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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객들이 내가 표현하는 인물에 대해서 많이 공감하고 이해해주시더라. 그것을 위해서 열심히 분석하고 노력하긴 하는데 감사하게도 알아봐주시는 것 같다.”
여성 관객이 주를 이루는 뮤지컬 공연장에서 특히 그들에게 사랑받은 이유가 무엇일 것 같으냐고 묻는 질문에 전미도는 한참을 생각하다가 “아! ‘이해가 됐다’ 그런 얘기 많이 들었다”고 답했다.
캐릭터 분석 못잖게 전미도의 관객성향 분석도 ‘이해가 됐다’. 전미도가 연기한 캐릭터는 늘 기본적인 대사·가사 표현뿐 아니라 몸짓·말투·눈빛·표정 등을 통해 관객을 무대로 끌어들였다. 흔한 ‘연기력’이라는 단어로 표현하기에는 부족할 만큼 배우 전미도는 극중 인물과 혼연일체 돼 관객을 설득한다. 실제로 그는 지금까지 한 작품 속 캐릭터들이 다 조금씩 본인에게 있기 때문에 그것이 자신의 모습이라고 말했다.
그런 전미도가 관객과 전문가 투표로 제1회 ‘한국뮤지컬어워즈’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전미도는 시상식 다음날인 지난 17일 서울 종로구 동숭동 한 카페에서 진행된 아시아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못 다한 소감과 자신의 뮤지컬 얘기를 조곤조곤 풀어냈다.
영상 촬영·편집=이홍근 기자
△ 데뷔 12년차 뮤지컬배우 전미도
- 제1회 ‘한국뮤지컬어워즈’ 여우주연상 수상, 예상했었나.
“아니다. 사실은 후보들이 다 너무 훌륭하신 배우들이고 여자가 주인공인 작품의 배우들이라서 드라마를 끌고 가는 힘이 강하다. 충분히 받을 만한 소지가 있으신 분들이었다. ‘만에 하나라도 받는다면 말실수는 하지 말아야지’라는 생각으로 어느 정도 ‘누구에게 감사하다는 말은 해야지’ 하고 생각했지만 진짜로 받을 거라곤 생각 못했다.”
- ‘스위니 토드’가 대상, 신인상까지 3관왕을 했다. 소감이 남다를 것 같다.
“너무 좋았다. 정말 생각 못했는데. 김성철이 신인상을 받을 때도 정말 너무 기분이 좋더라. 나도 벌떡 일어나서 막 소리 지르면서 박수쳤다. 나는 사실 이렇게 시상식에 가는 게 신인상 때 후보로 올라서 간 것 말고는 처음이다. 내가 받지 않아도 우리 팀의 누군가가 상을 받는 게 이렇게 기분 좋은지 처음 알았다. 너무너무 좋더라. 또 누군가를 통해서 듣는 게 아니라 실제 그 현장에 있으니까 너무 좋았고 대상까지 받아 더 기뻤다. 우리가 알기로는 그 전에는 회식을 치킨집에서 하려다가 (3관왕 결과 후) 고깃집으로 바뀌었다. 덕분에 소고기를 먹었다.”
- 시간관계상 다 못한 수상소감을 듣고 싶다.
“작품 하면서 느꼈던 것을 좀 얘기하자면 사실 내가 ‘스위니 토드’를 정말 재미있게 연습하고 공연을 했다. 연습 들어가기 직전까지는 너무너무 무섭기도 했다. 내가 이은희 PD에게 특별히 감사하다고 말씀드렸던 건 기존에 내가 가지고 있던 이미지와 너무 다른 역할이었기 때문에 그분이 아니었으면 그 역할을 나한테 줄 사람은 없었을 거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나를 믿고 배역을 주신 것에 대한 보답을 하고 싶다는 생각에 ‘과연 잘할 수 있을까’ 부담이 많이 됐다. 외국의 배우들 영상을 봐도 다 나이가 좀 있고 풍채가 있으신 분들이 하셨더라. 한 가지 희망을 가졌던 건 다 각각의 매력으로 캐릭터들이 조금씩 다르더라. 이 인물은 어떻게 만드느냐에 따라서 또 새롭게 나올 수도 있겠다는 생각 때문에 마지막에 결정한 것이다. 결정을 하고 난 이후부터는 거의 부담감이 없었다. 연습에 들어가서부터는 너무 재미있었다. 내가 재미있어하는 걸 상대배우도 느낄 정도였다. 조승우 오빠가 연습 때 ‘물 만난 고기 같다’고 농담을 할 정도로 우리끼리 깔깔대고 웃으면서 연습을 했다. 너무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던 작품인데 그걸로 상까지 받으니까 더할 나위 없이 기쁘다.”
- 또 하나, 소감 중 ‘노래를 못해서 뮤지컬배우라고 말하기 창피했다’고 했는데 의아했다. ‘뮤지컬배우 전미도’ 하면 노래 잘하는 배우로 꼽히는데 왜 그렇게 생각했나.
“그간에 공연을 여러 개 하면서 점차적으로 늘어서 지금은 조금 잘한다고 해주시는 분들이 있지만 시작할 때부터 노래를 잘해서 뮤지컬을 한 건 아니었다. 그래서 늘 더 잘해야 된다는 생각 때문에 노래에 대한 고민과 걱정이 되게 많았다. 그런데 ‘스위니 토드’ 노래는 사실 가창력을 뽐내는 노래라기보다 드라마를 풀어내는 노래들이라서 나한테 조금 플러스가 된 것도 있다. 근데 그걸 관객분들은 ‘노래도 잘하는 구나’ 하고 봐주시는 것 같아서 너무 감사하다.”
- 2006년 데뷔작인 뮤지컬 ‘미스터 마우스’가 오는 5월 10년 만에 돌아오는데 소식 들었을 때 반가웠을 것 같다.
“그 작품을 여러 번 올리려고 시도했던 걸로 알고 있는데 이번에 진짜로 올린다고 해서 반가웠다. 나도 늘 ‘잘됐으면’ 하는 마음이 있는 작품이다. 더군다나 참여하는 배우들이 다 너무 친하고 잘 아는 배우들이다. 특히 여자주인공 중 강연정이라는 배우는 내가 너무 아끼는 동생이다. 그 친구가 한다고 해서 너무 기뻤다. 홍광호가 대극장 공연을 하다가 이 공연을 선택해준 것에 대해서 고맙게 생각했다. 김성철도 홍광호와 더블캐스트를 하는데 좋은 작품을 선택한 것 같아서 개인적으로 너무 좋았다. 더 좋았던 건 서범석 선배님께서 나 할 때 인우 역할을 하셨는데 이제 강박사 역할로 참여하시는 것이다. 확실히 그 작품에 참여했던 사람들은 작작품에 애정이 있나보다. 참여하시는 걸 보고 속으로 박수를 쳤다.”
- ‘미스터 마우스’, ‘번지점프를 하다’, ‘어쩌면 해피엔딩’ 외에도 창작뮤지컬에 많이 참여했는데 창작뮤지컬만의 매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아무래도 우리 정서와 가까이 있는 이야기들로 돼 있을 테고 우리 뮤지컬이 어떻게 발전해 나가는지도 볼 수 있는 것 같다. 더불어서 창작뮤지컬은 관객이 관심 가져주셔서 같이 하지 않으면 커나가기가 힘들다. 그런 면에서 관객들과 진짜 같이 만들어간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여러 의견들을 많이 반영해서 발전시키는 과정들이 있기 때문에 배우나 크리에이티브들뿐만 아니라 관객이랑 같이 만들어가는 것 같다. 결국은 우리 내부에서 이렇게 살아남을 수 있는 어떤 힘이 있어야 다른 좋은 작품들을 가지고 들어와도 조금 더 건강하게 돌아갈 수 있는 분위기가 형성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창작뮤지컬에 관심 많이 가져주셨으면 좋겠고 많은 배우들과 크리에이티브들이 참여해서 좋은 작품이 많이 나왔으면 하는 바람도 있다.”
- 함께 연기해보지 않은 남자 배우 중에 꼭 호흡 맞춰보고 싶은 배우가 있는지.
“진선규. 내가 너무 좋아하고 확신하는 배우다. 내가 ‘거울공주 평강이야기’라는 작품을 ‘공연배달서비스 간다’에서 했는데 그때 진선규 선배와 하루 같이 공연해봤다. 10년 전에 진선규 배우가 한 공연을 봤고 특별공연으로 한번 하러 오셨을 때 딱 한번 호흡을 맞춰봤다. 내가 객석에서 볼 때 너무 좋아하는 선배 배우라서 보는 걸로도 좋았는데 할 때도 짧았지만 좋았다. 그렇기 때문에 다시 한번 같이 해보고 싶어서 주저 없이 진선규라고 말할 수 있다.”
- 뮤지컬 팬들에게 특히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배우 전미도의 매력, 인간 전미도의 매력은 각각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내 입으로 얘기하기가 부담스럽다. 왜 좋아해주실까? 아! ‘이해가 됐다’ 그런 얘기 많이 들었던 것 같다. 내가 표현하는 인물에 대해서 많이 공감하고 이해해주시더라. 그런 면에서 좋아해주시는 것 같다. 나는 그것을 위해서 열심히 분석하고 노력하긴 한다. 관객분들이 감사하게도 알아봐주시는 것 같다. 개인적으로 만났을 때는 옆집, 동네에 있는 아줌마 비슷한 사람처럼 대한다. 실제로 만나면 격식이 없으니까 좋아하는 것 같다. 이제는 나보다 나이 어린 분들도 있어서 동생같이 대하다보니까.(웃음)”
- 어떤 배우로 기억되고 싶은가.
“내가 진선규라는 배우를 좋아하는 이유가 그분의 공연을 보면 마음이 되게 따뜻해진다. 나도 내 공연을 보고 누군가가 그렇게 느꼈으면 좋겠다. 위로받는 것 같고 뭔가 마음을 알아주는 것 같은 느낌을 주고 싶다. 결국에는 우리가 연기하는 게 일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에 대한 것이다 보니까 이질감이 느껴지는 게 아니고 가깝게 내 마음을 알아주는 것처럼 연기하는 걸 느꼈으면 좋겠다고 지금 생각이 든다. 또 바뀔 수도 있지만 오늘 현재는 그런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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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미도에 대한 사소한 궁금증- 평소 성격이 궁금하다.
“내가 했으니까 나한테 있는 면이 나왔겠지만 여태까지 했던 모든 작품 속 캐릭터가 다 내가 가지고 있는 면들이다. 작품 할 때마다 그 작품의 성향에 따라서 그 시기 유난히 많이 나오는 모습들이 인물과 비슷한 게 있는 것 같다. ‘러빗부인’ 할 때는 분장실에서도 정말 아줌마 같이 있었다. ‘어쩌면 해피엔딩’ 할 때는 또 이 나름대로 비슷하게 나오는 것 같다. 어쩔 때는 ‘어떤 게 진짜 내 성격이지’ 이런 생각이 들 때도 있다. 다 내 모습인 것 같다. 공연 때 보셨던 면들이 다 조금씩 나한테 있다.”
- 여가시간에는 주로 어떻게 보내나.
“내가 대단히 지적인 사람이거나 독서광은 아니지만 그냥 알 수 없이 쉬는 날에는 차 마시면서 책보는 게 그렇게 좋다. 이미지를 만들어내기 위함이 아니라, 본다고 해도 대단한 책을 보는 건 아닌데 그게 나한테는 제일 여유부리는 일인 것 같다. 날씨 좋은 날 차 마시면서 책보는 게 나한테 제일 좋은 쉼인 것 같다.”
- 얼굴이 워낙 동안인데 피부도 참 좋다. 피부관리 비결 살짝만 귀띔해 달라.
“사실 나는 그런 것에 관심이 많은 편이 아니라서 잘 모른다. 다른 사람들이 ‘관리 좀 받고 해라’ 이러면 ‘아 해야 되나’ 그런 성격이다. 피부가 하얀 건 타고난 것 같다. 그래서 더 피부도 어린 것 같다고 봐주시는 게 아닐까 싶다.”
- ‘내가 나이 먹었구나’ 느낄 때가 있었나.
“정욱진이랑 같이 연기할 때. ‘너무 이모 같아 보이는 거 아니야’ 이렇게 얘기하곤 한다. 내가 너무 어린 척 연기하는 것 같아서 나 스스로 가증스럽다고 생각할 때도 있다.(웃음) 그래서 정문성 오빠랑 김재범 오빠랑 하는 게 한결 마음이 편하다.”
- 2017년에는 어떤 목표를 세웠나.
“올해는 집안일을 좀 열심히 해보려고 한다. 윌이랑 영어로 대화를 되게 하고 싶었는데 매번 실패해서 영어공부도 좀 열심히 하고 싶다. 다시 말하면 조금 일상을 살고 싶다. 쉬면서 내가 나랑 같이 있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조금 긴 시간동안 쉴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