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군사이버사령부의 ‘정치 개입’ 논란에 서 있는 국방부가 급기야 ‘군의 정치적 중립 준수 강화 대책’까지 마련해 지난 4일 전군에 내려 보낸 것으로 19일 알려졌다.
오는 6월 지방자치단체장 선거를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국방부가 19일 공개한 군의 정치적 중립 대책은 “정치적 논란의 재발방지를 위한 근본대책을 세워 오직 군 본연의 임무에만 충실할 수 있는 여건을 보장하기 위한 것”이라고 국방부가 밝혔다.
국방부는 “법령상 군의 정치적 중립 의무를 명시해 시행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일탈행위가 일부 발생하고 보완의 필요성이 제기됐다”고 대책 수립 배경을 설명했다.
국방부는 이날 최근 군의 정치적 위반 사례를 규정해 공개했다. 먼저 지난 18대 대통령 선거 기간 군인·군무원을 포함한 일부 장병들이 온라인상에서 정치적 성격의 댓글을 작성하고 게시했다고 인정했다.
또 일부 장병들은 온라인상 정치적으로 논란이 될 수 있는 사이트에 접속해 군 상징물과 아이디를 게재했다. 일부 장병들은 온라인상에서 정치 현안에 대해 개인 의견을 게재하기도 했다. 현역 고위 간부가 개인의 정치적 견해를 포함한 책자를 펴내기도 했다. 대학가 등 공개 장소에 게시된 정치 성향의 대자보에 일부 장병들은 메모 형식의 개인 의견을 게재했다는 것이다.
국방부는 이러한 정치적 중립 위반을 막기 위해 9가지 행동 수칙을 마련했다. 우선 정당이나 그 밖의 정치단체 결성에 관여하거나 가입해서는 안 된다. 특정 정당이나 정치인을 지지하거나 반대하는 의견을 공표해서도 안 된다.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나 선거운동도 금지된다. 특정 정당이나 정치인의 정치 목적 행사에 참석해서도 안 된다. 정치인의 부대 방문은 시기별로 규정된 절차를 지켜야 한다. 정치인이나 정치 단체로부터 정치 목적의 금품이나 군 시설의 지원도 금지된다.
정치인이 제공하는 위문금품이 선거에 영향을 미칠 때는 접수 할 수도 없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정치적 중립 저해 우려가 있는 행위도 금지된다. 정치운동을 지시 받은 경우 적법한 절차에 따라 이의를 제기할 수 있고 거부, 신고도 할 수 있다.
특히 SNS상에서의 정치적 중립의 세부 행동기준과 관련해 △군 수통권자 비방, 정치 현안에 대한 찬반 △특정 정치인이나 가족 비방, 허위사실 유포 △특정 정당이나 정치인에게 유·불리한 기사 배포와 댓글 △정치적 성격의 인터넷 사이트에 정치적 견해 게재 △인터넷 사이트 회원가입 때 특정 정치인 비하 아이디 사용 △본인에 대한 관심 유도 목적으로 정치적 중립을 해하는 글 게재 등은 금지했다.
이러한 정치적 중립 행동 수칙 대상은 현역에 복무하는 장교와 준사관, 부사관, 병, 사관생도, 사관후보생, 군무원, 예비군 중대장급 이상 간부, 국방부와 소속기관 공무원, 군에 복무하는 예비역·보충역은 모두 해당된다.
아울러 국방부는 정치인의 범위에 대해 국회의원과 보좌관, 비서관, 지방의회 의원, 지방자치단체장이나 대통령과 국회의원, 지방의회 의원, 자치단체장 등의 후보라고 규정했다. 정치단체에 소속된 간부나 선거사무 관계자 등도 포함된다.
국방부가 선거를 앞두고 특정 정당이나 후보자에 대한 지지·반대 금지의 정치적 중립을 강조하는 지침을 내린 적이 있지만 이번처럼 세부행동 기준과 함께 이행대책까지 마련한 것은 처음이다.
국방부는 이런 내용의 세부행동 기준을 김관진 국방부 장관 명의로 전군에 내려 장병 교육에 반영하도록 했다. 국방부 조사본부와 국군사이버사령부는 사이버 군기순찰대를 운영하고, 국방부 감사관실은 각 부대의 정치적 중립 이행 실태를 점검하기로 했다.
또 정치적 중립 의무 위반자에 대해서는 징계를 감경할 수 없도록 했다. 국회 국가정보원 개혁 특별위원회에서 여야가 합의한 내용을 군 형법에 반영해 정치관여죄의 처벌 조항을 징역 2년 이하에서 5년 이하로 강화했고, 공소시효도 5년에서 10년으로 연장했다. 공익신고자보호법도 개정해 정치관여 행위 신고자를 보호하도록 했다.
국방부는 사이버사령부의 정치 개입 논란과 같은 사태를 막기 위해 장기적으로 사이버사의 심리전단 조직을 합동참모본부로 이관키로 했다. 사이버 심리전 활동이 정치적 중립 의무를 위반하지 않도록 상시 모니터링 체계를 구축하는 등 관리 감독을 강화하겠다고 이날 국회에 보고했다.