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강신청 시즌마다 반복돼 온 학생들 간의 치열한 눈치 싸움 등 기존 선착순 시스템의 부작용을 개선했다는 학교 측 설명과 달리 주어진 일정량의 마일리지를 학생 개개인이 배분해 신청하는 방식의 새로운 시스템이 마치 도박 게임을 하는 것처럼 느껴진다는 반응까지 나오고 있다.
8일 연세대 총학생회가 지난달 11일부터 20일까지 온라인, 오프라인에서 1562명의 재학생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답변자의 80%에 해당하는 1213명이 마일리지 제도의 완성도가 ‘미흡하다’고 했다.
기존 수강신청과의 선호도 비교에서는 평균값이 1.75(1은 기존의 수강신청 제도 선호, 5는 새로운 마일리지 제도 선호)로 매우 낮은 선호도를 보였다. 2015년 2학기에 시행하는 게 적절하지 않다는 의견은 전체 조사자의 88%에 해당하는 1342명에 달했다.
|
이는 학생 개개인에게 해당 학기 수강 가능 학점의 4배까지 마일리지를 부여한 뒤 자신이 가장 듣고 싶은 과목부터 순서대로 마일리지를 직접 배분하게 하고, 각 과목에 높은 마일리지를 배분한 학생 순으로 정원을 맞추는 방식이다.
같은 마일리지로 ‘커트라인’에 걸린 학생들은 △해당 학과 전공자 △더 많은 과목 신청자 △졸업신청자 등을 기준으로 우선순위를 정하고 탈락한 차점자에게 대기번호를 부여해 수강 포기자가 나오면 우선적으로 강의자격을 주도록 했다.
|
하지만 지난달 2일부터 5일, 22일부터 26일 두 차례 모의수강신청(시뮬레이션)을 경험한 재학생들은 학교 측 기대와는 다른 반응을 보였다.
재학생 심모씨(23)는 “눈치 게임을 하는 것 같다”며 “선호를 드러내지 않기 위해 일부러 원래 전략과 다르게 마일리지를 기입했다”고 밝혔다.
재학생 이모씨(24)는 “이제 4학년이 되는데 ‘빌넣’(빌어서 넣기. 정규 수강신청 기간에 신청 실패한 뒤 교수에게 직접 메일이나 전화를 통해 부탁해 수강하는 것)이 안 된다니 낭패”라며 “졸업 필수과목을 수강 신청하지 못할까봐 걱정 된다”고 우려를 표했다.
또 다른 재학생 이모씨(20)는 “학생들이 강의를 두고 눈치 싸움을 하는 건 도박이랑 다를 바가 없지 않느냐”며 “내년부터 전공과목을 많이 듣게 될 텐데 상대적으로 전공과목 경쟁이 치열한 과 특성상 (전공과목에 마일리지 배분을 집중해야 되기 때문에) 그렇지 않은 전공생들보다 교양과목을 듣는데 어려움이 크게 됐다”며 낙심했다.
재학생 커뮤니티에는 “이제 대학에서 ‘더 지니어스’를 찍는 거냐”는 조롱의 글까지 올라왔다.
새로운 시스템을 도입하는 과정에서 학생회와 교무처 간의 피드백이 부족했던 탓에 학생들의 의견이 제대로 수용되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총학생회는 설문조사 자료와 1·2차 모의수강신청 결과를 취합해 결과보고서와 요구안을 작성, 교무처와 논의를 이어나갈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