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일모직과 삼성SDI는 31일 합병을 발표했다. 삼성SDI가 신주를 발행해 제일모직의 주식과 교환하는 흡수합병 방식이다. 삼성SDI와 제일모직의 합병비율은 1대 0.4425다. 합병회사 사명은 삼성SDI로 결정됐다.
삼성SDI는 연매출 10조, 자산 15조, 시가총액 10조원의 거대 계열사로 변모한다. 직원 수도 1만4000명에 달한다. 삼성SDI는 이번 합병을 통해 ‘세계 초일류 소재·에너지 토털 솔루션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2020년 연매출 29조원 달성을 목표로 내세웠다.
이번 합병으로 소재(제일모직)-부품(삼성SDI)-완제품(삼성전자)로 이어지는 전자부문 수직계열화가 완성됐다는 평가다.
정보기술(IT) 및 전기자동차, 대용량 에너지저장장치에 쓰이는 2차전지를 중심으로 디스플레이 등의 부품을 주력제품으로 하며, 제일모직은 지난해 패션사업을 떼어내고 전자 소재 전문기업으로 변신했다.
삼성SDI는 2차전지에 이어 제일모직이 보유한 배터리 분리막 등 배터리 소재뿐만 아니라 자동차 경량화 소재인 엔지니어링 플라스틱 분야까지 영향력을 확대함으로써 친환경 자동차 부품·소재 분야에서 주도권을 확보할 것으로 기대된다.
삼성그룹은 삼성전자의 원가경쟁력 강화, 발빠른 시장 흐름 대처 등을 위해 계열사 재편을 통한 수직계열화에 적극 나섰다.
2011년 삼성전자의 태양전지 사업을 삼성SDI로 이관시키고, 삼성전기에서 분리된 삼성엘이디를 흡수합병하면서 발광다이오드(LED) 사업을 강화했다. 또 삼성테크윈에서 분사된 삼성디지털이미징도 흡수했다. 2012년에는 삼성전자의 액정표시사업부(LCD)를 분사해 삼성디스플레이를 설립했다. 이후 삼성디스플레이와 삼성SDI의 사업을 분사시켜 만든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를 삼성디스플레이와 합병시켰다.
또 제일모직의 지배력이 강화됐다는 점도 삼성전자가 이번 합병을 통해 얻은 이득이다. 삼성카드 등 4개 계열사가 보유한 제일모직 지분이 7.14%에 불과해 그동안 그룹의 지배력이 약하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제일모직 최대주주는 국민연금공단으로 지분 11.63%를 보유하고 있으며 2대 주주는 한국투자신탁운용으로 보유 지분은 6.94%다.
합병이 계획대로 진행되면 삼성SDI의 최대주주는 삼성전자로 13.5%의 지분을 보유하게 되며, 2대주주는 국민연금으로 10.5% 지분을 갖게 된다. 삼성카드 지분은 1.6%로 줄게 된다.
삼성SDI 측은 “이번 합병으로 부품 전문기업과 소재 전문기업 간의 강점 역량이 합해져 회사 전 부문에서 매우 큰 시너지가 발생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