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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칼럼]‘직장 내 성추행’ 모든 걸 잃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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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희진 기자

승인 : 2015. 06. 29. 12:53

성범죄 사건…신상정보 등록·공개·고지처분 가능성 있어 사회활동에 큰 영향
이태호 변호사
이태호 로엘법률사무소 변호사
여성의 사회 진출이 늘어나면서 직장 내 여성의 비율은 날로 높아지고 있다. 더 이상 직장은 남성들만을 위한 공간이 아니라 남녀가 함께 일하는 공간이 됐다.

직장 내 구성원들 모두가 열심히 ‘일’만 하길 바라는 회사경영자들의 기대와 달리 안타깝게도 직장도 사람 사는 곳이기에 남녀 문제가 발생하기 마련이다.

직장 내 성추행 사건이라고 하면 TV 뉴스로 보도되는 흉악 범죄일 것이라고 지레짐작할 수 있다. 그러나 실제로는 우리 주변에서 흔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즉, 누구나 직장 내 성추행 사건의 피해자 또는 가해자로서 당사자가 될 수 있다는 말이다. 먼저 성추행은 형법상 ‘강제추행죄’에 해당한다.

대법원은 “상대방에 대하여 폭행 또는 협박을 가하여 항거를 곤란하게 한 뒤에 추행행위를 하는 경우뿐만 아니라 폭행행위 자체가 추행행위라고 인정되는 경우도 포함되는 것이며, 이 경우에 있어서의 폭행은 반드시 상대방의 의사를 억압할 정도의 것임을 요하지 않고 상대방의 의사에 반하는 유형력의 행사가 있는 이상 그 힘의 대소강약을 불문한다” 라고 판결을 내린 바 있다.
상대방 의사에 반하는 대부분의 스킨십은 성추행에 해당할 수 있다. 문제는 상대방의 의사를 알 수 없어서 또는 상대방의 의사를 왜곡해 해석함으로써 문제가 종종 생긴다는 것이다.

직장상사가 부하직원의 동의 없이 스킨십을 하는 경우는 물론 △서로 어느 정도 호감을 가진 남녀가 술을 함께 마시다 스킨십이 생긴 이후 상대방을 고소하는 경우 △상대방이 자신을 좋아한다고 착각해 스킨십을 하다가 고소당하는 경우 △합의 하에 성관계를 가진 뒤 인사상 불이익이 두려워 강간죄로 고소하는 경우 등 실제 실무에서 일어나는 직장 내 성범죄 사건은 매우 다양하고 기상천외한 스토리를 가진 경우가 많다.

◇직장 내 성추행 사건의 특징
직장 내 성추행 사건이 진행되는 방향은 사실 예측하기 매우 어렵다. 과거에는 쉬쉬하면서 조용히 묻어가는 경향이 강했다면, 최근에는 회사에서도 강력하게 인사상 불이익을 주거나 피해자가 형사고소를 진행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기본적으로 회사 입장에서는 이러한 사건의 발생 자체를 매우 불편하게 생각하기 때문에 상당히 소극적인 자세로 사건을 대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도 예전보다는 여성피해자를 위한 클린센터운영 등을 통해 적극적으로 대처하는 기업들이 늘고 있는 추세다. 기업에서 직장 내 성추행 사건을 대하는 태도가 적극적으로 변한 것은 긍정적이나, 안타깝게도 억울한 피해자가 생기는 경우도 있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사건 자체를 무조건 빠르게 봉합하려는 회사 입장에서 인사 처분을 빠르게 내릴 때가 있다.

유죄확정판결을 받을 때까지 무죄로 추정을 받는다는 형사법의 기본원칙에 위배됨은 물론이고, 공정한 재판을 받을 기본권까지 침해할 정도로 회사가 인사상 불이익을 주는 것은 위험하다. 그러나 실무에서 사건을 접해보면 회사마다 인사 처분을 내리는 속도가 다르다.

대기업 A에서는 성추행 사건이 접수되자마자 1주일 만에 직원을 면직 처분시킨 반면, 대기업 B는 제1심판결의 결과가 나올 때까지는 별다른 인사 조치를 하지 않는 경우도 있었다. 회사 규모와 무관하게 이러한 차이는 결국 경영진이 사건을 바라보는 시각에 따라 다른 것 같다. 위의 이야기와 정반대로 직장 내 성추행 사건이 조용히 묻히기도 한다. 그 이유는 바로 가해자와 피해자 사이에 존재하는 ‘갑을(甲乙)’ 관계 때문이다.

가해자가 상사이거나 직장 내 영향력이 있을 때 가해자의 ‘갑질’이 계속되는 경우도 있다. 가해자가 회사에서 차지하고 있는 위치나 기존에 형성했던 인간관, 회사 내 영향력 등을 활용해 피해자를 오히려 궁지에 모는 경우도 있다.

대표적으로 ‘피해자가 먼저 유혹을 했다’ ‘서로 좋아서 했는데 갑자기 뭔 소리냐’와 같은 소위 ‘언론플레이’를 하면서 사실관계를 왜곡시키고 분위기를 자기에게 유리하게 이끌어 나가는 것을 많이 봤다. 직장 내 성추행은 피해자와 가해자 사이에 회사도 함께 있는 사건이다. 회사 내 징계절차와 형사절차 모두 대비해야 한다.

◇직장 내 성추행 사건 진실규명의 어려움
직장 내 성추행 사건의 실체진실을 파악하기는 쉽지 않다. 결국 다른 증거 없이 피해자 진술과 가해자 진술, 상반된 양측의 진술만 가지고 실체진실을 파악해야 되기 때문이다. 또한 우리가 통상적으로 생각하는 것과 달리 피해자와 가해자가 반드시 여성과 남성으로 나뉘는 것도 아니다.

일례로 국내 기업에서 일어난 사건으로 고령의 여성임원이 미혼 30대 남자직원과 모텔에서 성관계를 하려고 했는데, 만취한 남자직원이 발기가 되지 않아 관계를 가지지는 못한 사건이 있었다. 이후 사건 경과가 이상하게 흘러갔는데, 사실 위 당사자 모두 합의 하에 성관계를 가지려다 실패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부하직원과 스캔들로 인해 혹시라도 인사상 불이익을 당할 것을 두려워한 여성임원이 오히려 남자직원이 자신을 강간하려다 미수에 그쳤다고 회사 측에 신고를 한 것이다. 그 결과 남자직원은 불명예 해고를 당할 수밖에 없었다.

결국 이러한 사건에 휘말려 들게 된다면, 형사 전문변호사의 조력을 받아 초기에 빠르게 대처하는 것이 현명하다. 일례로 피해자가 가해자에게 전화해 죄를 인정하면 고소를 하지 않겠다며 자백을 유도한 이후에 그 통화내용을 녹취해 증거자료로 고소한 사례가 있었다.

피해자를 대충 위로하면 넘어갈 수 있으리라는 기대심리를 이해 못할 바는 아니지만, 위와 같은 자백은 사건을 풀어가는 데 불리하게 작용될 수밖에 없다는 점을 명심해야 될 것이다. 직장도 사람들이 모여 함께 일하는 공간이고, 그 공간 안에는 남자와 여자가 있으니 이러한 사건들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최근 성범죄로 처벌되는 경우 회사에서 퇴출당하는 것은 물론 거액의 합의금 지불, 벌금형·징역형의 강력한 형사제재가 뒤따른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그뿐만 아니라 과거와 달리 성범죄 사건은 신상정보 등록·공개·고지처분을 받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추후 사회활동에 지대한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전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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