템 안정 유지 등 5가지 추진 과제를 제시했다. 이를 위해 금감원의 조직구조를 소비자보호와 직결해 영업행위감독을 건전성 감독과 대등한 위치에 서도록 위상을 강화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러한 감독수단을 보다 체계화하기 위해 ‘거시감독국’을 ‘금융감독연구센터(가칭)’로 확대·개편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