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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중앙지법 민사8부(김지영 부장판사)는 이모씨 등이 토요코인코리아 주식회사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의 항소심에서 100만원의 위자료를 인정한 1심 판결을 취소하고 ‘피고는 원고에게 300만원의 위자료와 치료비 등 총 320여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고 24일 밝혔다.
재판부는 또 이씨의 남편과 아들에게 각 30만원의 위자료를 지급하도록 한 1심 판결도 유지했다.
재판부는 “숙박계약은 일종의 ‘일시 사용을 위한 임대차’계약으로서 객실이나 관련 시설은 오로지 숙박업자의 지배 아래 놓여 있으므로 숙박업자는 통상의 임대차와 같이 단순히 객실과 시설을 제공해 사용·수익하게 할 의무에서 나아가 고객에게 위험이 없는 안전하고 편안한 객실과 관련 시설을 제공함으로써 고객의 안전을 배려해야할 신의칙상 보호의무를 부담한다”고 전제했다.
이어 “피고는 호텔을 경영함에 있어 객실에 비치하는 물품을 안전한 상태로 유지·관리해 고객의 안전을 배려해야 할 보호의무가 있음에도, 객실에 비치된 헤어드라이기가 사용 중 폭발해 고객이 화상을 입게 했으므로 이로 인해 발생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2014년 10월 부산으로 출장을 간 이씨는 해운대구에 있는 토요코인호텔에 투숙하던 중 객실에 비치된 헤어드라이기를 사용하다 드라이기가 폭발하는 바람에 왼손 손바닥에 피부 안쪽까지 상처가 난 심재성 2도의 화상을 입었다.
이후 이씨는 직접 비닐장갑을 구해 샤워를 하는 등 불편을 겪었고, 한동안 가전제품을 사용하는데 공포심을 느끼게 됐지만 호텔 측은 이씨를 위한 어떤 배려도 하지 않았다.
병원 치료비로만 20만원 이상을 지출한 이씨는 호텔 측에 보상을 요구했지만, 호텔 측은 위자료 20만원을 제시했다. 하지만 이씨가 변호사를 선임하자 호텔 측은 ‘100만원을 주겠다’고 위자료 액수를 높였고, 이씨 측이 일본 본사에 적절한 배상을 요구하는 내용의 팩스를 수차례 보내자 그제야 250만원을 배상하겠다고 나섰다.
결국 이씨는 지난해 초 법원에 소송을 냈다. 하지만 소액사건으로 진행된 1심에서 법원은 고작 100만원의 위자료를 인정하는데 그쳤다. 이씨는 항소했고 2심 재판부는 1심 위자료의 3배인 300만원의 위자료를 인정했다.
이번 소송을 대리한 법무법인 Next Law의 박진식 변호사는 “머리 바로 옆에서 드라이기가 폭발해 실질적인 위험을 겪었고, 수개월간 가전제품을 사용하는데 있어 심한 공포감을 느꼈음에도 1심 법원이 인정한 위자료 액수는 토요코인 측의 제시액보다도 적은 100만원이었다”며 “이는 우리 법원의 ‘위자료 감수성’이 심각한 수준임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러나 항소심이 이례적으로 1심 판결 위자료 액수의 3배의 위자료를 인정한 것은 매우 고무적”이라며 “우리 법원도 국가경제 수준에 맞게 하루빨리 위자료 액수를 현실화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