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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래싸움에 새우등?’ 카타르 단교 사태에 난처해진 아시아 국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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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수 기자

승인 : 2017. 06. 07. 15:59

Saudi Kuwait Talks <YONHAP NO-1985> (AP)
살만 빈 압둘아지즈 사우디아라비아 국왕 사진출처=/AP, 연합
사우디 아라비아를 비롯한 8개국이 카타르와의 단교를 선언하면서 아시아 무슬림 국가들이 가운데서 난처한 상황에 처했다.

로이터통신의 6일(현지시간) 보도에 따르면 말레이시아 정부에 정통한 한 소식통은 최근 외교부 장관이 지난달 카타르를 방문하는 등 카타르와 관계 강화를 위해 했던 노력들을 현재는 잠정 중단한 상태라고 밝혔다. 익명을 요구한 이 소식통은 “카타르의 편에 서면 잃을 것이 많다”고 밝혔다.

말레이시아는 지난 2월 아시아 순방의 첫 방문국으로 말레이시아를 방문한 살만 빈 압둘아지즈 사우디 국왕을 레드 카펫으로 성대하게 맞이했다. 그러나 바로 다음 달에는 카타르와 방위협정에 서명하는 등 양측 모두와 밀접한 관계를 맺어 왔다.

앞서 5일 사우디·아랍에미리트연합(UAE)·이집트·바레인 등 중동 수니파 무슬림 국가 7개국을 시작으로 이튿날 아프리카의 모리셔스까지 카타르와 단교를 선언했다. 이들은 단교의 이유로 카타르가 중동 시아파 무슬림 국가의 대표격인 이란과 이집트의 ‘아랍의 봄’ 시민혁명을 주도한 이슬람주의 정파 ‘무슬림 형제단’를 지원해온 점을 지적했다. 카타르는 자국이 테러를 지원하고 있다는 비판은 사실이 아니며 이러한 주장이 ‘근거 없는 거짓 주장’에 기반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이번 단교 사태로 식량의 80%를 이웃국가로부터의 수입에 의존하던 카타르는 경제적 위기를 맞고 있다.
싱가포르 S라자라트남 국제학 학교 제임스 도시 연구원은 사우디 등이 카타르와 단교한 것은 이란을 향한 간접적인 ‘잽 펀치’를 날린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이번 사태로 인해 아시아의 무슬림 국가들이 ‘불편한 처지’에 놓이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도시 연구원은 “사우디는 이란을 이슬람국가(IS)보다 더 시급한 테러 위협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많은 비(非)아랍 무슬림 국가들은 이에 동의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파키스탄은 사우디처럼 수니파 다수인 무슬림 국가로, 인도네시아의 경우 간혹 중동 국가 간의 분쟁이 발생했을 때 중재자 역할을 하기도 했다. 레트노 마르수디 인도네시아 외교부 장관은 5일 카타르 단교사태가 발생하자 모하메드 자바드 자리프 외무부 장관의 전화를 받고 이번 사태를 논의했다고 아르마나타 나시르 인도네시아 외교부 대변인은 밝혔다. 전화 통화에서 인도네시아는 화해와 대화를 통한 사태 해결을 촉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곤란한 상황에 처한 것은 파키스탄이다. 핵보유국인 파키스탄은 세계에서 6번째로 병력이 많은 곳이며, 무슬림 국가 중에서는 가장 많은 병력을 갖추고 있어 군사적 중요도가 높은만큼 중동 국가들의 이목이 쏠린다. 수니파가 다수파인 파키스탄은 그동안 사우디와 깊은 관계를 유지해 왔지만 동시에 이란과 서쪽 국경을 마주하고 있어, 이번 사태로 역내 군사적 분쟁이 발생할 경우 감수해야 할 손해가 크다.

더구나 파키스탄은 카타르와도 끈끈한 관계를 맺고 있다. 카타르는 지난해 파키스탄의 만성적 에너지 부족 문제를 돕기 위해 매년 375만 톤의 액화천연가스(LNG)를 파키스탄에 15년간 수출하는 협정에 서명하기도 했다. 군인 출신의 샤우카트 콰디르 안보문제 애널리스트는 “파키스탄은 매우 조심스럽게 행동해야 한다”면서 “내 생각에 파키스탄이 취할 수 있는 것은 단 하나의 옵션 뿐이다. 중립으로 머무는 것”이라고 밝혔다. 파키스탄은 현재 공식적으로 침묵을 유지하고 있다.

말레이시아와 사우디 간의 밀접한 관계는 말레이 국영기업 1MDB를 둘러싼 나집 라작 말레이 총리의 비자금 스캔들로 인해 전세계적으로 주목받은 바 있다. 형성된 비자금이 사우디를 통해 돈세탁 됐다는 의혹이 나온 것이다.

이번 사우디 살만 국왕의 말레이 방문 당시 국영 석유기업 아람코는 말레이시아 국영 에너지 기업 페트로나스의 정유 시설에 70억 달러를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카타르도 말레이시아에 120억~150억 달러를 투자하기로 했다고 현지 매체들은 밝히고 있다.

RSIS의 도시 연구원은 말레이시아와 같은 비아랍 무슬림 국가들은 사우디로부터 한 쪽을 교역 파트너로 선택하라는 요구를 받게 되면 입장이 상당히 곤란해질 것으리고 설명했다. 그는 “말레이시아는 사우디와 사업을 하겠다고 말할 수도 있고, 혹은 어느 편도 들지 않겠다고 밝힐 수도 있다. 문제는 이 대답에 사우디나 UAE가 어떻게 반응할지 하는 것”이라면서 “아직 아무것도 확실한 게 없는 만큼 상황을 예단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한편 필리핀 정부도 카타르에 근로자 신규 파견을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7일 일간 인콰이어러 등 필리핀 언론에 따르면 실베스트레 벨로 필리핀 노동부 장관은 “카타르의 경우 자체적으로 식량을 생산하지 않기 때문에 문제가 생겨 식량이 떨어지면 필리핀 근로자가 가장 먼저 희생자가 될 것”이라며 근로자 파견을 일시 중단한다고 밝혔다.
김지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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